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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리: 왜 성경에 공룡이 나오지 않는지

7052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6-04-15

[가톨릭 교리] 왜 성경에 공룡이 나오지 않는지

 

 

본당에서 소임을 하던 중, 한 초등학생 친구가 찾아와 물었습니다. “신부님, 왜 성경에 공룡이 나오지 않아요?” 사랑스럽고 귀여운 질문이었지만 이를 어떻게 쉽게 설명하면 좋을까 망설였던 기억이 납니다. 이 질문 하나에는 생각해 볼 것이 참으로 많습니다. 자연과학은 진화론을 통해 생명의 발전 과정을 설명하지만, 성경은 하느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셨다고 이야기합니다. 동물들의 경우,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 그대로를 전제로 서술됩니다. 이에 근본주의 개신교 교파는 창세기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 진화론 자체를 거부하기도 합니다. 하느님께서 모든 생명체를 즉각적으로 창조하셨으므로 애초에 진화 과정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가톨릭교회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교회는 신앙과 과학 사이에 근본적인 대립이 없다고 가르칩니다. 따라서 진화론 자체를 거부하지 않으며, 오히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세계 안에서 생명이 발전해 왔음을 강조합니다. 즉, 진화는 각 존재에 대한 하느님의 창조 계획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이를 흔히 우리는 ‘유신 진화론’이라고 부릅니다. 다만, 교회는 인간의 영혼은 물질적 과정을 거친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직접 창조하셨다고 가르칩니다. 그렇다면 한 가지 의문이 제기됩니다. 도대체 창세기는 왜 이러한 진화 과정이나 공룡과 같은 고대 생물을 묘사하지 않을까요? 그 이유는 성경이 과학 교과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창세기는 우주의 물리적 생성 과정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신학적이고 상징적인 언어로 창조의 진리를 드러냅니다. 예를 들어, 6일간의 창조는 하느님의 시간표가 아니라 창조 세계의 질서를 표현합니다. 인간이 흙에서 창조되었다는 묘사는 생물학적 설명이 아니라 인간이 피조물이며 동시에 하느님의 숨을 받은 존재임을 나타냅니다. 그리하여 비오 12세 교황님은 회칙 〈인류(Humani Generis)〉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창세기의 초반부 1–11장은, 현대의 역사 서술 방식과 동일하지 않다. 그러나 진리를 전달하는 고유한 방식을 가진다.” 결국 과학은 생명이 ‘어떻게’ 발전했는가에 대한 자연적 차원을 논의하는 한편, 신학은 인간이 ‘왜’ 존재하며 그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궁극적 차원을 탐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가운데, 자연과학과 신학의 두 방식은 다른 차원에서 동일한 진리이신 창조주 하느님을 향하여 나아갑니다. 그러므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교회는 과학 기술 연구를 높이 평가합니다. 실제로 과학 연구는 가장 위대한 것과 가장 미미한 것을 탐구함으로써, 우주의 모든 부분에 반영되어 있는 하느님의 영광에 기여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진리(신앙)는 진리(자연과학)와 모순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확신합니다.

 

[2026년 4월 12일(가해) 부활 제2주일(하느님의 자비 주일) 서울주보 5면, 방종우 야고보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윤리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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