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메시아 감상(13)]제42-44곡(할렐루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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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봉섭 | 작성일2001-12-19 | 조회수2,625 | 추천수3 | 반대(0) 신고 | ||||
[메시아 감상(13)] 제 42곡-제 44곡
[이 글은 제가 1995년 6월에 저희 성가대원들을 위해 썼던 메시아 감상 도움글을 수정하고 악보를 추가한 것입니다. 참고로 메시아의 nwc 악보는 http://www.vpmag.com/nwc/messiah.html에서 내려받을 수 있으며, http://www.cdnow.com을 검색하면 여러 연주의 샘플도 들을 수 있습니다.]
No. 42 Recitative : He that dwelleth in heaven 레시타티브 : 하늘에 계신 분이 웃으시도다 No. 43 Air : Thou shalt break them 아리아 : 철창으로 그들을 들부숴라
계속 이어지는 시편입니다. 인간들이 주님을 거역하려고 음모를 꾸미는 것은 사실 위에서 보시기에 가소로울 뿐입니다. 음모를 꾸미지만 주님께서 웃으시다가 드디어 분노를 터뜨려 호령하십니다. "(너는 내 아들, 오늘 너를 낳았노라...) 너, 철창으로 그들을 들부숴라." 최후의 심판 날이 이런 모습일까요... 테너가 레시타티브에 이어 당당하게 아리아를 노래합니다. 역동적인 노래와 도전적인 바이올린에, 반주에서 반음계적으로 움직이는 베이스 라인이 어두운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악보 48). 사실 베이스 라인을 이렇게 반복하는 것은, 곡 전체에 통일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똑같은 베이스 라인을 반복하는 ’basso ostinato(일명 고집저음, ground bass)’라는 것과 통하는 데가 있습니다.
No. 44 Chorus : Hallelujah 합창 : 할렐루야
모든 악이 없어진 다음, 이제 남은 것은 주님의 영광뿐일 것입니다. 불후의 명곡 [할렐루야]가 장엄하게 연주됩니다. <메시아>의 제 3부는 일종의 에필로그에 해당하며, 실질적으로 구세주의 구원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주는 것은 제 2부에서 끝납니다. 이 장엄한 이야기의 대단원이 바로 이 [할렐루야]합창입니다. 가사는 요한묵시록에서 따 온 것이며, ’할렐루야(히브리어)’ 또는 ’알렐루야(라틴어)’는 "주님을 찬양하라"라는 뜻입니다.
합창이 장엄하게 "할렐루야"를 노래하고, 잠시 후 오랫동안 쉬고 있던 트럼펫이 찬연한 모습을 드러내며 팀파니도 등장합니다. 이 곡은 특히 단성적(monophonic), 다성적(polyphonic), 동성적(homophonic)으로 짜임새를 급격하게 변화시켜 감으로써 놀라운 다양성을 이루고 있습니다. 처음의 "Hallelujah"는 동성적인 짜임새, 즉 소프라노가 멜로디가 되고 나머지 파트가 화음을 맞추는 형태입니다(악보 49). 그러다가 "For the Lord God omnipotent reigneth"는 모든 성부와 악기가 단음(유니즌, unison)으로 노래합니다. 단성적인 짜임새라고 부릅니다(악보 50). 동성적인 "Hallelujah"가 네 번 반복된 후(제 19-21마디), 이번에는 "For the Lord God omnipotent reigneth"와 "Hallelujah"를 다성적으로 노래합니다(악보 51). 각 파트가 시간차를 두고 비슷한 가락을 주고받고 있지요.
이어 "The kingdom of this world..."에서 잠시 동성적으로 바뀌었다가, "And He shall reign for ever and ever" 하는 새로운 주제(제 41마디)가 나타나서 이번에는 다성적으로 전개됩니다(악보 52). 이 주제는 코랄 "잠 깨라고 부르는 소리 있도다 (Wachet auf, ruf uns die Stimme)"의 마지막 부분과 매우 비슷합니다. 계속하여 이렇게 짜임새를 변화시켜 가면서 점점 고조되고, 마지막에는 활발하게 몰아치다가 갑자기 정지한 후, 네 개의 긴 화음으로 장엄하게 "Hallelujah"를 노래합니다.
참고로 여러 악보에는 제 5마디의 테너 두 번째 음이 D로 나와 있는데 자필에는 F#으로 되어 있으며, 제 23마디의 테너와 제 26마디의 알토 가사붙이기도 틀린 경우가 많은데 역시 자필에 따르면 악보 51에 표시된 것처럼 네 번째 박자에 "le-"가 오는 것이라 합니다. 전해지는 일화로, 초연 이듬해인 1743년의 런던 공연에서 [할렐루야]가 울리자 그 자리에 왔던 국왕 죠지 2세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는 것이 있습니다. 그 이후로 연주회장에서 이 곡이 연주될 때는 모든 청중이 일어서는 관습이 생겼다고 하며, 지금까지도 이 관습이 상당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 관습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도 많고, 영국 등지를 중심으로 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죠지 국왕은 음악에 둔감한 인물로, 아마도 꾸벅꾸벅 졸다가 장엄한 이 합창이 나오니까 번쩍 잠에서 깨서 일어났을 것이고, 그것이 이 훌륭한 합창에 대한 감동으로 미화되어 관객들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악습(?)이 생겼다는 견해도 있다는 것입니다. 한편 <메시아>가 인기를 끌면서 점차 그 연주 스타일이 확대되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헨델 당시의 일반적인 연주진 규모는 이삼십 명 정도였다지만, 헨델 사후 1784년의 기념 연주에 500명 넘는 연주진을 동원하기도 했다고 하는군요. 특히 할렐루야 합창의 경우 가장 심해서, 극단적인 예이지만 심지어 만여 명의 합창단을 동원해서 연주한 기록까지 있다는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레코딩에서 역시 그만큼 다양한 모습을 만날 수 있습니다. 토머스 비첨(Thomas Beecham)경의 1950년대 연주(RCA Victor 레이블)는 오케스트라 편성을 크게 개작한 대규모 연주인데, [할렐루야]의 경우 전주 첫 박부터 엄청난 심벌즈 소리로 시작한 다음 대단한 스피드로 몰아치다가 끝나는, ’압도적’으로 사람의 감정에 호소하는 형태입니다. 물론 당시에 헨델이 그런 연주를 상상하지는 않았을 것 같지만 말입니다. 한편 그런 데에 비하면 당시의 경향대로 연주하기를 추구하는 원전연주들에서는(두 번째 글 ’원전연주’ 편 참조) 이 곡도 상대적으로 얇게 들립니다. 가디너(John Eliot Gardiner)판 같은 경우는 시작 부분이 너무 가벼워서 잠자는 국왕을 단숨에 깨우기에는 좀 힘들 것 같군요. 개인적으로는 호그우드(Christopher Hogwood)의 원전연주와 리히터(Karl Richter)의 연주 등을 좋아합니다만, 어쨌거나 끝에서 끝까지 다양한 명연이 존재합니다.
요한묵시록에서 묘사하는 천상의 할렐루야는 대충이나마 어떤 모습일까요? "큰 군중의 소리와도 같고 큰 물소리와도 같고 요란한 천둥 소리와도 같은 소리(묵시 19, 6)"라는 구절도 볼 수 있습니다. 어린 천사들의 천진한 소리도 함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들고요... 한편 헨델이 가장 힘들던 시기에 놀라운 영감에 차서 이 곡을 만들었을 때, 스스로 원했던 이 곡의 연주는 어떤 것이었을까요?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또 어떻게 재창조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지상에서 만들어진 것을 지상에서 노래하면서 천상의 모습 그대로를 재현할 수야 없지만, 또 연주자마다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겠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정성되고 아름답게 연주해야 하겠지요. 장엄한 곡이라 해서 무조건 크게만 부르려 하는 것도 부담스러울 뿐 아름답지는 않을 것 같고, 한편 확신 없는 소리가 되어서도 안될 것입니다. 천상의 모습을 마음 깊은 데서 그리면서, 또한 짜임새와 셈여림의 다채로움, 프레이징 등을 고려하면서, 보다 아름다운 찬미를 드리기 위해 노력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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