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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복음/말씀 > 복음생각/생활
2019.06.25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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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은 수녀의 살다보면] (71) 믿음이란 무엇일까
▲ 내가 생각하는 믿음에 대해 생각해 보고 기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CNS 자료사진




"무서워요. 수녀님은 안 무서워요?"

며칠 전 뉴욕에서 돌아오는데 비행기가 난기류로 인해 심하게 흔들리자 앞에 앉은 러시아 소녀가 겁먹은 눈빛으로 나를 돌아보며 자꾸 무섭다고 한다. "배를 타면 파도에 잠깐 흔들리잖아. 곧 괜찮아질 거야" 하며 위로해주었다. 그래도 비행기가 계속 흔들리자 급기야 소녀의 커다란 눈망울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그는 울먹이며 "기도해주세요. 무서워요. 수녀님, 지금 기도하고 있는 거 맞지요?" 하며 애원하듯 말했다. 소녀에게 묵주를 들어 올리며 "지금 열심히 기도하고 있단다"라고 말하자 살짝 미소를 보였다. 다행히도 그 순간 흔들림이 잦아들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 거대한 우주에 한 점에도 미치지 못하는 비행기라는 물체 속에 있는 우리의 생명이 기장의 손에 달려 있구나. 설사 지금 비행기가 추락한다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비단 비행기 안에서만 그럴까? 산을 오를 때에도 길을 걸을 때에도 잠을 잘 때에도. 벼락이 내리칠지, 땅이 갈라질지, 산이 무너질지 아무것도 알 수 없다. 그저 나는 어제처럼 아무 일 없으리라 믿고 살 뿐이다.

가끔은 여행을 떠나기 전 소녀처럼 유난스럽게 두려울 때가 있다. 아주 못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래서 고해성사도 보고 방도 정리한다. 또 어떤 때는 비행기가 마구 흔들려도 관성적으로 대응하는 승무원처럼 아무 일 없으려니. 그래서 어제처럼 밥 먹고 어제처럼 기도하고 어제처럼 신앙고백을 한다. 늘 그렇게 목적지까지 잘 가리라 믿으면서.

믿어야 한다. 아니 믿을 수밖에 없지 않나. 뉴욕에서 인천까지 짧지 않은 시간에 비행기 안에서 꼼짝 않고 묵주기도하고 영화보고 밥 먹고 잠깐 화장실 가고 그것이 전부다. 그저 보이지 않는 기장의 손에 모든 것을 맡기고 목적지까지 잘 데려다 주리라 믿으면서 말이다. 가끔은 소녀처럼 또 가끔은 승무원처럼 그렇게 두려움과 관성 사이를 오가면서 사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싶다. 그러면서도 계속 머릿속에 맴도는 질문, "믿는다는 것이 무엇일까?"

언젠가 선배 수녀가 어릴 적 전쟁이 일어났을 때 철부지라서 그런지 그 당시 두려움을 못 느꼈다고 했다. 부모님이 밖에서 서성이면서 자녀들에게는 "들어가 이불을 덮고 꼼짝 마라" 했는데도 이불 속에서 손가락으로 장난치고 킥킥대며 웃으며 놀았다는 것이다.

심리학적으로 재난 중에도 부모가 지혜롭고 침착하게 현존하면 아이들은 정신적 외상없이 성장한다고 한다. 부모의 믿음직스러운 현존만으로 아이는 어렵고 고달픈 현실에서도 웃고 놀며 행복할 수 있다. 그것은 부모에 대한 전적인 믿음 때문이리라. 물론 부모는 전쟁을 막을 수도 없고 총알을 비켜가게 할 수도 없다. 아이와 똑같이 무력한 인간일 뿐이다.

어쩌면 러시아 소녀도 부모가 옆에 있어 주었다면 두려움에 떨면서 눈물을 흘리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두려울 때 기도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안 소녀는 수녀인 나의 기도에 의탁했다.

믿음은 생명의 근원과 본질에 대한 질문과 만난다. 생명의 위협과 도전 앞에 오는 두려움이 결국 믿음이란 통로를 통해 희망으로 가게 하는 것 같다. 어린아이가 전쟁을 막아줄 힘이 없는 부모를 온전히 믿기만 해도 정신적 외상 없이 잘 성장한다.

믿음이란 무엇일까? 믿음은 단지 따뜻한 심장에서 나오는 것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성찰하기

1. 질문해요. "나는 정말 잘 믿고 있는가? 나의 믿음 안녕한가?"

2. 생각해요. 내가 생각하는 믿음에 대하여 멈춰 적어 보고 기도해요.

3. 실천해요. 주님을 믿기 이전과 믿은 이후의 변화가 있었나요? 믿음 이후의 변화에 대한 행복한 감정을 기억하며 그 믿음을 살아요.

<살레시오교육영성센터장, 살레시오수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