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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2020.09.16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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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꺾이고 지붕 날아가… “성당 생기고 이런 태풍은 처음이라예”
태풍 피해 현장을 찾아서 - 포항·경주·울산

 












 
▲ 포항 구룡포성당 뒷편에 있는 나무가 쓰러져 성당 주방을 덮쳤다. 구룡포본당은 태풍으로 성당 지붕과 수녀원 지붕, 주방이 파손되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수마가 할퀴고 간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이번에는 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했다. 태풍이 몰고 온 강풍에 나무들은 맥없이 꺾이고 집채만한 바위가 곳곳에 나뒹굴었다. 성난 파도는 해안가 마을 전체를 집어삼켰다. 코로나19에 장마로 인한 수해, 태풍 피해까지 겹치면서 올여름은 상처로 가득했다. 태풍 피해를 본 포항과 경주, 울산을 찾았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



사진=백영민 기자 heelen@cpc.co.kr









포항 구룡포…이런 것은 처음



포항 구룡포본당(주임 김재호 신부) 사목회 총무 이진규(바오로) 씨는 제9호 태풍 마이삭이 포항을 지나던 날을 이렇게 기억했다. “3일 새벽에 태풍이 지나갈 때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비가 얼마나 많이 오는지 공장 가동을 1시간 정도 중단했심더. 그 정도로 심했어예.”



3일 새벽 김재호 주임 신부가 보낸 사진을 보고 이씨가 아침에 성당에 나와서 본 광경은 처참했다. 성당은 그야말로 ‘엉망’이 돼 있었다. 그동안 태풍이 와도 물만 조금 들어찼지, 이 정도로 피해를 본 적은 없었다. 성당과 수녀원 지붕이 강풍에 일부 날아갔고 수녀원 철문은 뜯겨 있었다. 큰 나무가 꺾이면서 성당 주방을 덮쳐 주방이 일부 파손됐고 차고도 바람에 기울어졌다. 성당 마당에는 나뭇가지를 비롯해 쓰레기가 가득했다. 김 신부와 수도자들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 사제관은 보수를 끝낸 지 얼마 되지 않아 피해를 면했다. 다행히 본당 신자들의 피해도 거의 없다.



이제는 피해 복구를 해야 할 차례. 복구는 본당 신자들이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이씨는 다만 “코로나19 때문에 신자들도 나오지 못하는 데다 시골 본당의 특성상 고령인 신자들이 많아 복구가 쉽진 않다”며 “많은 기도와 관심을 부탁한다”고 전했다.



 



 



 



 



 












 
▲ 양남본당 성모회장 이정희(왼쪽)씨를 중심으로 대한적십자사 회원들이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양남본당 주진만씨 가정을 방문해 피해 복구를 돕고 있다.


 



 



 



 












 
▲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으로 포항 구룡포본당 수녀원 철문이 파손됐다.


 



 












 
▲ 제9호 태풍 마이삭과 제10호 태풍 하이선의 영향으로 포항 구룡포 인근 바닷가에 강풍에 날아온 돌과 건물 잔해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경주 양남… 매년 태풍 피해



경주 양남성당(주임 권오관 신부)은 해안가에 인접해있다. 그러다 보니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더 컸다. 성당이 언덕에 자리 잡고 있어 파도로 인한 피해는 없었지만, 강풍을 고스란히 맞았다.



3일 새벽 제9호 태풍 마이삭이 지나면서 강풍으로 성당 식당 지붕 일부가 날아갔고, 7일 새벽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경주를 덮치면서 나머지 지붕마저 파손됐다. 연이은 태풍으로 식당뿐만 아니라 성당 창고, 사무실 등이 파손됐다. 본당 신자 가정도 10가정이나 피해를 봤다. 성당은 지난해 태풍 때 1억 6000만 원의 피해를 봤다. 다행히도 지난해에 보수공사를 한 덕분에 올해는 피해를 면했다.



권오관 주임 신부의 걱정은 커져만 간다. 권 신부는 “부임 후 해마다 태풍으로 인한 피해를 겪고 있다”며 “시골 본당인 데다 코로나19로 신자들도 계속 줄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양남본당 사무장 이정훈(율리아노)씨는 “해안가는 비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바로 피해로 이어진다”며 “바람에 염분이 있어서 건물이 금방 삭고 그래서 피해가 더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손 놓고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양남본당은 신자들이 힘을 모아 복구를 하기로 했다. 성당 식당과 창고, 사무실 등 복구에 큰 비용이 필요하지만, 본당 신자들이 한뜻으로 마음을 모았다.






 

 

 

 






양남 해안가 마을… 파도가 덮쳐

 



“피해는 우리 집이 제일 많이 봤다 카드라. 허허허.”

 



양남성당 인근에서 횟집을 하는 주진만(바오로)씨는 제9호 태풍 마이삭과 제10호 태풍 하이선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파도가 방파제를 넘으면서 주씨 가게를 포함한 마을을 덮쳤다. 마을 전체가 태풍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초토화됐다.

 



“뭐 마음 안 좋은 거야 누구든 마찬가지죠. 보상도 안 된다카재. 지원도 안 된다카니까….” 주 씨는 당시 상황과 심경을 묻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하며 씁쓸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연이은 태풍으로 주씨의 가게 앞에 있던 냉동고가 파도에 떠밀리며 냉동고 안 물고기를 모두 버리게 됐다. 파도로 가게 안에 있던 수족관도 파손되면서 수족관 안에 있던 물고기도 모두 죽었다. 그뿐만 아니라 파도가 집안까지 들이치면서 집안 곳곳이 파손되고 침수됐다. 가게 앞에 방파제가 없어서 피해를 더 키웠다. 바닷물로 인한 침수라 세척 후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은 거의 없다.

 



아내 정경옥(가타리나)씨는 “지난해에는 피해 금액이 1000만 원이 넘어 대출까지 받았는데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피해가 크다”며 망연자실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장사도 안 되는데 태풍까지 겹치면서 올해 장사는 망치게 됐다. 정 씨는 “영업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며 “집수리하는 게 걱정”이라고 했다.

 



부부에게 손을 내민 것은 대한적십자사였다. 이정희(엘리사벳, 양남본당 성모회장)씨를 중심으로 8일 적십자 회원들이 마을을 방문해 복구를 도왔다. 정씨는 “적십자사 분들이 오셔서 많이 도와주셔서 큰 힘이 됐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 경주 양남본당 사무장이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성당 식당 지붕을 가리키며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의 영향으로 경주시 양남면 인근 바닷가 마을이 큰 피해를 입었다. 당시의 상황을 말해주듯 어구와 잔해물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 연이은 태풍으로 울산대리구청 1층 주차장 천장에 설치된 CCTV와 형광등, 스프링클러, 플라스틱 덮개가 파손됐다.


 



 



 



 



 



 












 
▲ 울산대리구 평협 김주찬 부회장이 태풍으로 파손된 울산대리구청 1층 주차장 천장에 전기공사를 하고 있다.


 

 

 





 



 



울산… 강풍에 휘청



 



부산교구 울산대리구(대리구장 김영규 신부)도 태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울산대리구청 1층 주차장 천장에 설치된 CCTV와 형광등, 스프링클러 등이 강풍으로 떨어져 나갔다. 플라스틱 덮개들도 산산조각이 났다. 대리구청 옥상에 설치된 태양열 발전기판도 강풍으로 파손됐다.

 



울산대리구청 조효윤(아기 예수의 데레사)씨는 “몇 년간 일하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라며 “인근 동네 전체가 정전돼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울산대리구 선교사목국장 김영훈 신부는 “3일 아침에 와보니 1층 주차장이 아수라장이 돼 있었다. 아침에 출근해서 신부님들과 직원들이 함께 대리구청 인근에 떨어진 파편을 주우러 다녔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이 두 번째 피해여서 같은 피해가 없도록 새롭게 공사를 하고 있고 공사는 신자들이 도와주고 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울산대리구청이 태풍으로 피해를 당한 사실을 알고 가장 먼저 달려온 이들은 신자들이었다. 울산대리구 평협 박창현(프란치스코, 복산본당) 회장과 김주찬(프란치스코, 방어진본당 카리타스회장) 부회장은 3일 울산대리구청을 방문해 일손을 도왔다. 울산대리구청 사제들, 직원들과 함께 강풍으로 떨어진 설치물과 부서진 파편들을 줍고 정리했다.

 



김주찬 부회장은 전기공사 작업도 도왔다. 이날 임시로 전기공사 작업을 했고 새롭게 진행하는 공사에도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김 부회장은 “제가 전기 일을 하고 있고 평협 부회장이기도 하고 피해 사실을 아니까 와서 봉사하는 것”이라며 내세울 만한 일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리구청에 피해가 있다는 것을 알고 먼저 연락을 해서 일을 하게 됐다”며 “그래서 하는 것이지 특별한 일도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쳤다.

 



“비용이 들어도 내가 업으로 하는 거기 때문에 괜찮아예. 이거 가지고 뭐 내세울 것도 아니고예. 신자로서 당연하게 해야 할 기본적인 거 아입니까”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