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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사회 > 여론
가톨릭평화신문 2019.04.03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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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칼럼] 노인 돌봄 정책의 어색한 동거
홍진 클라라(사회복지평론가)


최근 들어 치매 가족에 대한 문제가 사회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뚜렷한 대안이나 해결책이 없다는 점도 주지의 사실이다. 치매 환자 돌봄 문제로 가족끼리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민간 요양원에 모신 치매 부모가 학대를 당해 '두 번 상처'를 입는 일도 어렵잖게 볼 수 있다. 특히 '간병살인'은 우리 사회가 고령화 시대에 진입하면서 치매 노인의 증가와 함께 비극적인 사건으로 기록된다.

오랜 기간 아픈 가족을 돌보다 지쳐 환자를 죽이거나 동반 자살하는 경우를 의미하는 이 같은 '간병살인'은 인구 5명 중 1명이 노인인 시대에서는 더는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지난해에 우리나라에는 치매 인구만 75만 명 수준이었는데, 오는 2024년쯤에는 100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장기요양보험 이용자 중에서도 치매 환자 비율이 이미 절반을 넘어선 만큼 국가적으로도 의료비와 장기요양 비용이 급증하고 노인과 가족의 부담도 커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의 치매 환자와 가족의 부담을 덜기 위한 '치매국가책임제' 선언 이후 치매 예방과 사후 관리를 위한 '치매안심센터'와 '치매안심마을'이 문을 열었고, '치매가족휴가지원제'의 도입으로 기대가 컸다. 그러나 1년이 넘은 현재,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단기보호센터는 해마다 줄어들고 요양시설이나 요양병원 입소를 고려해보지만, 중증환자일수록 요양시설에서조차 꺼려 돌봄 고통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과거에는 치매를 노화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여겨 방치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치매야말로 심도 있고 다각적인 돌봄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의료적 돌봄에서는 치매를 질환으로 보고 투약을 통해 문제 행동을 완화하거나 대응해 나가면서 치매 노인을 이해하는 돌봄이 반드시 필요하다. 여기에 더하여 치매를 질환으로 보지 않고 치매 노인의 전반적인 상황과 고유한 개별성을 이해하고, 심리적인 위축이나 불안감 등을 최소화시켜 치매 노인의 심리 행동 증상을 완화하는 상황적 돌봄도 중요하다. 치매 노인이 사회적으로 소외와 배제의 대상이 아닌 존중받는 존재로 살아갈 수 있도록 환경 조성을 우선으로 하는 포용적 돌봄은 적극적인 해결책에 속한다.

이미 우리보다 앞서 초고령 사회로 진입해 간병살인 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였던 일본이나 일부 선진국에서는 치매에 대한 학제적 접근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학계와 관련 기관들, 그리고 국가가 유기적으로 정책적인 노력을 해왔다. 일명 '숨겨진 환자'라고 일컫는 치매 노인들의 가족에게까지 다양한 복지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치매 노인을 돌보기 위해 겪는 경제와 사회 활동의 제약으로 인해 우울증과 그에 따른 질환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사회적으로 돌봄의 노고를 인정해 줌으로써 돌봄의 역할을 지속해 줄 것을 기대하는 정책이다.

치매는 특성상 평생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치매 환자 돌봄은 대부분 가족이 떠안는데, 일차적으로 가족들의 배려와 관심 가운데 다각적으로 접근하는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정과 사회, 종교가 어우러져 의료적, 영적, 심리적 차원에서 총체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인 '노인 완화 돌봄'을 고민할 것을 강조한다. 이는 치매 노인의 인간적 가치와 품위를 높일 수 있는 돌봄으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현재 '제3차 치매관리종합계획'이 시행 중이지만, 적절한 연계와 시스템 구축이 전제돼야 하는 의료·보건·복지의 각 영역에서는 아직도 분절적·경쟁 구도에 있으며, 선별적인 돌봄과 저숙련의 돌봄이 이루어지고 있는 한계를 드러낸다.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해야 할 영역이 어색한 동거 상태에 있다는 해석이다.

이제 시작 단계인 치매 환자의 다각적 돌봄은 단편적인 정책의 시행으로 일단락 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진행성 만성질환의 특성상 예방과 관리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국가의 적극적인 보조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돌봄의 지속성이 담보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