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 게시판

제목 (퍼온글)이선희 글- 프란치스코성인 영화를 보고 ....
작성자조남진 쪽지 캡슐 작성일2006-11-14 조회수873 추천수0 반대(0) 신고

지난 11일 있은 제2회 가톨릭영상포럼에 함께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서울 평신도사도직협의회  문화분과 이선희 마리아 위원이 쓴 글을 퍼올립니다.

제3회 영상포럼은 18일 오후5시 명동 청소년문화공간 '주'(우리농 옆)에서 열립니다.
이번 주에는 청소년교육의 선각자요,수호자 '돈보스코' 성인 영화를 보고 나눔을 갖습니다.
많이오셔서 함께 보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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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1일 토요일 제2회 가톨릭  영상포럼은 '러브스토리'의 감독으로 널리 알려진 이탈리아의 프랑코 제페렐리 감독이 만든 프란치스코 성인(1182~1226)의 영화가 상영되었습니다.

자연 속 가장 작은 생명의 아름다움을 볼 줄 알고 깊이 감정이입을 했던 아씨시의 성프란치스코 성인의 마음을 딴 '해 형제 달 자매(sun brother moon sister)' 라는 아름다운 제목부터 가슴에 와닿았지요. 벌써 20년이 넘은  영화라지만 감독이 얼마나 공들여서 이 작품을 빚었는지 그 영상미가 정말 돋보이는 영화였습니다. 우리가 익히 음악으로 들어 알던 '태양의 찬미가'를 비롯, 전편에 흐르는  아름다운   영화음악들이  영화못지않게 메시지를   전달해줍니다.

복음을 글자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권위와 위선에 사로잡혀 있던 교회를 놀라게 하고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켰던 성인 프란치스코. 영화는 그의 청년기부터 시작됩니다.

 이탈리아 아씨시의 포목상을 하는 평민이지만 매우 부유했던 가정에서 태어나 정말 남부럽지 않은 방탕한 생활을 하던 프란치스코 성인의 모습을 비춥니다. 그는 부모님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기사가 되려고 전투에 참여합니다. 그러나 전쟁에 환멸을 느끼고 도망쳐 집에 돌아온 뒤 중병을 앓게 되지요.

생사의 갈림길에서 헤매던 그는 경박했던 지난 날의 생활을 개심하게 되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가난한 사람들의 아픔을 헤아리게 되며 자연의 아름다움에 눈뜨게 되지요. 풍족했던 삶의 자취를 벗어버리고 옷가지마저 모두 벗어버린 채 '나는 걸인이 되겠다'며 벌거숭이가 되어 예수님 앞으로 나가는 장면, 눈보라 속에서 맨발로 무너진 성다미아노 성당의 벽돌을 쌓는 그의 모습들이 하나하나 인상적으로 펼쳐집니다.

 

 새로 개축된 작고 아름다운 성전에서 비천한 노동자들이 정성을 다해 제단에 자기 자신을 바치는 아름다운 미사 모습들이 위선과 권위에 찌든 교회와 대비되어 얼마나 아름답게 다가오던지...행복은 재물이나 권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을 사는 삶 속에 있음을 이 영화는 정말 뼈저리고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꿈꾸던 아름다운 이상향의 교회가 폭력 앞에 무력하게 불태워지고 파괴되는 모습을 본 후 그는 "도대체 왜?" 라는 물음을 안고 그 당시 해도 가릴 정도의 권위자로 불리는 교황 이노센트 3세를 찾아가게 됩니다. 이노센트 3세를 만나 "주님의 말씀처럼 사는 것이 나쁜 것입니까? 과연 불가능합니까?"라는 질문을 하고 자신의 수도회를 인정받기 위해서였죠...

작은 것에 족하면 행복할 수 있는데 원리에 대한 강박과 탐욕으로 본연의 순수함을 잃은 교회와 교황 앞에서 맨발의 거렁뱅이 수사들의 당당한 항변은 충격이었죠.

당당한 맨발과 위엄과 가식을 앞세운 치렁치렁한 금빛 옥좌와의 대비는 또 얼마나 선명하던지...

영화는 이노센트 3세가 프란치스코 성인을 인정하며 성전에서 쫓아냈던 그를 다시 불러들여 모든 가식적인 치장을 벗고 프란치스코의 손과 발에 입맞추며 그를 인정하는 모습에서 클라이막스를 맞습니다.

이 영상포럼에 앞서 프란치스코 정신과 맞닿은 삶을 살고 계신 작은형제회 이종한 요한 신부님께서는  강론을 통해 하신  "교회가 예수님의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더 이상 교회는 교회가 아니다"라는 말씀을 새기게 되었던 영화였습니다.

 이 신부님은 성인은 바로 "하느님만으로 만족했던 사람"들이라며 "하느님과 재물(현세에 자기 자신이 가장 귀하게 생각하는 것)을 아우를 수 없다"는 성경말씀을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번 되새겨보라는 말씀을 주셨지요.

 

풍족했음에도 모든 것을 벗어버리고 주님의 일꾼이 된 프란치스코 성인을 통해 풍족한 시대일수록 '영적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되새겨 볼 수 있었으면 한다는 말씀도 해주셨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관객들은 이 영화에 대한 느낌을 나누는 작은 모임을 가졌습니다. 이 영화를 보며 나눔에 대한 것을 생각하게 되었고 내가 가진 작은 것을 나눌 수 있게 해달라는 화살기도를 계속 바치게 되었다는 자매님, 영화속에서 프란치스코 성인이 했던 '왜(why?)'라는 계속되던 물음이 가슴에 다가왔다며 관행으로, 때로는 무심하게 넘겼던 일들을 다시 한번 '왜?'라는 시각으로 살펴보아야겠다는 형제님, '맨발'의 의미와 함께 가장 작은 것을 볼 줄 아는 아름다움의 소중함을 다시 느끼게 되었다는 자매님 등등...

제페렐리 감독은 프란치스코 성인의 2부작을 생전에 다시 만들어 프란치스코 성인 전을 완결하겠다는 야심을 불태우고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 나올 영화의 완결판을 고대해봅니다.

하느님께서 이 시대에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끄집어내 보여준 이 영화, 혼탁해진 세상에서 빛이 바래져 있던 보석같은 심성들을 다시 한번 맑디 맑은 찬물로 헹구어내준 것 같았던 이 영화를 더 많은 분들이 보실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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