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혜화동 세실리아] 성가대 발표회 참관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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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건정 | 작성일2001-09-09 | 조회수1,469 | 추천수14 | 반대(0) 신고 |
라우다떼 도미눔!
지난 며칠간은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스트레스를 좀 받았습니다. 우리는 거의 매 주일미사 때 마다 신자들의 기도를 바침니다. "위정자들을 위한 기도"를 전국 방방곡곡 성당에서 바치건만 아직 기도가 부족한 모양입니다. 항공, 언론, 보건, 투명성...모두 아프리카의 짐바브베나 리비아같은 후진국 수준이라니.... 게다가 아이들 본 받을까봐 겁나는 정치인들의 그 행태.... 이럴 때는 다른 어떤 것 보다 텔레비젼을 멀리하고 교회음악회 참석이 약입니다.
9월이 되니 여기 저기 볼만한 교회 합창무대가 많습니다.(이 번 토요일, 15일 8시엔 Stabat Mater가 당산동 성당에서...기대가 큽니다) 오늘은 서울 혜화동 성가발표회에 갔었습니다. 작년 11월, 3개 성가대가 합동으로 음악회를 해서 가 본적이 있는데 오늘은 장년 혼성성가대인 세실리아 성가대 발표회로 프로그람을 보니 색 다른 면이 있어서 기대가 컸습니다.
***************** 무엇이 색다른가?
1.우선 성가대 발표회의 일반적인 프로그람 형태를 바꾸었다. 통상 제1부에 라틴어 미사곡, 중간에 찬조출연으로 독창이나 기악연주를 넣고 제2부에 모테트나 격이 높은 성가를 넣는데 이 발표회는 미사곡이 없고 모두 소품들이다.
2.아담한 파이프 오르간이 제대 왼쪽 옆에 있어서 청중은 오르가니스트의 일거수 일투족을 다 보며 들을 수 있다. 특히 음량 조절상자(Swellbox)가 여닫히며 음량이 조절되는 것을 보기란 매우 드문일인데 이 곳에서는 잘 보인다.
3.특별출연하는 독창자들이 중량급 성악가이다. 테너 신영조, 베이스 최석기, 소프라노 금혜주...모두 우리 교회의 유명 성악가이다.
4.한국적인 전례 성가를 연주한다. 부산교구 성음악 감독인 윤용선 신부 곡인 "사랑의 찬가"와 "성모찬송"은 그레고리오 시편창을 원용하여 한국적인 느낌이 드는 곡이다.
세실리아 라는 이름은 참 많다. 레스토랑 이름으로도 쓰이고 대중가요에 연인 이름으로도 쓰인다. 가톨릭 교회에서는 성음악 주보성녀이기 때문에 성가대 이름으로 많이 쓰는데 역사를 고증해 보아도 음악과 직접 관련이 있다는 기록은 못 찾고 있다. 아무튼 공식적으로 음악 성녀이므로 전례음악을 발전시키자는 "세실리아 성음악 협회"도 생겨났다. 혜화동 주 성가대가 세실리아 라는 이름을 잘 택한 듯 하다. (성가대원 중 세실리아도 많던데...왜 세실협회 회원은 한 명도 없는지 모르겠다) 성가대 연혁을 보니 화려하다. 40년 역사에 찬란한 전통(70년대 서울대교구 성가 경연대회 연 3패)... 발표회는 이 번이 두 번째라고?
2001년 9월 8일 저녁 7시40분, 약 500 여명의 청중이 자리를 다 채웠다. 단원구성을 보니 소프라노 17명, 앨토 8명, 테너 4명, 베이스 5명으로 모두 34명이다. 작년 보다 조금씩 늘었으나 파트간 균형은 여전히 취약하다. 남녀 비율 9:25
[승용차의 바퀴는 4개이다. 요즘은 전륜구동 방식이라 하여 앞바퀴 두 개가 동력을 받아 차를 굴리고 뒷 바퀴 두 개는 건성으로 따라간다. 그러나 4개의 타이어의 공기 압력이 같거나 비슷해야 차가 오래 잘 굴러 간다. 오른 쪽 앞바퀴는 공기압력이 40파운드이고 왼쪽 바퀴는 25파운드, 그리고 뒷바퀴는 20 파운드씩이라고 하면 ....? 한국 가톨릭 교회 성가대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점이기도 하다]
연주곡목은 제1부에서 -Veni Jesu Amor Mi 체루비니 곡 (성가책 173번) 라틴어와 우리말 -Ave Verum 모차르트 (성가책 194번) -Ave Verum 쌩쌍 -사랑의 찬가 윤용선 신부 -성모찬송 윤용선 신부 -주여 나를 평화위해 쓰소서 알렌 포테
찬조출연으로 -베이스 최석기: 심판날에 악한자를(베르디 곡 레뀌엠 중에서) -소프라노 금혜주: 사랑의 송가(성가책 46번), 구노의 Ave Maria -테너 신영조: 주기도문 말로테
제2부에서는 수준을 좀 높여서 -순례의 합창<오페라 탄호이저 중> 바그너 -생명의 양식(성가책 503번)/테너 신영조의 독창과 합창 프랑크 -나의 눈을 여소서 리 스코트 -기도 토스티 -천사의 성모시여<오페라 운명의 힘 중> 베르디 -성 프란치스코의 기도 템플
그리고 준비된 앙콜 곡으로 -Ave Verum 엘가 -산상설교(축복)-예전에 성가 경연대회 때 많이 불린 곡 에반스
오늘 발표회는 아주 잘 했다. 소프라노 파트가 비브라토 소리가 거의 없고 자신감이 넘친다. 전체적으로는 파트간 불균형을 어차피 감안하면 남성들이 열창을 했고 독창자들이 명성에 걸맞게 무대 분위기를 격상시켰다. 작년에 비해 실력도 많이 나아졌다. (올 여름에 땀께나 흘렸겠다). 가장 신나게 연주한 사람은 오르가니스트(김주연)이었다. 온 몸이 반주에 몰입된 것이 보인다. 곡에 따라 다른 템포와 음색변화, 주법의 다양함은 파이프 오르가나스트의 역할을 재 인식시키기에 충분하였다. 어머니가 주축이 된 성가대로서는 수준 높은 곡을 연주했다.
다만.....보다 나은 내일을 위하여 쓴소리를 한 마디 안할 수가 없는데...., 성가대가 1부에서는 평이한 곡을 잘 소화했으나 2부에 가서는 소프라노 파트가 체력이 달리니 고음으로 갈수록 피로한 음색이 나왔다. 특히 오페라 두 곡은 젊은 지휘자(정준영)의 패기로 도전하였는 바, 좀 어려운 곡임이 틀림없다고 느꼈다. 중간 중간 변조와 아주 짧은 싱코페이션이 많아서 쉽지 않은 곡 들이다.
독창곡으로 말롯데의 "주 기도문"은 좋은 곡이긴 하나 완전한 개신교 노래인 것이 맘에 걸린다. 성악곡은 기악곡과 달라서 곡 보다 가사가 우선한다. 차라리 원어로 부르면 모르고 지나갈 일이나 유서 깊은 성당에서 , 그것도 성가 발표회에서 개신교 가사로 번역된 노래를 부르는 문제는 심사숙고해야 할 것으로 본다. 용어만 조금 다른게 아니라 가사가 절 반 정도로 축약된 노래이다. 곡명부터 "주님의 기도"가 아니고 주 기도문이다. [역으로, 개신교 교회음악회에서 가톨릭 가사로 주님의 기도, 예컨데 이종철신부나 최병철교수 곡을 부르겠는가?]
이런 좋은 무대를 자주 마련하는 서울 대교구 제 8지구 지구장 좌 성당 주임신부님과 세실리아 성가대에 감사합니다. 단장, 지휘자, 반주자, 그리고 성가대 독창자(홍명희)... 잘- 들었습니다.
서울에서 김빠뜨리시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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