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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엘리 사제와 예언자 사무엘(1사무 2,11-4,1ㄱ)

6710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3-07-31

[구약성경 순례 -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엘리 사제와 예언자 사무엘(1사무 2,11-4,1ㄱ)

 

 

지난번 순례 때 우리는 사무엘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삼손의 탄생과 비슷하게 사무엘 역시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인에게서 태어났습니다. 이는 하느님의 기적적인 개입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기적적인 탄생 이야기는 하느님께서 태어날 아기를 통하여 당신의 구원 계획을 펼치실 것임을 알려줍니다. 이제 우리는 사무엘의 유년기에 대해 듣게 됩니다. 아이가 젖을 뗄 무렵이면 약 세 살 가량이 됩니다. 이토록 어린 나이에 성소에 봉헌된 아이는 과연 어떻게 자라날까요?

 

이번 순례지는 어린 사무엘이 머물고 있는 실로 성소입니다. 실로 성소는 당시에 계약의 궤가 모셔져 있던 곳으로 에프라임 지파의 상속지에 위치합니다. 어린 사무엘은 엘리 사제 곁에서 주님을 섬기고 있습니다. 사무엘의 성장기를 언급하는 이 단락은 엘리 집안의 하강과 사무엘의 상승을 대조하듯이 보여줍니다. 먼저, 성경의 저자는 엘리의 아들들의 반복되는 죄악을 고발합니다. 그들은 불량한 자들로 주님께 제사를 드리기도 전에 사제에게 돌아갈 몫을 챙김으로써 주님의 제물을 함부로 다룹니다. 엘리는 매우 연로하였기에 성소를 관리하는 실권이 그의 아들들에게 있었던가 봅니다. 엘리의 두 아들은 하느님 두려운 줄을 모르고 그들의 권위를 남용합니다. 급기야는 그들이 만남의 천막 어귀에서 봉사하는 여인들과 관계한다는 소문까지 퍼졌습니다. 이를 알게 된 엘리가 그들을 책망하였으나 그들은 아버지의 말도 듣지 않습니다. 성경의 저자는 주님께서 그들을 죽이실 뜻을 품으셨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말합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어린 사무엘은 주님과 사람들의 총애를 받으며 자라납니다. 어느 날 하느님의 사람이 엘리를 찾아와서 엘리의 집안이 망하게 되리라는 신탁을 전해줍니다. 예언자가 전해 준 말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엘리의 조상들은 사제 집안으로 선택되었고, 사제의 의무는 ‘제단에 오르는 것’ ‘향을 피우는 것’ 그리고 ‘하느님 앞에서 에폿을 걸치는 것’인데, 그들은 사제직을 남용하고 주님께 바친 희생제물을 업신여기고 있다. 그런데도 엘리는 주님보다 자식들을 소중하게 여긴다. 그러므로 엘리 집안은 사제직에서 밀려나고 하느님께서 새롭고 충실한 사제를 일으킬 것이다. 

 

이어지는 이야기(1사무 3장)는 엘리 집안이 몰락하리라는 예언과 대조적으로 어린 사무엘이 하느님의 계시를 들음으로써 예언자의 반열에 오르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아직 환시나 계시에 대한 체험이 없었던 사무엘은 하느님의 궤가 있는 성소에서 자고 있다가 하느님께서 부르시는 소리를 듣습니다. 그러나 사무엘은 그 소리가 엘리가 부르는 소리인 줄 알고 엘리에게 달려갑니다. 엘리는 그를 부른 적이 없다고 하면서 돌아가 자라고 말합니다. 주님께서 다시 그를 부르시자 이번에도 엘리에게 달려갑니다. 엘리는 이번에도 돌아가 자라고 말합니다. 주님께서 세 번째로 부르셨을 때 사무엘이 다시 엘리에게 달려가자 엘리는 그제서야 주님께서 사무엘을 부르시는 줄 알고, 주님께서 다시 부르시면 ‘주님, 말씀하십시오. 당신 종이 듣고 있습니다.’ 하고 대답하라고 일러줍니다. 이때 사무엘이 들은 말씀은 엘리 집안에 내릴 재앙에 대한 메시지였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사무엘은 이 메시지를 엘리에게 알리기를 두려워합니다. 그러자 엘리는 사무엘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숨김없이 전해야 함을 알려줍니다. 이에 사무엘은 그가 들었던 주님의 말씀을 엘리에게 전합니다. 사무엘이 자라는 동안 하느님께서 줄곧 그와 함께하셨고, 그가 한 말은 모두 이루어주셨습니다. 이리하여 사무엘은 단에서 브에르 세바에 이르기까지, 곧 전국적으로 주님의 믿음직한 예언자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주님께서는 실로에서 거듭 나타나셔서 당신의 말씀을 전해 주셨습니다. 어린 사무엘의 성장기는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2023년 7월 30일(가해) 연중 제17주일 가톨릭마산 8면, 김영선 루시아 수녀(광주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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