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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2020.01.28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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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간 본당 성가대 지휘자로 봉사한 김진화씨

지난해 12월 24일, 인천교구 부천 역곡성당(주임 배효식 신부)에서 봉헌된 주님 성탄 대축일 전야 미사 중에는 아주 특별한 순서가 마련됐다.

무려 35년간이나 역곡본당 성가정성가대에 몸담았던 지휘자 김진화(오틸리아·62·서울 당산동본당)씨의 퇴임식이 열린 것이다.

"간단히 감사패만 받는 줄 알고 드릴 말씀조차 생각하지 않았는데 너무 성대하게 행사를 준비해 주셔서 감사한 마음에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고요. 평생 이런 대접을 받은 것이 처음이라 마치 꿈만 같았어요."

이날의 '깜짝 이벤트'를 위해 성가대원들은 물론 본당 신자들까지 마음을 모았다.

성가대원들은 A4 용지 3장에 달하는 '지휘자님께 드리는 편지'를 쓴 것은 물론 각각 성경 말씀과 개인 편지를 쓴 색종이 두루마리를 만들었다. 두루마리를 만드는 데에는 이사를 가 본당을 옮긴 예전 성가대원들과 본당 신자들도 합세했다. 솜씨가 좋은 반주자는 직접 액자를 만들어 선물했고, 본당에서는 순금 5g으로 만든 감사패를 제작했다.

성악을 전공해 결혼 전 중·고교 음악교사였던 김씨는 처음 역곡본당의 어머니 성가대 단원으로 성가대에 첫 발을 디뎠다. 당시 역곡본당에는 어머니 성가대와 청년 성가대만 있었다.

전공자라 두각을 나타내자 이내 지휘자 제안을 받게 됐다.

"포대기에 둘째 아이를 받쳐 업고 지휘를 하기도 했어요. 열정적으로 지휘를 할 때면 아이가 몸이 젖혀져 단원들이 '애가 뒤로 넘어가겠다'고 걱정할 정도였죠."

갓난아이였던 둘째가 어느덧 33살. 긴 세월 동안 김씨에게도 많은 일이 있었다. 남편의 사업 실패로 힘든 시기를 겪기도 했고, 건강에도 여러 문제가 생겼다. 차마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난의 시간에도 지휘봉만은 놓지 않았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어떻게 버텼나 싶어요. 하느님께서 저를 붙들어 주신 것이지요."

수술, 관절염 등도 견딘 김씨였지만 결정적으로 더 이상 지휘를 할 수 없게 된 이유는 후두염이었다. 1년 전부터 목 통증이 심해지고, 연습을 마치고 돌아오면 앓아 눕기 일쑤였다.

그런데도 무선 마이크를 사용해 가며 자리를 지켰지만 급기야 목에서 피까지 나오는 지경이 돼 퇴임을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

"본당 신부님 임기까지는 계속 활동하려고 했어요. 약속을 지키고 싶었거든요. 결국 내 뜻대로 되는 일은 없는 것 같아요. 뭐든 하느님 뜻대로, 순리대로 흘러가게 돼 있어요."

단원들이 김씨에게 보낸 편지에도 "그동안 지휘자님과의 추억들을 되새겨 보니 떠오르는 말들이 있었어요. '책임감', '열정', '신앙심', '원칙', '솔직', '우직' 이런 말들입니다"라는 문장이 있다. 지난 35년간 한 자리를 지킨 김씨의 성품을 잘 드러내는 말이다.

김씨는 6년 전 서울 당산동으로 이사를 간 후에도 매주 2번씩 역곡성당을 찾았다. 더구나 김씨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무급으로 봉사했다.

"봉사라는 말도 부끄러워요. 그저 주님께서 주신 탈렌트를 통해 미사에 참례하고 친교를 이룬 것뿐이죠."

지휘 때문에 갈 수 없었던 부활, 성탄 시기 수도원 피정을 계획하고 있다는 김씨는 "긴 시간 동안 가족 모임 일정을 배려해 준 친정식구들과 성가대원으로 함께해 준 남편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김현정 기자 sophia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