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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8.14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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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적 감동과 종교적 숭고함 담긴 성전을 꿈꾸다
서울가톨릭미술가회 유럽 성당 순례 간담회 현지 현대 성당과 수도원 성미술·건축 논해 한국 교회 건축과 미술 나아갈 방향 모색
▲ 스위스 메겐에 있는 성 비오 메겐성당. 비치는 대리석을 2.8㎝ 두께로 잘라 붙인 벽을 통해 사방에서 빛이 들어온다. 문규철씨 제공



서울가톨릭미술가회(회장 안병철)는 8일 명동 1898광장 우리은행 회의실에서 알빈 신부 서거 40주기 건축 전시회 참가 및 유럽 현대 성당 건축 탐방 간담회를 열고 유럽 3개국의 성당과 수도원의 성미술 및 건축에 대해 논했다.

서울가톨릭미술가회는 지난 7월 17~28일 안병철(베드로, 서울시립대 환경조각학과 교수) 회장과 건축가 김정신(스테파노, 전 단국대 건축학과) 교수 등 미술가와 건축가 20명으로 순례단을 꾸려 독일 뮌스트슈바르작 수도원에서 열린 알빈 슈미트(1904~1978) 신부 40주기 기념전에 참석했다. 성 베네딕도회 뮌스터슈바르작 수도원에서 사제품을 받은 알빈 신부는 한국의 왜관성당(등록문화재 제727호)을 비롯해 대구대교구 평화성당(구 김천성당)ㆍ지례성당 등 185개의 가톨릭 건축물을 설계한 건축가다.

독일ㆍ스위스ㆍ프랑스의 현대 성당과 수도원 등지를 방문한 이번 순례는 20세기 이후 지어진 유럽의 현대 성당 건축과 교회 미술의 변화 과정을 연구함으로써 한국 교회 건축과 미술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시간이었다. 마산교구 주교좌성당의 모티브가 된 독일 네비게스의 마리아 평화의 모후 순례성당을 비롯해 스위스 무티에의 우리 마을의 성모성당, 프랑스의 롱샹성당 등을 순례했다.

순례 참가자들은 "유럽의 현대 성당들은 기도 공간뿐 아니라 공연과 강연, 문화 행사에도 적합하도록 다양한 활용을 위한 건축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공모를 통해 선정된 건축물 중에 볼 때마다 감탄을 자아내는 성당도 있고, 성당이란 느낌이 들지 않는 형태의 성당, 일반 조각작품 같은 성모자상 등이 돋보였다"고 말했다. 1966년 완공된 스위스의 성 비오 메겐성당은 철 구조에 2.8㎝ 두께로 얇게 썬 투명 대리석을 벽면에 붙여 바깥 빛이 사방에서 투과돼 들어오는 놀라운 형태로 지어졌고, 프랑스의 롱샹성당은 작은 규모에도 미적 감동과 종교적 숭고함을 담아낸 덕분에 20세기 건축물의 걸작으로 꼽힌다.

첫 사제 건축공학 박사인 김문수(대전교구 신합덕본당 주임) 신부는 "우리나라에선 개신교가 오히려 고전 성당 모습으로 짓고 있고, 성당은 성당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형태로 짓는 아이러니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당 건축은 성미술과 함께해야 하는데, 예산의 한계로 성미술을 품위 있게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김형주(이멜다) 화백은 "유럽 성당들은 한국 교회와는 달리 세례대와 세례당을 중요한 장소에 설치한 점이 인상 깊었고, 성당 성미술은 건축가의 의도로 완성되는 부분도 있지만, 후일 다른 사람이 새로운 느낌을 갖게 될 수도 있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번 순례를 기획한 김정신 교수는 "독일은 2차대전 이후 3000개의 종교시설(건물)을 지었고 이 중에 절반이 성당이다. 한국 교회 역시 지난 30년간 비슷한 숫자의 성당을 지었는데 우리는 과연 세계에 내놓을 만한 성당이 있는지 건축가로서 반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가톨릭미술가회는 오는 9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한옥성당과 알빈 신부 유작 성당을 순례할 예정이다.

이힘 기자 lensman@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