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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사회 > 여론
2019.10.10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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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돋보기] DMZ의 교황
서종빈 대건 안드레아(보도제작부 기자)


1989년 11월 9일. 베를린을 동서로 갈라놓은 43㎞의 거대한 콘크리트 장벽이 28년 만에 무너졌다. 한 달 전인 10월 4일, 동유럽 공산 정권 붕괴와 독일 통일의 마중물 역할을 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서울에서 열린 세계성체대회 참석을 위해 두 번째로 한국을 방문했다. 1984년 첫 방문 때는 젊은이들로부터 최루탄을 받았고, 1989년 방한에서는 한반도의 분단 상황을 가슴 아파하며 한국 사제단의 방북을 허용했다.

2014년 8월 18일 방한 마지막 날. 프란치스코 교황은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녹슨 철조망을 받아 들고 미사 강론에서 "하느님은 지금 우리에게 대화하고 만나고 차이점을 극복하라고 부르시며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약속하신다"고 말했다.

2019년 9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성경 말씀인 칼이 쟁기로 바뀌는 기적(이사 2,4)을 인용하며 "동서 250㎞, 남북 4㎞의 거대한 녹색 지대인 DMZ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자"고 북한과 국제사회에 제안했다. DMZ는 70년 분단의 상징이며 자연 생태계의 보고로 인류의 공동재산이다.

가톨릭 평화운동 단체인 팍스 크리스티 코리아가 11월 말 프란치스코 교황이 일본을 사목 방문하고 돌아가는 길에 DMZ를 방문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를 위한 특별 미사를 청원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청원 운동의 결과는 조만간 교황청에 전달될 예정이다.

교황의 DMZ 방문은 꼭 이번이 아니더라도 그 가치는 차고도 넘친다. 지난해 10월 문 대통령이 교황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방북 초청 의사를 전했고 교황이 초청장이 오면 방북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북한도 DMZ를 찾는 교황에게 어떤 식으로든 평화의 응답을 내놓을 것이다, 11월 26일 일본 사목방문을 마친 교황이 판문점에서 남북한 정상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 기도하는 장면을 상상해 본다. 그 날! DMZ에 첫눈이라도 내리면 눈 위에 새겨진 교황의 발자국은 뒤에 올 평화의 그 날까지 녹지 않고 계속 남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