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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외경에 나타난 성모 마리아: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7022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6-04-07

[신약 외경에 나타난 성모 마리아]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교회는 3월 25일을 대축일로 지내면서 가브리엘 천사가 마리아에게 주님잉태 소식을 전한 일을 기념합니다. 흔히 ‘성모 영보’라 일컬어지는 이 사건은 루카 1,26-38에 전해집니다. 이 대목 첫머리에서 하느님께서는 가브리엘 천사를 나자렛 마을의 마리아에게 보내셨다고 합니다. 

 

천사가 마리아의 집으로 들어가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하고 인사하자 마리아는 이 말이 무슨 뜻인지 곰곰이 생각합니다. 천사는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그분께서는 큰 인물이 되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이라 불리실 것이다” 하고 말합니다. 마리아가 ‘하느님의 아들’을 낳으리라는 것입니다. 남자를 알지 못하는 자기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묻는 마리아에게 천사는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하고 알려줍니다. ‘성령에 의한 잉태’라는 설명입니다. 

 

이에 대한 마리아의 응답은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입니다. 이 대화는 하느님의 부르심 앞에 선 마리아가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 확연히 드러냅니다. 숙고하고 질문하고(반문이나 의심이 아니라 순수한 물음입니다) “예”라고 응답하는 것입니다. 응답에 앞선 마리아의 숙고와 질문은 그 응답이 로봇이 할 법한 기계적·수동적 응답이 아니라 자신의 온전한 의지와 존재를 다 해서 드리는 적극적·능동적 응답임을 암시합니다. 이 응답은 ‘주님 탄생’이라는 전대미문의 구원 사건이 실현되는 바탕이 되었습니다. 마리아의 응답은 2000년 교회 역사 안에서 줄곧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고 그 울림은 다양한 교회 문헌과 성화 안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신약 외경 야고보 원복음과 차명-마태오 복음입니다.

 

 

야고보 원복음(Protoevangelium Jacobi)

 

150년경에 만들어진 이 작품은 성모 영보를 두 단계로 소개합니다. 마리아는 우물과 집에서 잉태 소식을 접하는데, 처음에는 우물에서 목소리가, 두 번째는 집에서 천사가 알려줍니다. 이 책에서 마리아는 세 살 때 하느님께 봉헌되어 성전에서 자라다가 12살 때부터 요셉의 집에서 지내게 되었다고 합니다. 요셉이 동정녀 마리아를 보호할 책임을 맡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리아는 15살 즈음에 예루살렘 대사제의 명으로 집에서 성전 휘장을 짜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리아가 물을 길으러 우물에 갔을 때 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 너는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다.” 마리아는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아무도 보이지 않자 두려워하며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 자주 실로 휘장을 짜기 시작합니다. 

 

이때, 가브리엘 천사가 나타나 마리아에게 잉태 소식을 알립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만인의 주님 눈에 들었다. 너는 그분의 말씀으로 잉태하게 될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마리아는 마음속으로 ‘내가 살아계신 주 하느님에 의해 잉태하여 다른 모든 여인과 같은 방식으로 아이를 낳는다는 말씀일까?’ 하고 생각합니다. 마리아의 마음을 읽은 천사가 답합니다. “그렇지 않다, 마리아야. 하느님의 힘이 너를 뒤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이라 불리실 것이다. 너는 아기의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그분께서 당신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실 것이다.” 그러자 마리아가 말합니다. “보십시오, 주님의 여종이 그분 앞에 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 뒤 마리아는 휘장을 완성하여 성전의 대사제에게 가져갑니다. 대사제는 마리아를 축복하며 “마리아야, 주 하느님께서 네 이름을 크게 하셨으니 너는 이 땅의 모든 세대들 가운데서 가장 복될 것이다.” 하고 말합니다. 이렇게 성모 영보가 마무리됩니다(야고보 원복음 11, 본문은 송혜경, 「신약 외경 1」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야고보 원복음에서도 마리아의 적극적인 응답은 예수님 탄생을 실현하는 초석이 됩니다. 루카 복음서와의 차이는 마리아의 잉태를 ‘말씀으로 인한 잉태’로 소개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마리아의 마음속20260220134316_1202471882.jpg 생각을 전하여 그녀의 질문이 의심의 표출이 아니라 ‘잉태와 출산 방식’에 대한 순수한 물음이었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사건의 배경이 마리아가 물을 길으러 우물에 갔을 때와 성전 휘장을 짜고 있었을 때라고 하는 점도 중요합니다. ‘생명’의 상징인 물을 길으러 나갔다는 것은 ‘생명’의 오심을, 성전 휘장을 짜고 있었다는 것은 참 성전이신 ‘예수님의 몸을 위한 자리’를, 마리아가 ‘자기도 모르게’ 준비하고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마리아가 주님이 오실 자리를 마련해 두었다는 의미이지요. 이는 차명-마태오 복음서에서 더 잘 드러납니다.

 

- <성모 영보>(토로스 타로네씨 1323년) 이콘 하단에 샘과 항아리가 있으며 마리아는 왼손에 자주 실을 들고 있다.(Ⓒ wiki commons)

 

 

차명-마태오 복음서 (Evangelium Pseudo-Matthaei)

 

6~7세기경에 만들어진 차명-마태오 복음서는 성모 영보를 사흘간의 사건으로 묘사합니다(8-9장). 첫째 날, 마리아는 자주 실로 성전 휘장을 짜는 임무를 맡고(8장), 둘째 날 우물에서 가브리엘 천사가 나타나 “너는 복되다, 마리아야. 네가 네 마음 안에 하느님을 위한 처소(Habitaculum Deo)를 마련해 두었기 때문이다. 보라. 하늘에서 빛이 내려와 네 안에 머물 것이다. 그리고 그 빛은 너를 통하여 온 세상을 비출 것이다” 하고 말합니다. 사흗날, 마리아가 휘장을 짜고 있을 때 천사가 다시 나타나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 눈에 들었다. 보라, 너는 잉태하여 임금을 낳을 터인데 그분은 이 세상에서뿐 아니라 하늘에서도 다스리실 것이다. 그분께서는 영원무궁토록 다스리실 것이다” 하고 말합니다. 

 

차명-마태오 복음서에서 마리아는 자기 ‘마음’ 안에 ‘하느님의 처소’를 미리 준비해 둔 사람으로 그려집니다. 마리아가 ‘마음’ 안에 빛이 머물 ‘하느님의 처소’를 마련해 두었기에 빛이신 그분께서 내려와 머무실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빛이 온 세상을 비추게 된 것이 마리아가 내어 준 ‘마음’ 덕분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성모님의 군단, 2026년 3월호, 송혜경 비아(한님성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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