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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129: 올바른 행동에 대한 성찰 (6) 공정성, 이웃사랑과 함께 생각돼야

2842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1-07-26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 - 세상의 빛] 129. 올바른 행동에 대한 성찰 (6) 공정성, 이웃사랑과 함께 생각돼야(「간추린 사회교리」 321항)


공정성 회복은 이웃에 대한 사랑과 관심에서 시작된다

 

 

윌리: 걸어 들어갈 때 알아. 나를 비웃는 것 같아.

린다: 왜 그 사람들이 당신을 비웃겠어요?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세요. 여보.

윌리: 왠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나를 그냥 지나쳐 버려. 나를 알아보지 못해.

린다: 그렇지만 당신은 잘하고 있어요. 일주일에 70달러에서 100달러를 벌잖아요?

윌리: 그러기 위해 하루 열 시간, 열두 시간씩 일해야 하잖소(중략) 난 너무 외롭거든. 특히 일이 잘 안 풀리고 말할 상대도 하나 없을 때면 말이오. 다시는 하나도 팔지 못하고 당신이나 아이들 생계를 책임지지도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단 말이지.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 중 윌리와 린다의 대화)

 

 

지금도 반복되는 세일즈맨의 죽음

 

1949년 뉴욕에서 처음 공연된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 중 윌리와 린다 부부의 대화 장면입니다. 작품은 1930년대 대공황 시대를 배경으로 윌리라는 평범한 세일즈맨의 실직과 좌절, 아픔과 방황을 묘사합니다. 그는 62세까지 일을 했으나 집이 없는 가장입니다.

 

경제 위기 속에서 사업실패와 가정불화를 겪으며 급기야 외판원 일을 합니다. 길바닥을 헤매는 외판원 업무가 힘에 부쳐 만성피로와 환각증세까지 겪습니다. 부서 전직을 요청하던 그에게 돌아온 것은 해고통보입니다. 물론 윌리라는 인물은 그리 유능하지도 않고, 세상에 대처하지 못하며 경쟁에 밀리고 시대에 뒤떨어지며 보험이나 할부금에 쫓기면서도 과거의 화려했던 순간에만 머물러 있습니다. 심지어 허세를 부리며 일탈을 저지르기도 합니다. 아들들에게 걸었던 꿈도 산산이 무너지고 가족들에게 보험금을 남겨주기 위해 결국 자살을 선택하고 맙니다. 망연자실한 아내는 할부금을 다 갚았으나 남편이 없는 상황을 통탄하며 공연은 막을 내립니다.

 

 

절망사, 한국에는 없을까?

 

20세기 초 미국사회를 배경으로 작품은 여러 생각할 거리를 전합니다. 가족의 갈등과 애환을 다루고, 가장이 짊어져야 하는 실패와 좌절을 묘사합니다. 또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능력과 성과만으로 인간이 평가받고 소외와 극단적 선택이 발생하는 비극을 다루며 사회비판적 메시지를 던집니다.

 

최근에 미국에서는 ‘절망사’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절망사란 미국 중산층을 이루는 저학력 저소득 백인 노동자 계층에서 발생하는 자살과 약물 및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사망을 의미합니다. 2018년 한 해 사망자만 15만8000여 명입니다. 이미 1970년대부터 주변 나라의 경제성장과 이민자 증가로 인해 미국은 제조업 공업지대 붕괴와 일자리 급감 현상을 겪습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실업문제만을 야기하지 않았습니다. 경쟁력이 낮은 노동자들은 저임금 장시간의 불안정한 일자리, 쉬운 해고로 내몰립니다. 실업과 고용불안은 소득과 일상을 위협하며 변화에 대비할 여유를 제공하지 못하고 결혼과 미래 준비를 차단하며, 결국 가정 공동체를 위협합니다. 가정불화, 이혼과 비혼, 별거라는 가족해체와 고용불안은 매우 밀접합니다. 문제는 이것이 사회적 약자들에게 치중되며 결국 소외와 죽음을 초래한다는 것입니다.

 

 

이웃에 대한 관심과 사랑

 

미국에서 일어나는 절망사는 일자리와 소득 양극화가 핵심 원인입니다. 또한 그 심각성은 죽음의 증가에 있고 이는 미국만이 아니라 우리 곁에 가까이 있습니다. 미국 백인 중산층의 몰락은 한국사회에서도 노인빈곤, 근로빈곤(일을 해도 가난함), 40%에 육박하는 비정규직 일자리, 청년실업, 노동시장 이중구조, 고독사와 자살이라는 형태로 재생되고 있습니다.

 

결국 그 속에는 각자도생과 무한경쟁, 자본과 이윤만을 중시하고 이웃과 생명을 경시하는 잘못된 가치관이 있습니다. 공정성이 우리 사회의 주요한 의제가 된 오늘날, 공정성의 회복과 정립을 위해 정책과 제도의 보완, 위정자를 비롯한 종교, 사회 각계각층의 협력이 요청됩니다. 그러나 그것이 올바른 공정성이어야 한다면, 거기에 빼놓을 없는 것은 결국 이웃사랑과 나눔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성취하신 구원의 보편성과 완전성은 인간이 하느님과 맺도록 부름받은 관계와 구체적인 역사적 상황에서 자기 이웃에 대한 책임감 사이의 유대를 확고하게 한다.(중략) 이러한 유대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 안에 분명하고 명확하게 표현되고 있으며, 결정적으로 당신의 생명을 내어주심으로써 아버지의 뜻에 복종하고 당신의 형제자매들을 향한 사랑을 실천하신 그 숭고한 증거로 입증된다.”(「간추린 사회교리」 40항)

 

[가톨릭신문, 2021년 7월 25일, 이주형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성서못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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