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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사회
2020.03.17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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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마스크 품귀 현상이 개성공단에 던진 질문 / 황소희
코로나19 창궐로 마스크 품귀 현상이 발생하면서 주목을 끈 뉴스가 있다. 개성공단을 재가동해 마스크를 생산하자는 논의다. 한 달 정도 준비 기간을 거치면 국내 마스크 수요를 충족시킬 공급이 가능하다는 게 주요 골자다.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정치권에서도 재가동에 대한 요청이 진행됐다. 손 소독, 마스크 착용과 같은 개별적 위생 관리 외에 코로나19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보니 생긴 일이다.

이는 마스크 대란에 따르는 단순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통일부도 유엔과 미국 등의 대북제재와 연계된 사안이기에 실행이 어렵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한국사회에 개성공단이 다시 소환돼 논의되는 이유가 거대담론보다 '마스크가 필요하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일상의 이유에 근거한다는 점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이제까지 정치적인 측면에 과도하게 집중돼 온 개성공단 효용에 대한 논의가 생활 이슈로 전환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개성공단 형성의 선례는 양차 대전을 겪을 정도로 갈등이 첨예하던 서방이 석탄철강 공동체로부터 시작해 정치적 통합을 이룬 유럽연합을 탄생시킨 데에 근거한다. 비정치적 영역의 교류협력이 정치적 통합으로까지 이어져 분쟁을 소강시킨 과정은 한반도 통일을 어떻게 이루는가에 대한 해법을 주었기 때문이다. 국가 간 교류협력이 강화될수록 분쟁 비용이 줄고 이익의 규모가 커진다. 일상 생활에서 이 이익을 체감한 이해당사자가 등장하고, 교류 과정에 형성된 공동의 정체성은 국가 간 정치적 통합을 지지한다. 유럽의 통합과정은 대북정책에 반영돼 개성공단 설립으로 구현됐다.

문제는 한국에서 이익의 증대와 인식 공동체의 형성이라는 두 전제가 충족되기도 전에 개성공단의 정치적 효용에 대한 기대가 과도하게 먼저 제기됐다는 데 있다. 2004년부터 2016년까지 10여 년의 세월 동안 경제협력이 개성에서 이뤄졌지만, 정치적 영역에서 큰 의미를 내지 못했다는 세간의 평가는 북한의 핵실험이 중단되지 않고 고도화되는 상황과 맞물려 개성공단이 전면 중단되는 상황으로 귀결됐다. 불가능하다고만 여겨진 남북 교류협력의 실질적 장이었던 개성공단은 지금까지 중단된 상태로 남아 있다.

개성공단이 상징하는 남북 교류협력의 성과는 북한의 비핵화나 군사적 도발 방지, 정치적 통합과 같은 거창한 과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남북한 주민이 서로를 알아보고 기억하는 것, 북한의 가격 경쟁력이 높은 재화 생산으로 남북한 주민의 후생이 높아지는 것 등 우리의 일상적인 삶에서 소소하게 체감하는 성과에 더 가까울 수 있다. 성경은 "우리는 이러한 희망을 가지고 있기에 아주 담대히 행동합니다"(2코린 3,12)라고 말한다. 북한과의 교류협력이 재개된다면, 그때에는 협력의 성과를 생활 속 작은 기쁨으로 여길 수 있도록 담대하게 접근해야 할 이유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황소희(안젤라) (사)코리아연구원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