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묵상 기도 음악회'와 나의 묵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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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정경자 | 작성일2002-05-12 | 조회수578 | 추천수5 | 반대(0) 신고 |
성모 성월이 시작되는 오월의 첫주 토요일 밤, 본당에서는 묵상 기도 음악회를 열었다. 출연진이 여중생들로 구성된 합창단이란 말을 듣고 별 기대없이 다만 본당행사에 동참하는 마음으로 남편과 함께 참석하였다. 기대가 없었으니 혹 분심이라도 들것 같은 걱정에 제일 앞자리에 자리하고 반강제로 함께한 남편의 투정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의 소리는 내 마음에 해맑음과 기쁨, 평화, 감사 그리고 고통으로 다가 왔다.
4년 전, 성모승천 대축일에 우리 가족은 대축일 기분을 마음껏 낼 요량으로 시골에 자리한 자그마한 성당의 저녁미사에 참례했었다. 크고 웅장한 성당보다는 작고 허름고 자연과 함께한 성당의 분위기는 늘 우리에게 겸손히 그분 앞에 무릎 꿇게 하기에 가끔씩 시골본당을 찾고 있던 때였다. 기쁘게 미사 참례를 하고 나오니 이미 어둠이 자리하였고, 어린 아들아이는 좋아라 우리 앞을 뛰어 갔다. 헌데 순간 눈 앞에 아이가 사라지며 곧 아이의 고통스런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성당 한 구석에 낮은 낭떨어지가 있었는데 그곳에 떨어진 아이를 찾아 살펴보니 무엇엔가 심하게 찢기어 턱에서 피가 많이 흐르고 있었다. 정신없이 응급실을 찾으니 의사선생님은 아이 상처의 심함을 내게 알려주려고 핀셋으로 상처부위를 헤집었는데 턱에서 입안까지 그 두꺼운 피부가 뚫려 있었으며 피는 계속 흐르고 있었다. 어린 아들의 그 모습을 보며 내 가슴은 찢어질 듯 아파왔고 결국 혼절을 하고 말았다. 다행히도 뼈나 치아는 다치지 않았고, 병원이라면 질색을 하던 아이는 엄마의 그런 모습을 보고 오히려 엄마를 위로하며 한시간 반 동안 잘 참고 치료를 받았다. 이제 사춘기를 한참 지내고 있는 아들아이의 잠든 모습을 바라 보면서 가장 눈에 띄는 턱의 커다란 상처, 그 상처를 어루만지면 아직도 가슴이 아려온다. 아들아이 역시도 그 때의 일을 되새길 때면 엄마의 사랑을 가장 크게 느낄 수 있었노라며 나를 보고 웃어 준다.
그런데 아름다운 합창 소리를 들으며, 커다란 십자가 위에 예수님의 모습을 바라 보며, 성모님이 겪으셔야 했던 그 고통을 묵상하면서 왜 그때의 일이 생각났는지... 나는 아들의 작은 상처에도 혼절할만큼 고통스러웠는데, 뭇사람들에게 능욕을 당하시고 매 맞으시고 결국 십자가에 못 박히시어 피를 흘려 내며 죽어 가시는 당신 아드님의 모습을 바라 보며 어머니 마리아는 얼마나 고통스러우셨으며, 그 가슴은 얼마나 갈기갈기 찢기둣 고통스러우셨을까! 막연하게 알던 그 고통을 이제 나도 어미가 되어 자식을 키워 보니 성모님의 마음을 아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머니 마리아께서는 당신의 삶을 통하여 과연 우리에게 무엇을 원하시고 바라고 계신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당신 같은 삶은 아닐지라도 하느님 뜻에 순명하며 자식들에게 올바르고 자애로운 부모가 되길 원하실 것이다. 훗날 우리가 하느님 앞에 가서 우리의 소명을 성실히 다 했노라고 고할 수 있고, 자식들 가슴에 변하지 않는 영원한 고향으로 남을 수 있길 바라실 것이다.
성모 마리아, 우리의 어머니시여! 우리들이 위태롭고 혼돈스러운 이 세상의 삶 속에서도 신앙인으로서 바르고 성실히 살 수 있도록, 또 우리의 자녀들에게 자애롭고 진실한 어버이가 될수있도록 우리를 위하여 전구하여 주소서. 아 - 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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