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톨릭 교리: 점수로 매겨질 수 없는 인간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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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30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6-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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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리] 점수로 매겨질 수 없는 인간의 가치
교내 시험이나 모의고사가 끝난 뒤, 펑펑 울던 친구들의 모습을 기억합니다. 시험을 잘 보지 못하면 스스로를 인생의 낙오자처럼 여기고, 대학 입학이 늦어지면 남들보다 한참 뒤처진다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능력 기준에 미달하면 존재 자체가 평가절하된다는 느낌이 강했던 것입니다. 이는 한국 사회에 깊이 자리 잡은 ‘성적 줄 세우기’ 문화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각종 시험을 통해 개인을 수치화함으로써 점수를 곧 인간의 가치인 것처럼 판단하는 이 문화는 여전히 한국 사회에 남아 있습니다. 아직도 좋은 대학과 좋은 직장을 다니는 사람이 더 훌륭한 인격을 지닌 것처럼 평가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그 결과 입시와 사회적 시선에 대한 압박은 많은 청소년 청년들에게 큰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듯합니다.
이러한 구조는 마치 우생학을 떠올리게 합니다. 우생학이란, 인간 집단의 유전적 ‘질’을 향상하기 위해 특정한 형질을 가진 사람은 늘리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줄이려는 사상과 운동을 의미합니다. 오늘날에는 과거의 노골적인 형태는 줄어들었지만 유전자 검사와 배아 선별, 특정 조건의 태아를 선택하거나 낙태하는 문화, 장애인과 노인, 병자에 대한 무의식적 배제 등으로 여전히 그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특히 능력과 지능, 경제적 생산성을 인간 가치의 기준으로 삼는 사회의 경향은 인간을 끊임없이 선별하고 개선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우생학적 사고와 닮아 있습니다.
다시 성적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시간이 흐르며 저는 실제로 깨달았습니다. 인간의 삶은 어떠한 조건에 있느냐가 아닌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살아가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좋은 학력과 배경을 가지고 있어도 자기밖에 모르거나 타인을 도구로만 생각한다면,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거나 물질적인 것에 매몰되어 있다면, 그 사람이 훌륭하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에 따르면, 인간은 조건의 완벽함이 아닌 사랑을 통해서 완성되는 존재입니다. 조건으로 등급화될 수 없으며 실패의 자리에서도 연대와 사랑을 통해 성장할 수 있습니다. 물론 개인의 노력과 성취는 인정되어야 하며, 교육의 중요성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절대적 기준이 되어, 사랑을 실천할 힘을 잃어버린 세상을 살게 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그러지 않는다면 덜 가치 있어 보이는 존재는 자연스럽게 배제되고, 결국 모든 인간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쓸모없는 존재로 전락하게 될 것입니다. 혹시 지금 스스로가 보잘것없거나 남들보다 뒤처진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러나 우리에게는 여전히 사랑할 힘이 있으며, 이웃을 도울 능력도, 앞으로 나아갈 힘도 남아 있습니다. 바로 그 점에서 우리는 이미 고유하고 소중한 존재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랑의 힘은 하느님에게서 옵니다.
[2026년 5월 10일(가해) 부활 제6주일 서울주보 5면, 방종우 야고보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윤리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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