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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2020.09.15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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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여라,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 역대 교황들이 전한 한반도 평화 메시지

프란치스코 교황이 최근 문재인(티모테오) 대통령에게 한반도 평화를 위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번 메시지는 전 세계를 뒤흔든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잠시 뒷전으로 밀린 듯 보이는 평화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교회는 그동안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 힘을 모아 왔다. 특히 최근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녹이기 위해 '한반도 종전 선언 평화캠페인'에 적극 동참하며 신자들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교회가 강조하는 평화 가치를 되짚어 보며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롯해 역대 교황들, 교황청이 한반도에 보낸 평화 메시지를 소개한다.



■ 평화, 평정심·감수성 요구하는 예술

교회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를 평화라고 말하지 않는다. 교회가 말하는 평화는 '하느님의 선한 질서 안에서 누리는 행복'이다.

성 바오로 6세 교황은 회칙 「민족들의 발전」에서 "발전은 평화의 새 이름"(76항)이라고 강조하며 "힘과 힘의 불안한 균형으로 전쟁만 피하면 그것이 평화라고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스도인들이 하느님이 원하는 질서인 평화를 누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하루하루 노력함으로써만 얻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권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에서 '복음적 평화'를 강조하며 "복음적 평화는 갈등을 무시하거나 숨기려는 시도가 아니라, 반대로 갈등을 기꺼이 받아들여 해결하고 이를 전진의 연결 고리로 만드는 것"(89항)이라고 설명했다.

교황이 말하는 복음적 평화는 권력자들을 위한 잠시뿐인 평화나 허울뿐인 서면 합의를 이루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교황은 같은 항에서 이를 위해 '활짝 열린 정신과 마음'이 필요하며 "평화를 건설하는 일은 평정심과 창조성과 감수성과 기술을 요구하는 예술"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일찍이 1963년 성 요한 23세 교황은 회칙 「지상의 평화」에서 평화가 무기라는 힘의 균형으로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며 무기경쟁을 중단해야 함을 호소했다. 교황은 특히 '무장 해제 상태'를 주장하며 현재 존재하는 무기들을 축소하고 핵무기 개발을 금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간들의 마음으로부터 무기를 제거하고, 전쟁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을 제거하지 않고서는 무장 해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전쟁 무기의 균형으로 평화가 이룩되는 것이 아니고, 상호 신뢰에 의해서 참된 평화가 확립된다는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113항)


■ 프란치스코 교황, 한반도 평화 든든한 지원군

최근 한국 정부에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메시지를 전달한 프란치스코 교황. 교황은 이번 구두 메시지에서 "한국 정부가 북한과 평화와 화해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줄 것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교황이 그동안 보인 한반도 평화에 대한 관심은 특별하다. 교황은 즉위 직후인 2013년부터 지속적으로 한반도 평화를 지지하는 메시지를 전해 왔다. 지금처럼 남북 간 대화와 교류가 끊긴 상황은 물론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이 참가하며 평화 바람이 불 때도 항상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국 정부 노력에 전폭적 지지를 보냈다.

교황은 2013년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에서 "아시아 평화, 특히 한반도 평화를 빈다"며 한반도에 화해 정신이 자라나기를 염원했다.

또 2016년과 2017년에는 2년 연속 성탄 메시지에서 신자들에게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해 줄 것을 호소했다. 교황은 2017년 12월 25일 주님 성탄 대축일에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신자 4만여 명을 향해 성탄 메시지 '우르비 엣 오르비'(Urbi et Orbi, 로마와 온 세계에)를 전하며 "한반도에 대치 상황이 해소되고, 전 세계가 추구하는 상호 신뢰가 증진되도록 함께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이날 교황은 평화라는 단어를 최소 20회 이상 사용했다.

한반도 평화에 봄바람이 불던 2018년에는 수시로 한국을 응원하며 함께 기도하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2월 7일 수요 일반알현에서 교황은 "이번 올림픽이 우정과 스포츠의 위대한 제전이 되길 기원한다"고 밝혔으며, 4월 남북 정상회담, 6월 북미 정상회담 등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특히 4월 29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봉헌한 부활 삼종기도에서 "남북 정상이 보여 준 담대한 노력에 기도로 함께한다"며 "평화로운 미래를 향한 희망과 형제적인 친교가 좌절되지 않기를 주님께 기도한다"고 밝혔다.


■ 역대 교황들이 보여준 한반도 사랑

'평화의 사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프란치스코 교황만큼 남북 화해를 기원했다. 또 두 차례나 한국을 방문하며 한국과 한국교회에 각별한 사랑을 보여 주기도 했다.

1989년 제44차 세계성체대회 당시 교황은 한국인들에게 "하느님 평화가 모두의 마음속에 자라나 열매 맺길 바란다"며 "사랑하는 여러분, 여러분이야말로 불신과 증오로 찢긴 이 세계를 영원한 평화로 이끌어 낼 저력을 갖고 있다"고 응원했다.

또 1996년부터 선종 때(2005년)까지 해마다 30만 달러에 상당하는 구호품을 북한에 전달했을 정도로 한반도 평화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앞서 1984년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기 전 발표한 담화문에서도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내용을 담았다. 그는 이 담화문에서 "하루 바삐 모두가 평화롭게 하나의 화목한 가족이 되길 기원하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밝혔다.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은 한반도 비핵화와 이산가족 문제에 꾸준한 관심을 나타냈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 소식을 접한 교황은 "한반도 남북 대화에서 중요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며 "화해를 위한 노력이 한반도 안정과 평화에 이바지하리라는 희망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또 2009년 교황청을 찾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는 "식량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북한 주민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아울러 한반도가 얼어붙은 2017년 4월에는 교황청 지지가 큰 힘이 됐다. 교황청은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각별하게 대화와 협상, 평화를 요청했다.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 특사로 교황청을 방문한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문 대통령 친서를 전하며 남북한 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지지해 줄 것을 청했다. 당시 김 대주교는 "교황님은 항상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해 왔으며, 이번 만남을 통해 한반도를 외교적으로, 정신적으로 지원하고자 하는 교황청의 바람을 생생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