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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복음/말씀 > 복음생각/생활
2019.10.16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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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복음] 전교 주일- 기쁜 소식 전하는 이들의 아름다운 발걸음
▲ 한민택 신부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마태 28,19-20)

선교는 교회가 존재하는 이유이자 사명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말씀이 때로는 무거운 짐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가족 중 대부분이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본인조차 왜 신앙생활을 하는지 회의가 드는 상태에서, 남에게 전도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 되어버린 듯합니다. 다른 한편 세속화된 다종교 사회에서 전교는 다른 이들의 종교나 세속적 삶을 무시하는 불순한 의도를 갖고 접근하는 행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선교의 어려움은 선교에 관한 우리의 피상적 생각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복음을 보다 깊은 차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세례를 주라고 나를 보내신 것이 아니라 복음을 전하라고 보내셨습니다. 그리고 이 일을 말재주로 하라는 것이 아니었으니,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헛되지 않게 하려는 것입니다."(1코린 1,17)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선교 사명은 세상 모든 사람을, 그들의 종교와 문화가 무엇이든, 무작정 세례를 주고 천주교 신자로 만들라는 말씀이 아닙니다. 교회가 존재하는 목적이 복음 곧 기쁜 소식을 전하는 것에 있다면, 선교는 교세를 넓히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을 만나 접하게 된 기쁜 소식, 곧 하느님 나라가 지금 여기 내 삶 안에서 시작되었음을 나의 온 삶을 통해 알리는 것입니다.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의 발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로마 10,15)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예수님을 만나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접한 이는 발걸음부터 표정까지 온통 기쁨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는 굳이 선교를 위해 수고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의 기쁜 얼굴과 아름다운 발걸음이 하느님 나라 기쁜 소식을 전하는 선교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선교란 예수님을 전하며 그분이 실현시키신 하느님 나라, 하느님과의 삶으로 이 시대 사람들을 초대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과학기술의 혁명적 발전으로 편리한 삶을 영위하지만, 종종 삶의 기준이나 방향을 잃고 살아갑니다. 그들은 마치 목자 없이 시달리는 양 떼처럼 지쳐 있고 영혼이 생기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들 영혼의 목마름을, 가장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자유를 향한 울부짖음을 들을 수 있다면 예수님의 명령이 지금 나를 향한 말씀임을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시대의 선교란 대로변에서 예수님의 이름을 외치는 것도,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 성경을 나누어주는 것도 아닌, 고통과 소외 중에 사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마음속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길을 걸으며, 참 행복과 자유의 길을 함께 찾아가는 것일 것입니다. 어느 순간 성령께서 그들 마음을 열어주실 것이며, 그들의 삶에 분노와 원한, 시기와 질투, 두려움과 공포, 좌절과 절망이 아닌 사랑과 기쁨, 자유와 평화, 희망과 환희, 곧 하느님의 사랑이 지배하는 하느님 나라가 도래할 수 있도록 도와주실 것입니다.

전교 주일은 우리의 신앙을 돌아보게 합니다. 예수님을 만난 기쁨으로 나의 발걸음이 아름다운가?



한민택 신부(수원가톨릭대 교수, 이성과신앙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