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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사회 > 여론
2020.05.20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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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위험을 바라보는 언론, 언론을 바라보는 공중
백강희 체칠리아(한남대 정치언론학과 조교수)




위험은 언제나 언론의 관심 대상이다. 위험(risk)은 좋지 않은 일이 발생할 가능성과 결과의 심각성을 의미한다. 언론은 보통 부정적인 사건ㆍ사고를 중요한 뉴스 가치로 여기며, 우리 사회에 다가올 위험에 대해 미리 경고하고 감시하는 기능을 한다. 위험은 나쁜 소식에 속하며,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언론이 끊임없이 주목하는 의제이다.

최근 우리 사회 내 위험 요소를 꼽으라면 단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일 것이다. 그만큼 실제 그것이 지닌 객관적 위험의 정도도 클 뿐만 아니라 언론이 집중 보도하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언론은 지금 우리 모두가 경험하고 있는 코로나19라는 위험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위험 대상을 바라보는 언론의 관행적 태도는 이번 코로나19에 대한 보도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팬데믹(pandemic) 상황에서 언론은 지나치게 친절했다. 앞다투어 감염자 수가 가장 많은 나라가 어디인지 주요 머리기사로 다루며 위험을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패닉', '공포', '대란' 등 특정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해 과도한 공포를 유발하기도 했다. 특정 지역이나 집단에 부정적인 프레임을 씌우는 낙인화도 과거 다른 위험 영역에서의 보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언론의 낙인화는 공중으로 하여금 특정 집단에 대한 공포감과 분노를 갖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해야 한다.

지난 4월 28일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과학기자협회는 공동으로 '감염병 보도 준칙'을 제정하고 감염병 보도시 주의해야 할 표현이나 보도 방향을 제시했다. 감염병 보도 준칙은 특히 새롭게 출현한 신종 감염병 보도에 있어 더욱 면밀한 주의를 요구한다. 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위험일수록 객관적이고 검증된 정보를 활용하여 추측이나 과장 보도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언론이 새로움이나 신기함을 중요한 뉴스 가치로 여기고 보도 의제를 선택하는 관행을 고려해 볼 때 신종 감염병에 대한 집중적인 보도가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언론이 위험을 다루는 접근도 단편적이었다. 코로나19라는 위험으로 인한 혼란과 갈등 상황에는 지속적으로 주목했으나 다양한 논의를 이끌어내는 데는 미흡했다. 예컨대, 우리 언론은 전례 없던 온라인 개학, 대학수학능력시험 연기, 개학 시기 조정을 둘러싼 이해 관계자들 간 갈등에 대한 보도를 쏟아냈다. 반면, 뉴욕타임즈와 BBC는 성인보다 더욱 큰 공포와 불안을 느낄 수 있는 아이들의 상황에 관심을 기울였다. 코로나19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전달의 중요성, 그들이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예방법 등 10대 학생들의 두려움을 완화하는 데 필요한 교육 방법을 자세히 안내했다. 우리 언론 보도에서는 교육 '현장'만 있을 뿐 '교육'은 없었다.

공중은 긍정적인 정보보다 부정적인 정보에 사고와 행동이 민감하게 반응하며, 공포와 불안을 느끼는 위험 상황일수록 부정적인 정보를 더욱 신뢰하는 경향을 보인다. 위험에 대한 보도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과도한 속보 경쟁, 객관성을 벗어난 위험 보도는 공중이 위험을 올바르게 인지하고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언론은 위험 관리 주체이자 공중, 전문가, 정책결정자 간 갈등을 조정하는 매개자임을 다시금 상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