제목 | 서울 가양동[국악미사]참례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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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건정 | 작성일2001-05-27 | 조회수853 | 추천수3 | 반대(0) 신고 |
서울 가양동 [국악미사]참례기
"환호소리 높은 중에 하느님이 오르시도다! 나팔소리 나는 중에 주님 올라 가시도다!"
그래서 어제 오늘 하늘을 쳐다보는 사람이 많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주님 승천 대축일입니다. 저는 서울 강서구에 있는 가양동 성당에서 매 주 봉헌되는 국악미사에 참례하기 위하여 어제 토요 특전미사에 참례했습니다.
국악미사....여러분 잘- 아시지요? 전례의 토착화와 관련이 있고 우리소리로 우리 정서에 맞게 찬미, 찬양한다는 의미가 있는 시도입니다.
국악미사라고 하면 1988년에 강수근 수사(신부)님의 "국악미사 곡"이 나온 이래 카세트와 악보가 보급되면서 웬만한 본당에서는 한 두 번씩 연주를 해 보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국악 전례는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행사성(Event)으로 이해되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제대로 갖춘 국악 관현악 연주자도 없고 기껏 장고 한 개로 오르간과 합주하며 장단을 맞추어 국악 기분을 내는 것이 대부분이 아닐까...하는 느낌이 듭니다.
아프리카의 세네갈 미사를 들어보면 작은 손 타악기 반주로 그들의 노래를 하는데 아주 좋게 들립니다. 우리도 하루 빨리 좋은 국악이 전례에 보편화되기를 기운하며 참례기를 조심스럽게 올립니다.
서울 강서구 가양동은 김포공항 가는 길목에 있다. 비교적 조용한 곳이라 비교적 많은 예술인(음악, 미술 등)이 많이 산다. 가양동 성당은 김종국 주임신부님이 약 4천 5백 명의 신자를 사목하시는, 그리 크지 않은 성당이다. 김신부님은 한국 음악에 지대한 관심이 있어 다른 본당에 계실 때부터 "가톨릭 한국 음악 연구원"을 설립하여 전통음악 토착화를 연구하며 우리소리 관현악단을 운영한다. 그 일환으로 매 주 토요일 특전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가양동 성당은 단층의 자그마한 성당이다. 시골 정취가 풍긴다. 본당에 들어서면 좌석 수 약 450개 정도(2층은 없음)이고 천장이 낮아 약 3.5미터 정도이다. 성가대와 관현악단은 제일 뒤에 벽에 붙어 위치한다.
미사 풍경은 매우 한국적이다. 주례사제는 갓(지난주 마카오에서 본 김대건 신부 상과 같음)을 쓰고 흰색 도포을 제의로 입고 입장한다. 아동 복사는 이도령 같은 옷을 입고 어른 해설자도 한복을 입었다. 성가대와 국악 관현악단도 한복이다. 이 곳에서는 한복 차림이 오히려 보편적이다.
[필자는 이 번이 두 번째 미사임을 밝힌다. 우연히도 작년 6월3일 미사참례하고 보니 주님 승천주일 특전 미사인데 올 해 가보니 또 주님 승천 주일 특전미사이다. 작년에는 미사 참례기를 올리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국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참례기를 쓰는 것이 타당치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번 더 참례하고 연구한 후 오늘 올리게 된 것이다]
저녁 6시 30분, 입당성가로 "천주공경가"를 제창하며 입당 행열! 주례사제와 복사, 성서를 든 이는 매우 천천히 노래를 음미하듯이 걷는다. 노래속도로 치면 마이너스 "라-르고" 이다. 어떤 성당은 성큼 성큼 "비바체"로 들어오므로 성가 1절을 끝 마치기 전에 제대에 서서 성가 끝나기를 재촉하는 분위기와 비교하면 여유가 있고 사뭇 엄숙하다.
오늘 장년 혼성 성가대는 12명(남성 5명, 여성 7명)이고 관현악은 9명이다. 계 21명. 악기구성은, 1 장고, 1 가야금, 2 거문고, 2 해금, 2 피리, 이고 첼로가 1개 가세했다. 장고 고수가 장단을 맞추며 지휘를 한다(관현악 연주자는 모두 여성이다). [작년 이맘때는 합창단 20 여명에 관현악 20 여 명이었다. 지금의 2배 이상인데 그 때는 로마 공연을 앞두고 총 동원령이 내려진 때라서 그런 것으로 추측하고, 또 이해한다]
천주공경가는 이벽 성조의 작시에 최병철 교수의 편곡이다. "어와 세상 벗님네야 이 내 말씀 들어 보소...."
해금(중국 호궁같은 현악기)이 멜로디를 이끌고 장고가 국악 맛을 낸다. 가야금과 거문고는 첼로와 함께 저음 화음을 구성한다. 합창은 인원 수 부족인데다가 울림이 있는 발성이 아니라서 그런지 그리 좋은 지는 모르겠다. 신자들은 약 100 여명인데 대부분 성가책이 없어 입속에서 맴도는 수준이다. 참회예절 때 국악 배경 음악 연주 속에서 주례사제의 묵상 기도문이 특이하다.
미사곡은 가톨릭 우리소리 성가집(부록)에 있는 김종국 신부 곡이다. 정동희 편곡으로 되어있다. 혼성 4부 합창이고 성가대만의 노래이다. 신자들이 잘 모르는 듯.... 서양 곡과 무엇이 다른가? 하고 악보를 보고, 노래를 듣고 해 봐도 잘 모르겠다. 다만 4/4 박자인 리듬에서 서양 음악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 ♩♩♪♩♪리듬이 많이 나온다.
이어서 대영광송을 주례사제가 걸죽-한 음성으로 선창하고 성가대가 신명나게 받아 노래한다.
화답송은 후렴을 제창하고 독송 부분은 남성 성가대원이 독창한다. 가사는 오늘 고유문이 아니고 다른 가사인 곡이다.
복음환호송(알렐루야)는 동살풀이(♩=120)으로 하고 독송부분은 템포 루바토 라고하여 자유롭게 느린 속도로 부르도록 융통성이 부여되어 있다. 아뭏튼 신나는 환호에 걸맞다.
봉헌성가는 "주님께 바치리--김종국 신부 곡" 이다. 다른 미사곡과 환호 노래 거의 모두 김신부님 곡으로 부른다. 성체성가는 "예수님의 사랑" 이다. 모두 성가대만의 노래이다. 작년에는 신자석에 우리소리 성가집이 비치되었는데 올해는 보충이 안된 모양으로 구할 수 없으니 듣기만 하는 수 밖에.... 아예 판매 안내를 하면 좋겠다. 퇴장 성가 합창후 후주까지 찬란하게 연주하고 끝났다.
오늘 국악 미사 참례소감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다만 특수한 소수의 국악인을 각 본당에서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앞에서 언급 했지만 민속악기라고 볼 수 있는 장고와 징으로 국악 흉내를 내는 수준으로 미사전례용으로 보급이 될 것인지? 서양음악은 오르간 1대로 성가대 합창과 수백명의 신자 제창을 반주할 수 있는데 국악은 어느 악기가 이를 대신할 수 있겠는지? 행여 필자의 짧은 생각에 조언을 해 주시는 분이 계시면 좋겠다.
가양동 성당 주임신부님은 대단하신 분이란 느낌이다. 성가대원은 자체 운영이 된다고 해도 국악인을 10명 이상 유지하려면 예산이 많이 소요될 것이다. 1회성 행사가 아니고 매 주 연주하려면 봉사를 요구할 수도 없다.
신자 수가 많다보면 반대하는 사람, 불평하는 사람, 격려하는 사람 등 각양 각색일 것이다. 적지 않은 재정 부담과 용광로 같은 여론을 감내하며 이끌어 나가는 것이 훌륭하게 느껴진다. 이런 시도는 뚝심 센 사제가 아니면 불가능한 시도이다.
음악적으로... 이것이 정통 국악인지....개량된 창작(Modified) 국악인지.. 연구가 더 있어야 겠다. 국악 고유의 5음계가 아니고 현대 12반음 음계인 것 같고 화성은 현대 화성을 쓴다. 국악은 원래 화성 대신 병창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다. 악기도 첼로와 협연한다. 해금 연주자 2명은 가끔 서로 다른 음으로 화음을 낸다. 동서양의 조화로 볼 수도 있다. 듣기에도 좋게 느껴지기는 한다. 국악과 서양악을 혼합한 것인지......전문가들의 연구와 발표를 기대한다.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한국적 전례음악 연구에 수고 하시는 가양동 성당 주임신부님과 성가대. 관현악단에게 감사와 격려를 보냅니다.
주님 승천 대축일에 서울에서 김빠드리시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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