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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생활/문화/
2020.10.28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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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과 가정에서 느끼는 하느님 사랑
김연아 선수 주치의 하늘병원 조성연 원장 일상 속에서 하느님 체험담 유쾌하게 풀어




가톨릭교회에서 운영하는 병원도 아닌데 병원의 제일 높은 층에 원목실과 경당이 있다. 경당에는 성체가 모셔져 있고, 병실마다 십자가가 걸려있다. 코로나19로 원목실이 문을 닫아 미사가 멈출 줄 알았는데, 입원한 사제들이 돌아가며 매일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1층에서는 살레시오회 신부가 어려운 처지의 청소년과 이주민을 위해 젤라또를 판다.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에 있는 '하늘병원' 풍경이다. 조성연(요셉) 원장이 '하늘에 계신 하느님의 병원'이라는 뜻으로 병원 이름을 지었다.

조 원장이 하느님이 일상에 계시다는 것을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어 책을 냈다. 소소한 일상에서 하느님을 만나며 느낀 기쁨과 행복을 「병원지기 유쾌한씨」(성바오로)에 유쾌하게 담아냈다.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삶의 순간들을 가벼운 문장에 툭툭 털어 넣었지만, 하느님을 향한 그의 사랑은 묵직한 울림으로 녹여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의사이자, 아버지, 남편으로 살아가는 따뜻한 일상은 가끔 허둥대고 부족한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내지만, 삶의 무게중심은 사랑에 고정돼 있다.

"일상 속에 하느님이 계시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하느님을 떼어놓고 우리 삶을 살아가서는 안 된다는 것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하느님의 현존을 저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체험하길 바랍니다."

우리나라 '스포츠 의학'의 선구자인 조 원장은 토막이야기 사이에 일화와 어울리는 의학상식도 함께 썼다.

"스포츠 의학은 가장 인간적인 학문입니다. 약물을 최소화하고, 하느님이 주신 본연의 능력을 되찾아가는 데 초점이 있어요. 해부학적인 치료보다는 신체 기능을 치료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중요시합니다. 단순히 안 아프게 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목적이지요."

그에게 병원의 주인은 하느님이다. 전국에서 그를 찾아오는 사제와 수녀들은 하느님의 환자다. 그가 진료비를 거절해온 이유다.

"신부님과 수녀님들은 웬만큼 아파서는 잘 안 오시는 게 특징입니다. 잘 참으시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스스로 받아야 할 고통이라고도 생각하는 것 같고요. 앉아서 기도를 많이 하는 것은 허리 디스크의 주범입니다. '라운드 숄더'라고 어깨가 말리고, 목을 숙이고, 허리를 숙이는 수녀님들의 겸손한 자세는 척추에 아주 나쁩니다. 저는 운동하시면서 기도하라고 권해요.(웃음)"

그에게 삶의 고비가 없었던 건 아니다. 그는 뉴질랜드 오클랜드대학에서 스포츠과학 및 운동과학을 공부하고, 한국에 들어와 삼성서울병원에 문을 두드렸지만 IMF로 자리가 없었다. 태릉선수촌에서 선수들을 진료하다가 하늘스포츠의학클리닉을 개원했다.

"그때 통장에 500만 원도 없어 개원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요. 전세, 월세를 살고 있었는데 어떻게 하게 되더라고요. 병원도 빠른 속도로 성장했고요. 매일 미사를 드리면서 길을 열어달라고 기도했죠. 지금도 첫 마음 그대로 하느님께 감사합니다. 이건 제가 한 게 아니에요."

'원장실'이라고 적힌 자신의 진료실에 들어갈 때에도 매번 하느님을 형상화한 성상을 향해 목례를 하는 그는 "하느님을 가까이하는 게 가장 행복하다"면서 "사람을 통해 하느님을 만나는 일이 기쁘다"고 했다.

그는 2008년 김연아(스텔라) 피겨 스케이팅 선수의 주치의로 김 선수가 세례를 받는 데 영향을 줬다. 조 원장은 김 선수에게 "성당에 가자"고 한 적이 없다. 최근에는 '암벽 여제'로 불리는 스포츠 클라이밍 김자인(베르나디나) 선수와 남편 오영환(플로리아노) 국회의원의 세례를 이끌었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병원지기 유쾌한씨

조성연 지음 / 성바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