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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마르코 복음서 이야기27: 중풍 병자 치유(마르 2,1-12)

6688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3-07-09

마르코 복음서 이야기 (27) 중풍 병자 치유(2,1-12)

 

 

안토니 반 다이크(Anthony Van Dyck, 1599-1641)가 1619년경에 그린 <중풍병자를 치유하시는 그리스도>

 

 

예수님이 카파르나움으로 돌아오자 많은 이들이 예수님께 모여듭니다(2,1). 그 가운데 율법 학자들도 있습니다(2,6). 그들은 앞으로 사회 종교적 문제와 관련하여 예수님과 논쟁을 벌이며, 심지어 그분을 어떻게 없앨까 모의까지 하게 됩니다(2,1-3,6). 마르코 복음서 상위 이야기(Macro-narrative)에서 예수님과 종교 지도자들 사이 갈등(Conflict)이 촉발, 심화되는 것입니다.

 

그 시작에 중풍 병자의 치유 이야기가 있습니다. 네 사람이 중풍 병자를 예수님께 데려가려는데 군중 때문에 가까이 나아갈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이 있는 집의 지붕을 벗기고 구멍을 내어 들것과 함께 중풍 병자를 집 안으로 내려 보냅니다. 나병환자가 말했던 것(“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 1,40)을 그들은 행위로 표현했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중풍 병자를 치유해줍니다(2,11-12).

 

주목할 점은 예수님이 치유 말씀에 앞서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고 중풍 병자에게 선언한 사실입니다. 예수님은 병 자체보다 인간과 하느님의 관계에 일차적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중풍 병자가 죄를 용서받음으로써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가 되었음을 밝힙니다. 이로써 인간이 하느님 나라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믿음으로 예수님께 나아가 죄를 용서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1,14-15 참조).

 

하지만 율법학자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이자가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율법학자들은 무엇이 하느님의 뜻인지 율법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그러기에 그들에게 죄의 용서는 오직 하느님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탈출 34,7-9; 이사 43,25; 44,22). 율법학자들은 하느님을 잘 안다고 자부했지만 하느님께서 예수님 안에서 이루시려는 새로움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습니다(2,7).

 

예수님은 종교 지도자들의 어리석음을 깨우치기 위해 질문합니다.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하고 말하는 것과 ‘일어나 네 들것을 가지고 걸어가라.’ 하고 말하는 것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쉬우냐?” 그리고 예수님은 자신(“사람의 아들”)에게 죄를 용서하는 권한이 있음을 드러내기 위해 중풍 병자를 말씀으로 치유합니다. 율법학자들은 예수님의 치유 기적을 확인하며, 죄의 용서에 관한 그분의 말씀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이 즈음부터 수신자는 종교 지도자들에게 반감(Antipathy)을 갖게 됩니다. 설화자는 예수님이 율법학자들의 속마음을 알았다고 전하면서 수신자를 예수님의 입장에 서게 합니다(2,8). 이야기를 접하는 이들은 자연스럽게 율법 학자들과 거리를 두며 앞으로 예수님에 대한 그들의 태도를 주목할 것입니다.

 

[2023년 7월 9일(가해) 연중 제14주일 광주주보 숲정이 3면, 김영남 가브리엘 신부(광주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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