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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사회 > 여론
가톨릭평화신문 2018.12.05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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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는 하느님과 함께일 때만 가능
세르비아 베오그라드대교구장 호체바르 대주교, 방한해 피정 지도



"하느님께 순종함으로써만 화해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화해의 종이 돼야 합니다."

세르비아 베오그라드대교구장 스타니슬라브 호체바르(Stanislav Hoevar, 73) 대주교가 11월 28일 입국, 30일부터 사흘간 경기도 연천 한반도 통일미래센터에서 복된 사람들(Beati) 피정을 지도했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주최로 40여 명의 평신도가 함께한 가운데 하느님과의 화해를 시작으로 자신, 이웃, 공동체와의 화해를 설파했다.

슬로베니아 출신인 호체바르대주교는 먼저 자신의 아픈 가족사부터 털어놓았다. 1945년 11월 유고슬라비아 연방인민공화국 건국 직전, 부친이 공산주의자들에게 죽은 사건을 소개한 뒤 어머니는 평생 아버지를 죽인 자들을 위해 기도했다고 전했다. 그래서 자신은 "아버지의 죽음이 가져온 하느님 자비의 열매"라고 고백하고, "살레시오회원이던 본당 신부의 주선으로 신학교에 들어가 사제가 됐으며 지금은 세르비아에 와서 사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느님과의 화해에 대해 설명한 그는 "화해와 일치는 하느님과 함께일 때만 가능하다"(창세 3,1-13)면서 "하느님의 눈으로 하느님의 진리 전체를 총체적으로 바라볼 때, 모든 인류를 그리스도의 형제자매로 바라볼 때, 모든 이가 구원받기를 소망할 때 하느님과의 화해는 충만히 실현된다"고 강조했다.

자신과의 화해에 대해서는 "하느님 말씀에 비춰볼 때만 우리는 우리 죄를 깨달을 수 있다"면서 "죄의 신비는 하느님의 위대한 사랑의 신비를 봐야만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하느님께 대한 찬미와 충만한 순종 속에서 살 때 우리는 모든 순간에 하느님 뜻을 실현하며 화해의 삶을 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웃과의 화해는 "하느님 아버지 없이 이뤄지지 않으며, 아버지에게서 영적으로 멀리 떨어져 나간 아들을 아버지는 기다린다"(루카 15,11-32)는 점을 상기하고 "화해는 그리스도교의 근본 신비"라고 거듭 강조했다.

공동체와의 화해를 위해 그는 "교회는 이름 없는 군중이나 떼거리가 아니라 주님의 포도밭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마태 5,1-12)면서 "그리스도와의 새로운 만남의 체험을 기억하면서 화해 여정을 걸어나가라"고 권고했다. 이어 "인류 전체라는 반죽에 집어넣은 누룩이 바로 화해"라며 "우리가 누룩이 되고 반죽이 되려면 하느님을 거스르는 죄에서 죽어야 하고 그리스도의 충만한 사랑으로 다시 살아나 화해의 사절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70년이 가깝도록 고통받는 북녘 가톨릭 형제들에게도 "가톨릭교회가 여러분을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사랑을 키워나가 달라"고 당부했다. 호체바르대주교는 4일 출국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