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퍼온글] 음악으로 해야죠 ...이병욱 서원대 교수(그레고리오, 국악작곡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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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신동린 | 작성일2004-08-20 | 조회수785 | 추천수3 | 반대(0) 신고 |
음악으로 해야죠" 이병욱 서원대 교수(그레고리오, 국악작곡가) 이병욱 교수는 아프리카 전통 선율에 실려 들려오는 미사곡 'Missa Luba'(케냐 뭉가노국립합창단 음반)를 듣고 "바로 이거다"라며 무릎을 탁 쳤다. 그때부터 우리 가락으로 하느님을 찬미하는 일에 몰두했다. 국악미사에 관심을 갖고 있는 김종국 신부와 가톨릭 국악실내악단을 창단해 국악미사를 봉헌했다. 신자들의 반응이 예상외로 좋았다. 'Kyrie'(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Gloria'(대영광송), 'Sanctus'(거룩하시다) 같은 미사곡에 우리 가락을 얹어 '우리소리 미사집'과 '우리소리 성가집' 음반도 냈다. 또 성 김대건 신부의 순교정신을 그린 오페라 '솔뫼'를 작곡해 해미읍성 야외무대에 올렸다. 그런데 길게는 10년 전, 짧게는 2년 전의 일이다. 신자 국악작곡가로서 교회음악 토착화를 평생의 업(業)으로 생각하고 있으나 지금은 열정이 한풀 꺾였다. "하느님은 각 민족에게 고유한 언어와 가락을 주셨어요. 그러니까 우리도 삶이 가장 진하게 배어나오는 우리음악으로 하느님을 찬미해야죠. 그런데 미사곡이나 성가를 듣고 '참 좋다'고 감탄하는 게 전부입니다. 국악인들의 활동을 북돋아 국악성가를 진흥시키는 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는 교회음악 토착화의 침체원인은 우리 음악에 대한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음악인들에게 음악은 직업입니다. 교회는 그들에게 봉사만 요구하고 있는데 봉사 수준의 활동에는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국악에 관심있는 사제들이 힘을 모아 장(場)을 펼쳐주고 방향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래야 '쟁이들'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는 "경쟁력있는 한국 가톨릭 문화유산은 순교정신"이라며 문화유산 상품화에 대해 언급했다. 순교정신을 상품화해서 돈을 벌겠다는 얘기가 아니다. 사람들이 돈(입장료)을 내고서라도 보고 싶어하는 작품을 만들어 선보이면 순교자현양과 순교신심 고취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2년 전 충청오페라단이 무대에 올린 작품 '솔뫼'(성 김대건 신부)를 예로 들었다. "안면도 국제 꽃박람회 주최측이 마련한 공연이었는데 중견 사제들이 작품을 보고 감동해 눈물을 펑펑 쏟았습니다. 교회도 문화행사 기획력이 있어야 합니다. 요즘 서양 오페라 입장료가 15만원, 20만원이지만 교회는 입장료 1, 2만원을 받고도 감동적인 순교자 오페라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관심만 있으면 얼마든지 좋은 작품을 갖고 지방, 해외 한인성당, 세계 유명 성당으로 나갈 수 있어요." 그는 심혈을 기울여 작곡한 '솔뫼'조차도 사장(死藏)돼 있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솔뫼' 같은 작품은 한국교회와 전통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도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지적대로 우리 미사전례에 활력이 없는 게 사실이다. 특히 성가는 늘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다. 그는 한국인이 서양곡조에 마음과 기도를 실어 부르는 게 쉬운 일이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신자 몇 명의 열정만으로는 힘들고 당사자도 금방 지친다"며 "21세기 교회는 문화의 무형적 가치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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