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안면도에 주말휴가 오시는 분들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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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윤종관 | 작성일2001-09-07 | 조회수882 | 추천수5 | 반대(0) 신고 |
파이프 오르간으로 하느님 찬미를!
안면도 천주교회 윤종관 신부
파이프 오르간은 우리 가톨릭 교회의 전례로 말미암아 발전되어온 악기입니다. 그래서 현대에 와서 까지도 교회는 파이프 오르간 외의 다른 악기를 교회 전례 시 사용하기를 원칙적으로 규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전례헌장은 다음과 같이 천명하고 있습니다. : "라틴 교회에서 파이프 오르간은 전통적인 악기로서 크게 존중되어야 한다. 그 음향은 교회 의식에 놀라운 광채를 더하고, 정신을 하느님 및 천상에로 힘차게 들어올릴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악기는 (본 헌장이 특수 상황을 지적한 내용을 참작하여) 성스러운 용도에 적합하거나 혹은 적합할 수 있는 것인지, 성전의 위엄에 상응한 것인지, 또한 참으로 신자들의 신심 계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인지 지역 교회 당국(교구장이나 지역 주교회의)의 판단과 결정에 따라 전례에 이용할 것을 허용할 수 있다."(전례헌장 N.120) 그렇습니다. 원칙적으로 파이프 오르간 만이 우리 가톨릭 교회 전례용 유일한 악기입니다. 어느 지역 교회(예: 독일어권 주교회의 산하 교회)는 전자 오르간까지도 그 사용을 극히 제한적으로 허용할 뿐 모든 성당에 파이프 오르간 만을 구비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위 전례헌장 규정이 그렇듯이 파이프 오르간이 아닌 악기를 전례에 사용하는 일은 특수한 경우에만 교회에서 신중히 검토되어야 합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한국 가톨릭 교회는 이에 대하여 거의 간과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경제적 이유 때문이라 변명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만, 작금의 국내 신축 성당들의 건축 규모들을 통상적으로 감안하여 본다면 이제 그 재원 조달의 어려움을 내세울 때가 아닙니다. 그러면서도 성당에서 시류에 따라 아무런 악기나 무제한적으로 사용하며 전례를 거행하는 사례가 허다한 현실입니다. 물론 청소년들의 미사에 키타나 또는 대중적 악기 혹은 특수한 경우의 국악기 등을 사용할 수는 있겠지만, 많은 경우의 청소년 미사에서 오르간을(그나마 전자 오르간 뿐이면서) 배제하고 있는 사례가 많습니다. 키보드 음향이나 또는 행락용 음향기기를 틀어제키면서 미사를 봉헌하는 것을 습성화 하는 젊은이들은 오르간 소리를 들으면 벌써 식상해 합니다. 한심한 일이지요. 전자 기기로 스피커를 통하여 나오는 소리는 기계로 조작한 음향이기 때문에 파이프 오르간이나 아니면 리드 오르간(풍금) 소리와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지요. 오르간 소리는 음향기기의 조작된 소리와는 달리 그야말로 생음악입니다. 악기가 울려서 대기를 움직이는 소리이므로 우리 인간이 육성으로 찬미가를 부르는 데에 가장 적합한 반려 악기인 때문에 교회는 그러한 생음으로 기도하라는 취지의 규제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파이프 오르간은 성당 공간 규모에 맞게 그야말로 건축 설계와 더불어 제작되는 악기로 그 개념 설정이 되어 있는 악기이기 때문에 본래 성당 건물 자체가 공명하도록 제작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파이프 오르간은 세상에 동일한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건축물에 따라 다 다르기 때문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파이프 오르간 자체가 이미 건축물입니다. 우리 한국 교회도 그런 마인드에 이를 때가 되지 않았나요? 아무렇게나 사람들 흥미와 시류에 부합하여 요란스런 악기로 미사 반주를 하면서 그것도 성가를 이른바 생활성가 또는 복음성가 라고 하는 노래들을 전례와 부합한 것인지 검증도 하지 않은채 미사에 활용하는 것은 특별히 반성할 일인 것입니다. 이러한 저의 의견을 비판하실 분들이 많으실 것입니다. 허나 그런 분들께 간단하게 반문하겠습니다. 전례는 하느님을 향하여 거행하는 것이어야 ’전례’가 되는 것이지 인간들의 흥미에 맞추는 것을 일차적으로 주장할 시에는 전례가 아니라는 것을 염두에 두시고 다음의 저의 반문을 숙고해보시라고 말입니다. "전례에 참석하여 하느님 계심을 체험해야 합니까? 아니면 인간들의 흥미의 마당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여기 안면도 성당을 금년 2월달에 시작한 사목자입니다. 여기 안면도는 아직 이른바 청정지역(무공해지역)이라고 합니다. 여기 주민들도 그래서 아직 촌스럽습니다. 이러한 지역에서 저는 본당 공동체에 기본적으로 깔아야 할 신앙 관습형성의 출발을 본래 잘 해야 할 것부터 변칙적인 것을 배제하며 시작하고 싶습니다. 그러면서 교회가 본래 의도한 바 부터 체험축적을 하도록 이 초년 공동체를 이끌고 싶습니다. 그러므로 전례도 본래 교회가 하여온 파이프 오르간 반주로 뒤바침 될 때 참으로 좋다는 체험부터 신자들께서 얻도록 하고 싶은 것이지요. 그래서 우리 작은 성당에 맞을 수 있는 작은 파이프 오르간을 장만하였지요. 성당 건축 공간에 맞는 정도로 만족해하려고 말입니다. 그렇게 제가 이번에 마련한 소규모 포지티브 오르간은 우리 안면도 성당(60평)의 전례용도로는 충분하고도 남는 오르간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전임 시에도 소장하여 제가 사목하는 본당의 전례를 파이프 오르간으로 거행할 것을 결심하고 이 오르간을 장만하였습니다. 한국 천주교회는 특히 국내 개신교 교당들의 파이프 오르간 설치율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음을 주지하고 본래 가톨릭 전례에 그 값어치를 발휘하여온 이 악기에 대하여 무관심한 현실 반성을 하여야 할 것입니다. 저는 여기 안면도의 아담한 성당에서 자그마한 파이프 오르간의 아름다운 전례를 꿈꾸다가 주님의 은혜로 이 악기를 얻게 되어 주님께 참으로 감사한 마음 그지 없습니다. 그래서 우선 여기 안면도에 주말휴식차 오시는 형제자매님들을 위해서 토요일 저녁에 토요특전미사를 봉헌하며 [오르간과 함께하는 주말의 작은 음악회]를 상례화 하고 싶습니다. 9월 15일(토) 오후 7시 30분의 ’오르간 봉헌 연주회’를 필두로 하여 매주 토요일에 아마추어 오르가니스트가 솜씨를 발휘하는 시간을 갖고 싶습니다. 그 이유는, 여기 안면도에 휴가차 오시는 분들께서 해안의 품 안에서 자연의 신비를 체험하고 자연스레 하느님의 숨결을 느끼시며 성당을 찾아오신다면, 주말 저녁에 토요특전 미사 봉헌 겸 천상적 화음의 파이프 오르간을 감상하시며 머리를 식히시게 해드릴 수 있으리라 소망합니다. 그런 [파이프 오르간의 주말 미사 시간]을 함께하실 분들을 기다리겠습니다. 앞으로 전국의 천주교나 개신교 오르간 반주자들 가운데 여기 안면도의 주말 연주를 해주실 분을 기다리면서 말입니다. 대곡을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부담없이 아마추어 다운 면모로 작은 곡을 연주하러 오시는 것을 저는 더 환영하겠습니다. 여기 주말휴가차 오시는 분들 가운데 평소 오르간을 조금이라도 연주해보신 분이시라면 즉석에서 미사 참례하시는 분들께 작은 곡 하나 쯤이라도 선사하시면 더욱 소박한 오르간의 이벤트가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우리 안면도 성당은 설립된 지가 1년도 안된 초년 본당이기에 주변의 분위기 정리(조경 공사)를 아직 다 하지 못했습니다만, 제가 부지런히 일해서 나름대로 매력있는 환경 조성을 하기로 약속 드립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하시는 우주적 조경(?)을 이미 마련하시고 우리들을 기다리고 계셨답니다. 안면 해수욕장의 시원한 파도 소리를 바람에 띄우시며 꽃지 해수욕장 할미할아비 바위 사이로 내다보이는 황혼의 수평선 끝에 매일 황홀한 일몰을 연출하시는 하느님의 위대하심을 체험하시고 우리 성당에 오시는 형제 자매님들께서 파이프 오르간의 천상적 화음 속에 봉헌하는 아름다운 미사의 시간..., 그 파이프 오르간으로 올리는 하느님 찬미를 함께 하시지 않으시겠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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