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내 은총의 순간들 1- 아시아가톨릭평신도대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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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남진 | 작성일2010-09-21 | 조회수1,214 | 추천수3 | 반대(0) 신고 |
추석연휴가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직장 생활 하는 딸이 쉬게되어 이번 주는 손자 보러 당산동까지 사흘간 출장 나가는 일을 않게되어 조금 더 행복합니다. 저는 지난 9월 1~ 5일 있은 아시아가톨릭평신도대회 (명동성당, 코스트홀,절두산성지)의 피로로 그동안 체력이 극도로 저하되었다가 이제야 조금씩 제자리에 돌아오는 것을 느낍니다. 준비회의가 매주 목요일이라 연습도 자주 빠지고 해서 그동안 성가대에 미안했답니다. 이 행사의 전례를 맡아 사전에 전례예식서를 만드느라 며칠씩 날밤을 새고, 게다가 다섯번의 영어미사와 성찬예식등 중요부분은 라틴어로 드리는 미사의 뒷 준비를 해야되어서 제 일생중 가장 긴장하고 힘들었던 시간들이 지나갔습니다. 지난 몇달간 고비 고비를 맞을 때마다 내 기도가 부족한가보다 반성하며 간신히 추스렀고, 눈 감고 사라지고 싶었던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제가 아주 지쳐 있을 때 우리 친정 어머니가 내가 힘들어 하는 것이 느껴지셨던지 "야훼 이레이다 . 사람들을 보고 일하지 말고 하느님을 바라보며 일해라. 너무 잘 하려고 애 쓰지 말고 네가 할 수 있는 만큼 해라 " 이렇게 전화로 용기를 주셨습니다. "오늘날 아시아에서 예수님 선포하기"를 주제로 한 행사는 아시아 20여개국에서 평신도와 동반한 사제, 주교, 추기경등 1백80명이 참가하였으니 한국교회에서는 참으로 큰 의미있는 회의로 영어와 한국어가 공용어로 쓰였습니다. 개막 전날인 8월 31일 오후 5시경, 교황청에서 온 전례신부를 만나서 로마 전례와 우리가 준비해 온 전례 내용을 이야기하고 조율을 할 때 마침 우리성당에서 영어미사를 집전하시는 김민기 알렉산델 신부님이 나타나 큰 도움이 되어주셨습니다. 내가 역삼동신자라며 행사준비를 위해 영어미사를 그동안 몇번 견학 했노라고 도움을 청하니 신부님은 마침 로마에서 온 전례신부가 자신의 수도회(그리스도의 레지오) 소속 신부라며 중간에서 통역도 해주시고, 힘이 되어 주셨습니다. 제게는 그 신부님이 하느님이 보낸 천사같이 여겨졌지요. 역시 아주 죽으라는 법은 없나 봅니다. 그동안 일하며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한국어 미사인줄 알았던 마지막 선교사 파견 미사 (주일인 9월5일 10시 미사 )마저 외국에서 참가한 손님들을 위해 영어로 바치며, 한국신자들을 위해 미사전에 한국말로 설명을 한다는 것과 , 5일 미사의 성찬부분은 라틴어 3양식으로 한다는 행사 1주일전에 로마에서 도착한 메일이었습니다(회의 중간과정에서 바뀐 것을 우리만 몰랐던...) . 그야말로 날벼락 이었습니다. 팔순이 가까우신 정진석추기경님이 영어로 미사를 드려야 하는 것, 또 행사 참가 외국인은 1백80명이지만 , 주일이라 미사에 오는 일반 신자등 한국 신자들을 위한 배려 문제, 한동안 하지 않았던 라틴어로 성찬기도 (9월 3일은 2양식, 5일은 3 양식)를 바쳐줄 것을 웃분들에게 전하고 협조를 청해야 하는 입장에선 내가 왜 이런 악역을 맡아야 하나 난감할 뿐이었지요. 게다가 교황청 경신성에서 몇달전 영어 기도문을 바꾸어서 이를테면 보편지향기도 끝에 바치는 "LORD hear our prayer "가 "We pray to the LORD" 로 바뀌는등 과도기에 책자를 제작해야 하니 몇번씩 편집되었던 판을 고치며 밤 새 작업하는 등등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첫날 아침 8시30분의 개막미사에 설 서초성가대가 7시30분부터 와서 연습을 하고, 주집전자인 교황청 평신도평의회 장관 리우코 추기경(이 분은 폴란드 분으로 요한 바오로2세 교황님의 비서를 지냈다)을 고려해 폴란드 성가 '사랑의 어머니'를 봉헌곡으로 골랐는데 내 옆의 외국 신부님이 너무나 큰소리로 신나게 불러서 "아 역시 잘 골랐구나 " 하는 생각과 함께 안도감이 비로소 들기 시작했습니다 (뒤에 알고보니 이 신부님은 폴란드 출신으로 95명의 신자를 가진 투르크메니스탄에서 활동을 하는 분이다. 개막미사 성가를 한 서초성가대는 매년 12지구내 성당들이 참가하는 가톨릭음악의 밤을 열심히 이끌고 있는 모범적인 성가대이다). 개막미사뒤 있은 개회식에서 몇분의 축사에 이어 부천 소명여중 세라핌합창단의 노래는 이 때까지만해도 약간 들떠 있던 행사 첫날의 어수선함을 가라 앉혀 주었습니다. 제가 이번에 전례 준비를 맡으면서 가진 원칙은 ' 남 ' '녀' '노' '소'가 다양하게 조화를 이루고 동락하는 한국교회를 세계 교회 안에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현재 한국교회의 큰 고민은 나이든 신자들은 증가하나 젊은층은 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런 뜻에서 회의에 이왕이면 젊은이들을 참석시키고 싶었고 , 이런 뜻으로 개회식때 소명여중합창단을 초청한 것입니다. 사랑의 씨튼수녀회가 운영하는 부천 소명여중 합창단은 2002년 세계합창올림픽에서 종교음악및 무반주 음악부분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전통의 합창단으로 이 합창단의 지휘자는 우리성당의 청년성가대를 지휘하는 조성현 선생님입니다. 세라핌 합창단은 여름방학동안 열심히 연습한 폴란드 민요 아가씨들아 ,롯시니의 고양이 2중창, 그리고 박재훈작곡 반딧불 미사곡중에서 글로리아등 3곡을 아름답게 불렀습니다. 소녀들의 절제된 맑은 목소리는 국적을 뛰어넘어 참가한 각국 대표들을 따듯하게 맞았으며 반딧불을 연상시키듯 깜깜한속에 형광조명봉을 흘들며 노래하는 순간은 하일라이트로 회의장을 순식간에 한마음으로 통하게했습니다. 음악의 놀라운 힘을 느끼게 하는 순간입니다. 둘째날 미사는 아시아 주교회의 의장인 필리핀의 티로나 대주교님이 집전했습니다. 그런데 돌발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나는 미사때마다 참가자들중에서 독서 할 사람을 찾아야 하고 또 각나라 고유 언어로 보편지향기도를 바칠 사람을 골고루 선정해야합니다. 한 나라라도 소외되게 해서는 안되는것이지요.. 서툰 영어로 낯선 사람에게 접근해서 인사를 트고 독서를 부탁하고 화답송 시편 까지 1독서자가 낭독하도록 당부하는 것도 신경 쓰이는 일이었습니다( 우리는 해설자가 읽지만 1 독서자가 응송까지 하는 것이 전례원칙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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