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 게시판

제목 3월13일, 페르골레지의 '슬픔의 성모' 음악회에 초대합니다.
작성자생활음악연구소 쪽지 캡슐 작성일2008-03-11 조회수998 추천수1 반대(0)


 

Stabat Mater

 

Sabat Mater 는 13세기 이탈리아의 종교시인 야코포네 다 토디가 라틴어로 지은 시의 제목이다. 라틴어 Stabat 는 영어로 Stood 라는 뜻이고 Mater 는 영어로 Mother 라는 뜻으로 두 단어를 합하면 "성모는 서 계시다"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시의 제목이 되는 것이다. 요한복음에 보면 마리아는 예수가 못 박힌 십자가 아래, 그러니까 예수님의 발 아래에서 서서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 시는 성모통고()기념일(9월 15일) 미사에서 그 통고를 묵상하는 기도문으로 또한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못 박혔을 때의 성모의 슬픔을 노래한 성가로 사용되어 사순절()과 성모통고의 기념일, 특히 십자가의 길을 행진할 때 불린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런 고통에 누가 함께 울지 않으리오”


소규모 앙상블 등 ‘작은 음악’ 추구한 페르골레시
평온한 음악 안에 슬픔의 폭발력과 정화의 힘 담아


2월 28일, 영국의 계몽시대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내한해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바흐의 ‘요한 수난곡 Johannes Passion’을 연주했다.

꽤 규모가 큰 합창단과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들어오던 이 수난곡을 열두 명의 합창과 18명 규모인 시대악기(작곡 당시에 사용했던 악기 형태를 되살린 고악기)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들으니 새로운 음악처럼 들렸다. 수난의 고통과 참회의 심정을 노래하는 단어 하나 하나가 더욱 명료하고 절실하게 마음에 꽂히는 느낌이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표어는 21세기 교회음악의 중요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대규모 합창단 및 오케스트라의 물량공세와 현대식 악기의 세련되고 윤기 있는 울림보다 고악기의 여리고 소박한 음향과 소규모 합창단 및 오케스트라의 정교한 연주가 우리 내면의 영성에 더욱 강렬하게 호소하기 때문이다.

18세기 이탈리아 작곡가 조반니 바티스타 페르골레시(Giovanni Battista Pergolesi, 1710~1736)는 ‘작은 음악’의 효과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던 작곡가였다. 그의 ‘스타바트 마테르’는 대개 소규모 앙상블과 소프라노 및 알토 두 성악가만이 연주하는 작고도 작은 작품이지만, 그 평온하고 고요한 음악 안에 담긴 슬픔의 폭발력과 정화의 힘은 참으로 놀랍다.

‘스타바트 마테르’란 라틴어로 ‘어머니가 서 계시다’는 뜻. “예수님 달리신 십자가 곁에 비통하게 우시며 성모님이 서 계시네”라는 말로 시작되는 곡이어서 이런 제목이 붙었고, 우리말로는 ‘슬픔의 성모’, ‘고통의 성모’ 또는 ‘성모애가(聖母哀歌)’라고 번역한다.

13세기 이탈리아 시인이었던 야코포네 디 토디가 쓴 장시(長詩)에 프란치스코 수도회 수사가 곡을 붙인 것이 최초의 스타바트 마테르였고, 그 뒤로 수많은 작곡가들이 같은 시에 곡을 붙여 발표했다. 예수 그리스도 수난의 과정을 그린 수난곡과 더불어 사순절 기간에 자주 연주되는 이 스타바트 마테르 가운데는 비발디, 페르골레시, 로시니, 구노의 작품 등이 특히 주목할 만하다.

트리엔트 공의회(1545~1563) 이후 가톨릭 전례에서 제외되었던 스타바트 마테르는 1727년 다시 정식으로 전례서에 채택되었고, 이 무렵 이탈리아에서는 도메니코 스카를라티(Domenico Scarlatti)의 ‘스타바트 마테르’가 사순절 및 성모의 고통을 묵상하는 축일(9월 15일)마다 연주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나폴리의 산타마리아 성당에서는 너무 긴 세월 스카를라티의 작품을 반복하는 것에 식상해, 당시 유럽 전역에서 오페라 작곡가로 명성을 떨치기 시작한 신진 작곡가 페르골레시에게 새로운 ‘스타바트 마테르’ 작곡을 의뢰했다.

어릴 때부터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했고 늘 병약했던 페르골레시는 오로지 음악에만 빠져 살다가 열세 살에 나폴리 음악원에 입학했다. 미사곡 등의 교회음악 뿐만 아니라 1733년에 작곡한 막간극 오페라 ‘마님이 된 하녀’의 대성공으로 음악사에 길이 남은 그는 생전에 이미 유럽 음악계에서 대단한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불과 스물여섯 살이었던 1736년에 폐결핵이 악화된 페르골레시는 의사의 권유로 프란치스코 수도원에 몸을 의탁했다. 삶이 곧 끝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그는 자신이 번 재산을 모두 다른 사람들에게 넘겨주었다. 남은 것은 그 무렵 작곡 중이던 ‘스타바트 마테르’뿐. 병고 속에서도 페르골레지는 천국을 염원하며 이 최후의 작품에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요절한 작곡가를 기리고 싶었던 후대 사람들은 ‘천재의 영감에 사로잡힌 페르골레시가 죽기 며칠 전 단숨에 이 작품을 써내려 갔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몬테카지노 수도원에 보존된 자료에 따르면 페르골레지는 이 작품을 2년에 걸쳐 꼼꼼하게 다듬고 손질한 것으로 보인다.

‘스타바트 마테르’는 “이런 고통에 누가 함께 울지 않으리요”라는 가사로 성모의 고통을 노래하며 깊은 공감을 표현하는 전반부와 ‘심판 날에 성모님께서 나를 지켜주시어 영원한 벌을 면하고, 성모님의 통고(痛苦)로 승리의 기쁨을 얻게 되기를 간구’하는 후반부로 이루어진다. 소프라노와 알토(또는 카운터테너) 가수의 맑고 깊은 음성이 간절한 기원을 담아내는 이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십자가 위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아들을 지켜보는 어머니의 참혹한 고통이 오히려 우리가 세상에서 겪는 고통에 따뜻한 위로가 됨을 느낄 수 있다.

한국가톨릭문화원의 주최로 3월 13일(목요일) 저녁 8시에 서울 포이동성당에서는 성주간을 앞두고 소프라노 박명랑, 메조소프라노 최정숙, 오르간 문병석 그리고 포이동 한얼성가대(이상준 지휘)가 함께 페르골레시의 ‘스타바트 마테르’를 공연한다. 악기들의 앙상블 대신 오르간이 연주를 맡고 성가대가 참여하며, 영상묵상까지 함께하는 방식이다. 당대의 엄격한 교회음악 형식을 벗어난 소박하고 꾸밈없는 이 작품의 깊이와 힘을 느껴볼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음악평론가 이용숙(안젤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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