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는 1977년 개신교와 교회 일치운동 차원에서 공동번역성서를 만들어 사용하며 많은 것을 양보했다. "하느님" 이라는 거룩한 명사를 지키기 위해 다른 것을 대폭 양보했지만 대부분의 개신교단에서는 공동 사용 약속을 깨고 이 성서를 사용하지 않고 가톨릭과 성공회, 정교회 등에서만 공동번역본을 사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권은 개신교(성서공회)측에서 가지고 있어서 상당액의 인세가 매년 개신교로 들어가는 현실이었다.
이제 고인이 되신 임승필 신부(제주교구 출신, 성서학 전공학자)님을 비롯한 많은 신학자, 사제들의 약 17년 각고 노력으로 원어에 가깝게 가톨릭적으로 번역한 신,구약 전체가 나오게 됨은 경축할 일이고 역사적 쾌거이다. 이 성경은 신중을 기하기 위하여 여러 수도원에서 수년간 실험적용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례음악 측면에서는 많은 과제를 안게 되었다. 가톨릭 성가집이나 화답송 가사를 대폭 바꾸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잖아도 매일 미사책에 나오는 화답송이 주보에 함께 나오는데 기존 화답송 악보(예: 손상오 신부 시편성가) 를 대폭 손질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시편 성가는 가장 많이 애창되는 시편성가집(2004년 수정판)인데 매일미사책과 다른 가사로 된 화답송(후렴과 복음성구)가 있어서 애로가 있다.일반(대중)성가와 달리 가사의 중요성이 크고 신자들의 참여 또한 높기 때문이다.
위에 예를 든 시편성가는 성가대의 정당한 요구에 의하여 2004년 수정판을 어렵게 냈지만 또 수정해야 하게 생겼다. 전체적인 뜻은 같다고 할지라도 앞뒤 문장을 바꾼다든지 보어를 생략한다든지 하여 노랫말이 달라지므로 인하여 음율이 변하고 실러빅 창법이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필자가 보관중인 초판 시편성가는 그간 가사를 덧붙이고 수정하여 쓰노라 누더기가 되어있고 작년에 나온 수정판도 이미 여러군데 수정을 해서 쓰거나 여의치 않으면 아예 포기를 하고 다른 곡을 쓴다).
화답송은 말씀전례에서 음악적으로는 독립적인 지위에 있지만 크게 보아 제 1독서의 일부분이다. 즉 성가대가 있는 교중미사때는 독서자가 읽는 독서대에서 바로 선창을 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대개 독서자와 선창자는 다른 사람이므로 독서대 아래나 2층 성가대석에서 선창을 하고 신자 제창이 있다. 그후에 성가대에서 시편독송을 부른다.
이때 특히 신자들은 "듣기" 보다는 주보나 매일미사책에 나와 있는 화답송 후렴을 눈으로 "보며" 마음속으로 또는 입으로 "따라 읽는다". 그러므로 텍스트(주보나 매일미사책에 나올 새 번역 성경과 기존 화답송 가사)가 다를 경우 분심이 들게 마련이다. 요즘도 한 두 자 가사를 다르게 노래해도 항의를 하는 현실이다. 성가대가 틀린 가사로 노래한다고...
새 성경이 3개월 후 시행되면 한동안 악보 가사를 수정(화이트 지우개로 지우고 개사)하여 부르느라 수고를 많이 하게 되었다. 다른 성가집도 점차 맞게 고쳐야 할 것이다.
하루 속히 새 "성경" 에 걸맞는 가톨릭 성가집, 시편성가 등 전례음악곡집이, 신간이든 수정간이든, 나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