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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물 위를 걸으신 기적

6723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3-08-13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물 위를 걸으신 기적

 

 

이스라엘의 북쪽 지방에 자리한 갈릴래아 호수에서는 예수님께서 물 위를 걸으신 기적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갈릴래아 호수는 그 수면이 해저 200미터여서 1년 내내 따뜻합니다. 그런데 북쪽으로 한 시간 거리인 헤르몬 산은 최고봉이 2,800미터라 겨울에는 눈이 쌓일 정도로 춥습니다. 이런 온도 차이 때문에 갈릴래아 바다에서는 종종 거센 풍랑이 일어납니다. 북쪽에서 내려온 찬 기운이 갈릴래아 호수의 따뜻한 공기와 만나 맞바람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그런 날씨에 배라도 타면, 2,000년 전 풍랑 중에 물 위를 걸어오시는 예수님을 보고 두려워한 제자들의 모습도 떠올려보게 됩니다.

 

예수님이 물 위를 걸으셨다는 이 기적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이 사건은 단순히 그분의 놀라운 능력만을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는 예수님이 ‘창조주’이자 ‘구세주’이심을 드러내 준 기적입니다. 예부터 물은 혼돈과 죽음의 세력을 상징했습니다. 사실 물은 생명을 주지만, 동시에 죽음도 가져오는 양면성을 지녔습니다. 노아 시대에는 홍수가 세상을 망하게 하였지요.

 

창세기에서는 세상 창조 이전의 모습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땅은 아직 꼴을 갖추지 못하고 비어 있었는데, 어둠이 심연을 덮고 하느님의 영이 그 물 위를 감돌고 있었다”(1,2). 이에 따르면, 창조 전에는 ‘불모지’ ‘어둠’ ‘물’ 그리고 ‘주님의 영’이 있었던 셈입니다. 여기서 주님의 영을 제외한 셋은 태초의 혼돈을 나타냅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영이 물 위를 감돌고 있었다는 말은, 물로 상징화된 혼돈(죽음)의 힘을 주님의 영께서 내리누르고 계셨다는 뜻입니다. 주님께서는 혼돈을 제압하시며 빛을 만들어 낮으로 삼으시고 어둠은 밤으로 삼으십니다(5절). 이로써 세상에 첫 질서가 잡힙니다. 물 역시 주님께서 반으로 갈라 절반은 하늘에 두고 – 구름과 비를 의미하겠지요 - 나머지 절반은 땅에 두신 뒤 바다와 뭍으로 구분하시어 생명체들이 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셨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창조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창조는 단순히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행위에 앞서 생명체가 살 수 있도록 혼돈의 힘을 제압하고 막아주는 거라는 점입니다(이사 45,18). 다시 말해, 창조는 피조물들에게 안전한 생활공간을 마련해주는 일이므로, 창조력은 구원과 직결되는 힘입니다. 천지창조가 성경의 맨 앞에 배치된 까닭도 하느님께서 세상에 행하신 첫 번째 구원 행위라는 데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물 위를 걸으셨다는 기적도 같은 의미를 갖습니다. 바로 예수님께서는 혼돈과 죽음의 세력을 제압하시는 분이라는 사실입니다. 더구나 이 기적은 창세 1,2뿐 아니라 하느님을 “바다의 등을 밟으시는 분”이라고 찬양한 욥 9,8도 상기시킵니다. 이렇듯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 바다의 등을 밟으심으로써 창조주로서의 당신 권능을 증명하셨습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 구약학과에서 공부하여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님성서연구소에서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며, 저서로는 <에제키엘서>와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 <구세사 산책; 에덴에서 약속의 땅까지>가 있다.

 

[2023년 8월 13일(가해) 연중 제19주일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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