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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12.05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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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와 관객이 함께 낙태 찬반 대결 펼치는 뮤지컬
▲ 생명 뮤지컬 1박2일 주인공 태아가 법정에서 부모측 변호인의 질문을 받고 있다. 프로라이프대학생회 제공



"사랑의 열매를 그리 쉽게 지우나요~ 원치 않는 일이라 피하려고 하겠죠. … 난 지금 살아 있어요."

법정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태아는 처절하게 노래했다. 결국, 태아는 의사와 간호사에게 끌려갔고, 공연은 막을 내렸다. 11월 29일 청주 꽃동네대학교 컨벤션홀에서 프로라이프대학생회가 공연한 생명 뮤지컬 1박 2일의 마지막 장면이다.

뮤지컬은 1박 2일 여행을 떠났다가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대학생 커플이 태아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면서 시작했다. 행복 추구권을 주장하는 부모와 변호인 없이 자신을 지키는 태아. 둘의 공방을 지켜본 관객 300여 명은 배심원이 돼 문자 투표로 판결을 내렸다. 이날 참석한 관객들은 대학생 커플의 손을 들어줬다.

태아를 연기한 이유진(미리암, 23세)씨는 "부모가 이긴 결말이어도 의미는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죽음을 앞둔 태아가 울부짖는 장면이 관객들에게 낙태에 관해 생각할 기회를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대에서 눈물을 많이 흘릴 정도로 태아 입장에 깊이 감정 이입했다"며 "말 못하는 태아들의 대변자가 될 수 있어 행복했다"고 전했다.

프로라이프대학생회 회원들은 대학생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자는 고민에 대한 답으로 생명 뮤지컬을 생각해냈다. 5개월 동안 직접 대본을 쓰고 안무와 노래를 구성했고, 제10회 꽃대생명문화주간을 기념해 작품을 선보였다. 연출을 맡은 조문경(율리아, 21세)씨는 "한 사람의 마음이라도 움직여보겠다는 생각으로 뮤지컬을 시작했다"며 "교회나 어른이 아닌 같은 20대인 또래가 전하는 생명 메시지는 분명 다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연을 준비하는 동안 어려움이 많았지만, 초심을 생각하면서 서로 다독이며 여기까지 왔다"며 "배우들과 연출진 모두에게도 좋은 시간이었다"고 고백했다.

공연 후 좋은 반응도 이어졌다. 벌써 몇 곳에서 공연해 달라고 제안해온 상황이다. 학생회를 지도하고 있는 김승주(꽃동네대학교 교목처장) 신부는 "학생들과 공연 일정을 맞추는 중"이라며 "공연 제안 소식을 듣고 모두 기뻐했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 여부 판결을 앞둔 시점이라 공연이 더 의미 있다"며 "행복을 위해 선택한 낙태가 결코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점을 관객들이 체험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프로라이프대학생회는 죽음을 조장하는 상업주의 문화 소비를 거부하고 생명문화 콘텐츠 개발 등을 실천하기 위해 조직된 대학생 생명운동 단체다. 현재는 꽃동네대학교를 비롯해 대학교 6곳에서 50여 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생명 미사를 비롯해 콘서트와 영화제, 사진전, 영상 콘텐츠, 생명댓글달기운동 등 다양한 방식으로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고 있다.

백슬기 기자 jdarc@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