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RE:306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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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윤종관 | 작성일2001-09-04 | 조회수1,235 | 추천수10 | 반대(0) 신고 |
안면도의 윤종관 신부입니다. 정 발타사르 지휘자님께서 저희 안면도 이야기에 대해서 가장 먼저 메아리를 띄우셨군요. 저는 산행을 즐기는 사람입니다. 제가 지난 2월달에 여기 안면도 본당 설립을 맡아 이 곳에 와서 지금까지 약 7개월 동안 한번도 산에 오르지 못하고 매일같이 이것저것 하는 일로 매여 살다가 오늘은 발타사르 지휘자님의 메아리를 읽으면서 문득 제가 재작년에 백두대간을 혼자 가던 때의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경북 ’장성봉’이라는 산에서 ’희양산’ 까지의 구간을 혼자 걷던 때입니다. 그 구간 중에 백두대간이 북행으로 뻗다가 동남행으로 휘돌아가는 지점이 있습니다. ’약휘봉’이라는 곳입니다. 그 곳에서 복쪽 계곡으로 내려서면 ’은티 마을’이라는 곳으로 한 시간 가량 가서 ’연풍’ 성지를 만날 수도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장성봉’에서 ’약휘봉’ 사이에 길이 아주 애매한 구간이 있습니다. 그리고 숲이 우거져서 한낮인데도 침침하지요. 그러한 애매하고 으슥한 구간을 갈 때 저는 성가 79장 ’Christus vincit’을 혼자노래로 부르다가 확실한 방향을 찾게 되면 슈만의 ’Traeumerei’를 부르면서 걷곤 했습니다. 그 두 노래를 부르는 이유가 뭐냐구요? 그 이유는 나중에 기회 있으면 밝히기로 하지요. 하여튼 그렇게 노래를 부르면서 혼자 가고 있는데, 시커면 숲속에서 갑자기 어떤 사람이 불쑥 나타나는 것이었습니다. 제 앞에 나타난 그 사람을 직면하고서 저는 섬찟 놀랐지요. 그런데 즉시 저는 그 분이 저와는 반대 방향으로 백두대간을 혼자 가고 있는 산사나이라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그분은 저에게 땀으로 글씨가 뭉개진 지도를 내보이면서 "아저씨, 북행이요? 남행이요?" 하며 묻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북행 중입니다"하고 제가 말했더니, 그분 하시는 말이 "맞군요. 저는 남행중으로 오늘 목적지가 ’대야산’인데, 지금까지 방향을 잃고 헤매면서 같은 지점으로 계속 되돌아오길 세번이나 반복하다가 멀리서부터 아저씨 노래 소리가 들려서 아마 그 쪽이 북행하는 분의 남쪽 방향인가부다 짐작하고 이렇게 방향을 잡아 길을 찾고 아저씨와 부딪쳤군요. 아저씨 오신 길이 장성봉 쪽 맞지요?"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도 그분께 대답하기를 "아저씨 만났기 때문에 저의 북행 방향이 확인 되어 고맙습니다"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둘이서는 잠시 앉아 제가 꺼낸 초콜릿을 나누어 먹고 서로 대간 종주의 성공을 빌어주는 인사를 교환하며 헤어진 일이 있습니다. 발타사르 지휘자님의 글을 읽고 제가 문득 그 때 백두대간에서의 일이 추억으로 연결된 까닭이 무엇인지 궁금하시지요? 대간 가는 길에 사람을 만날 수 없는 외로운 구간에서 고독과 무서움을 달래기 위해서 노래를 부르는데, 나의 노래를 오직 산과 나무들이나 이름없는 두메꽃들 그리고 산새들이나 듣겠지만 그 노래의 메아리치던 방향에서 그 때 문득 외롭게 길을 헤매던 또 하나의 산사나이가 길의 방향을 찾을 수 있었다는 것이고, 그리고 나도 그 사람 때문에 나의 길이 어느 방향인지를 확인할 수 있었지요. 저는 여기 안면도에서 시작한 본당의 소박한 시골 신자들과 지내면서 저의 사목 방향을 여러 가지로 짚어보는 중이지요. 아직 모든 것이 어설픈 처지에서 마치 백두대간의 애매한 구간 여러 방향을 혼자서 탐지해야하는 고충이 있듯이 말입니다. 이러한 입장에서 제가 던지는 마음의 소리가 메아리로 발타사르 님에게 닿아서 나의 이 방향 설정 즉 안면도 성당의 특성을 하나 개발해보자 하는 저의 계획이 희망적일 수 있다는 위로를 얻게 됩니다. 국내에서 우리 천주교 신자 중 오르간 연주자를 한 분도 저는 알지 못합니다. 이번에 저의 오르간을 설치해주신 분과 그리고 그 오르간을 처음으로 연주해주실 분이 모두 개신교 신자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파이프 오르간의 보급도가 개신교 측이 월등 우세한 현실입니다. 발타사르 지휘자님을 통하여 우리 천주교 측의 연주자들과 연결될 수 있다면 제가 더욱 용기를 얻고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의 오르간은 아주 작은 규모(스톱 4개)이지만 우리 안면도의 아담한 성당에서는 썩 잘 공명을 자아낼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신학생 때 공부했던 곡들을 리바이벌 할 수 있도록 틈틈이 연습하겠습니다만, 워낙 오랫 동안 묵혀 두었던 손가락이고 낡아진 감성이라서(나이를 먹어서) 저 자신의 연주는 잘 될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30년도 더 된 저의 옛날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국 성당의 참신한 오르간 반주자들이 안면도에 한번씩 들렸으면 좋겠습니다. 젊은 아마추어 오르가니스트들 말입니다. 프로급 연주자들은 제가 답례할 재정적 능력이 없거든요. 사실 아마추어들과의 오르간 이벤트가 더욱 매력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르간과 플륫, 또는 오르간과 색소폰, 오르간과 트럼펫... 그런 식으로 아마추어들이 안면도 성당에서 가끔 주말에 이벤트를 열 수 있다면연다면..." 하는 소망을 품고 이 성가 게시판에 마음을 띄워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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