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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6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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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37) 디어 마이 프렌드
건강 염려증 소년과 시한부 소녀의 우정
▲ 영화 디어 마이 프렌드 포스터.



인생을 살다 보면 때로는 하느님께서 정해주신 운명이 있다고 여기며 당황하지 말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용기있게 헤쳐나갈 필요가 있다. 공자(孔子)도 "장수할 수 있는지, 부귀를 얻을 수 있는지 하는 것은 모두 하늘의 뜻에 따라 결정된다"는 말을 남겼다. 뜻대로 안 되는 것도 소망을 이루는 것도 하늘이 정해주신 때와 운명이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고 죽음을 맞이한다. 주어진 시간은 모두 다르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그의 인생이 결정된다.

영화 디어 마이 프렌드는 암 선고를 받았지만, 적극적이고 긍정 에너지가 넘치는 스카이(메이지 윌리암스 역)와 건강 염려증이 있는 소심한 캘빈(에이사 버터필드 역)이 만나 변화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암 투병 중인 스카이와 죽음이 두려워 삶을 낭비하는 캘빈이 좌충우돌하며 To Die List를 만들고, 리스트의 내용을 하나씩 해나가며 가까워진다. 친구네 파티에서 밤새도록 놀기, 가게 물건 훔쳐서 달아나기, 거짓말 탐지기 이기기, 소방관 체험하기, 고전 읽기, 마지막 옷 고르기 등 버킷리스트가 아닌 투 다이 리스트라는 생소한 리스트를 실천하는 것이다. 리스트의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도 죽음이나 이별과 같은 어두운 이미지가 아닌 그들만의 표현 방식으로 십대 청소년들의 삶의 굴레를 엿볼 수 있어 관객들에게 공감을 주고, 하이틴 영화와 같은 일탈과 모험, 사랑을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이기 힘든 나이인 스카이에게 치료약도 듣지 않게 될 거라는 말을 하자 앞으로 "좋은 날도 있고 안 좋은 날도 있겠죠"라고 답하는 담대한 모습에서 그녀의 사생관(死生觀)을 엿볼 수 있다. 캘빈은 어릴 적 쌍둥이 동생이 죽고 그 충격으로 엄마까지 잃게 되면서 매 순간 죽음을 느끼며 살아왔는데, 정작 죽음을 앞둔 스카이의 도움으로 마음의 상처를 치유받고 삶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쌍둥이 동생을 잃은 이후 한 번도 생일 축하를 받지 못한 캘빈을 위해 9년간의 밀린 생일 파티를 해 주는 스카이의 모습은 감동적이다. 서로 아픈 곳을 알아주고 배려하는 진실한 친구가 있다는 것은 매우 든든한 일이다.

긍정적이고 밝은 이미지에 걸맞은 연기를 한 메이지 윌리암스는 영화 속에서 다양한 헤어스타일과 패션을 선보이며 그녀의 매력에 빠져들게 한다. 청소년에게 인기 있는 웹툰이나 게임의 영향인지 요즈음 국내 청소년 영화 제작이 적은 상황에서 오랜만에 만나보는 유쾌하고 감동적인 청소년 영화이다. 청소년들에게 죽음이나 삶의 소중함이란 단어가 낯설고 재미없게 느껴질 수 있지만, 아프지 않아도 우울한 삶을 사는 캘빈을 위해 아프지만 한순간 한순간을 소중하고 밝게 살며 인생의 기쁨을 찾아주는 스카이는 힘들고 아픈 사람들에게 우리가 얼마나 용기를 주고 기쁨을 주었는지 생각하게 한다. 현재의 삶을 소중히 여기며 용기 있게 살아가는 스카이는 친구 캘빈뿐 아니라 주변 모두에게 행복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우리도 자신만의 To Die List를 한 번 작성해 보고, 지금까지 주저하고 하지 못한 일을 용기 내어 실천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 이경숙 비비안나(가톨릭영화제 조직위원장 겸 가톨릭영화인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