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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생활/문화/
2020.09.02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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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코로나 시대를 이겨내는 법
세상이 멈추자 일기장을 열었다 / 정상필 지음 / 오엘북스




프랑스에 사는 여섯 식구 코로나 사태,
56일간 집콕 생활 기록


코로나19로 여섯 명의 프랑스 가족이 집 안에 갇혔다. 강제 이동제한령으로 개
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프랑스에서 56일간 격리 생활이 시작됐다. 초등학교 교
사인 프랑스인 엄마와 우버 기사인 한국인 아빠는 휴교령으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과 집콕 생활을 시작했다. 가까운 이웃과의 교류도 끊겼고, 동네 슈퍼에 갈 때는 외출증명서가 필요했다.
 

집에는 텔레비전이 없다. 인터넷도 자유롭게 쓸 수 없다. 이들을 버티게 한 것은 보드게임과 정원 가꾸기, 천 조각 퍼즐과 색종이 조각들이었다. 연극을 하고, 노래를 불렀으며 만화책도 읽고 친구들과 손편지를 주고받았다. 아이들은 휴교령에 자유시간이 많아졌지만 심심할 새 없다.
 

한국인 아빠 정상필(루수)씨가 지난 3월 16일부터 56일간 집에 갇혀 지내며 일상을 기록한 책을 펴냈다. 파리8대학 불문과를 졸업하고 광주일보에서 기자로 일했던 저자는 프랑스에서 우버 기사로 운전도 하고 가끔 글도 썼지만, 격리생활로 자연스럽게 글감은 가족의 일상으로 옮겨갔다. 블로그에 그 기록을 남겼는데, 이는 한국에 있는 가족들의 안부 인사에 대한 편지이기도 했다.

최근 7~8년 동안 네 아이의 육아에 매달렸던 부부에게 격리생활은 분명 새로운 도전이었다. 가족이 온종일 붙어 지낼 수 있는 비결은 각자의 공간과 취미에 대한 존중이다. 저자는 부부의 생활 방식 중 오래 붙어 지내기에 특화된 장점은 '식사 준비를 한 명이 전담하지 않는 것'이라고도 귀띔한다.
 

한국인 아빠는 프랑스인 가족의 대화에 끼지 못하고, 프랑스식 육아에 혼란을 느끼기도 한다. 온전히 집 안에서만 함께하다 보니 서로 예민해져 충돌도 생긴다.
 

주일에는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블루아 주교좌대성당에서 페이스북으로 생중계해주는 미사에 참여했다. 어려운 상황을 잘 헤쳐나가자는 메일과 문자를 본당과 교구, 학교를 통해 자주 받는다. 부부는 저녁 식사 후 아이들과 함께 모여 9일 기도를 바쳤다.
 

"격리돼 있으면서도 기본적인 생활은 가능하기 때문에 겉으로는 딱히 힘들게 없어 보이지만 종종 우리는 어딘가 비어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아무리 맛있는 밥을 해 먹고 산책을 하고 정원에서 뛰어놀아도 허전한 이유가 타인과의 관계 단절 때문이라는 생각이 점점 깊어졌다."(74쪽)
 

흩어진 가족은 격리생활로 한데 모여 생활하지만 단순하고 소박한 생활에 익숙해졌다. 잔디를 가꾸고, 흙을 만지며 자연 친화적인 삶을 산다. 저자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게 그렇게 많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된다고 털어놓는다.
 

정씨는 프롤로그에서 "내가 날마다 품고 사는 질문들은 바이러스로 인해 세상이 멈추게 된 이후에도 계속 유효하다"면서 "오히려 격리된 상황이었기에 더욱 가족, 부부, 육아, 행복, 사랑 같은 키워드에 내 생각을 집중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독자들이 나의 글을 통해 그런 가치들을 떠올리고 음미해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일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