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약] 다윗 이야기: 당신 앞에서 영원히(2사무 7,29) - 다윗이 하느님의 약속을 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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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25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3-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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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 이야기] “당신 앞에서 영원히”(2사무 7,29) - 다윗이 하느님의 약속을 받다
여덟 번째 이야기 : 2사무 7장
사무엘기는 다윗과 이스라엘 역사에 새겨지고 기억될 중대한 일화를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임금이 자기 궁에 자리 잡고, 주님께서 그를 사방의 모든 원수에게서 평온하게 해 주셨을 때이다. 임금이 나탄 예언자에게 말하였다. ‘보시오, 나는 향백나무 궁에 사는데, 하느님의 궤는 천막에 머무르고 있소.’ 나탄이 임금에게 말하였다. ‘주님께서 임금님과 함께 계시니, 가셔서 무엇이든 마음 내키시는 대로 하십시오.’”(7,1-3)
계약 궤가 예루살렘으로 옮겨졌지만 아직 야훼 하느님의 성전은 없었다. 수호신을 섬기는 신전을 짓는 것은 당대 임금들에게는 왕권을 드러내고 백성을 통합하는데 있어 중요했다. 나탄 예언자는 하느님을 충실히 섬겨 온 이였기에 다윗은 그의 말에 열린 태도를 취한다. 하느님은 다윗의 마음을 어떻게 여기셨을까?
“그런데 그날 밤, 주님의 말씀이 나탄에게 내렸다. ‘나의 종 다윗에게 가서 말하여라. ’주님이 이렇게 말한다. 내가 살 집을 네가 짓겠다는 말이냐? 나는 이집트에서 이스라엘 자손들을 데리고 올라온 날부터 오늘까지, 어떤 집에서도 산 적이 없다? 천막과 성막 안에만 있으면서 옮겨 다녔다.‘”(7,4-6)
하느님은 다윗의 마음을 받아주시는 듯 그를 ’나의 종‘이라고 정답게 표현하신다. 어디에나 계시지만 그 모습을 볼 수 없는 주님을 인간이 지은 건물 안에 한정시킬 수 없음을 알려주신다. 더 나아가 앞으로 다윗 집안에게 해 주실 일들을 선언하신다.
“너의 날수가 다 차서 조상들과 함께 잠들게 될 때, 네 몸에서 나와 네 뒤를 이을 후손을 내가 일으켜 세우고, 그의 나라를 튼튼하게 하겠다.… 나는 그의 아버지가 되고 그는 나의 아들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일찍이 사울에게서 내 자애를 거둔 것과는 달리, 그에게서는 내 자애를 거두지 않겠다. 너의 집안과 나라가 네 앞에서 영원히 굳건해지고, 네 왕좌가 영원히 튼튼하게 될 것이다.” (7,12-16)
하느님께서 다윗에게 주신 약속은 조건부가 아니라는 점에서 선물에 가깝다. 아브라함의 부르심처럼(창세 12장) 당신이 먼저 축복의 약속을 주신다. 사랑은 언제나 ‘먼저’ 움직이고 ‘조건 없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낱 양치기에 불과했던 다윗은 자신이 열두 지파를 아우르는 왕국의 임금이 되고 평화와 번영을 누리게 된 것이 하느님 덕분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자기 세대를 넘어 후대에 이르기까지 변함없는 하느님의 ‘자애’를 받게 되리라는 하느님의 약속을 받은 것이다. 이 약속에는 사울과 달리 하느님의 자애가 취소되지 않으며, 왕국과 왕권에 ‘영원히’라는 표현이 두 번이나 쓰이고 있다. 다윗은 주님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린다.
“주 하느님, 제가 누구이기에, 또 제 집안이 무엇이기에, 당신께서 저를 여기까지 데려오셨습니까? 주 하느님, 당신 눈에는 이것도 부족하게 보이셨는지, 당신 종의 집안에 일어날 먼 장래의 일까지도 일러 주셨습니다.… 이 다윗이 당신께 무슨 말씀을 더 드릴 수 있겠습니까? 주 하느님, 당신께서는 당신 종을 알고 계십니다.… 그러므로 주 하느님, 당신께서는 위대하시고 당신 같으신 분은 없습니다. 저희 귀로 들어 온 그대로, 당신 말고는 다른 하느님이 없습니다.”(7,18-22)
다윗은 “나의 종”(7,5.8)이라고 부르셨던 하느님께 화답하듯 올리는 감사기도에서 “주 하느님”을 여러 차례 반복해 부른다.(7,18.19.20.22) 하느님을 ‘주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단순한 호칭이 아닌 가장 간결한 ‘신앙 고백문’이다.
다윗은 하느님께서 자신에게 해 주신 일들을 잘 알고 또 기억한다. 기억하는 일은 감사로 이어지고 이때 기도는 하느님께 대한 신앙의 고백으로 흘러나온다. “당신 같으신 분은 없습니다.… 당신 말고는 다른 하느님이 없습니다.”(7,22)라는 표현은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에게 벗어나 헤매다가 다시 돌아올 때마다 반복하던 말이다. 그만큼 그분이 해 주신 일을 잊어버리는 것은 이스라엘 역사에서 다반사였다. 다윗은 자기 하느님의 업적을 기억하는 사람이었다. 다윗의 기도는 감사와 신뢰, 그리고 한 가지 소망을 담은 청원 기도로 마무리 된다.
“이제 주 하느님, 당신은 하느님이시며 당신의 말씀은 참되십니다. 당신 종에게 이 좋은 일을 일러 주셨으니, 이제 당신 종의 집안에 기꺼이 복을 내리시어, 당신 앞에서 영원히 있게 해 주십시오. 주 하느님, 당신께서 말씀하셨으니, 당신 종의 집안은 영원히 당신의 복을 받을 것입니다.”(7,28-29)
다윗 후손에게 이어질 왕국과 왕권에 대한 약속은 다윗에게 ‘좋은 일’로 여겨진다. 그러나 그가 바라는 참된 복은 ‘당신 앞에서 영원히’ 있게 해 달라는 것이다. 하느님을 섬기는 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분께서 함께해 주시는 삶이다. 모든 것을 잃게 되더라도 하느님을 잃지 않았다면 아무것도 잃어버린 것이 없기 때문이다.
“주 하느님, 당신께서 말씀하셨으니, 당신 종의 집안은 영원히 당신의 복을 받을 것입니다.”(7,29)라는 다윗의 응답에서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루카 1,45)으로 칭송받은 여인이 떠오른다. 바로 이 여인을 통해 영원한 임금, 다윗의 후손인 메시아가 탄생하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약속을 가져오신 다윗의 후손 앞에서 우리도 영원히 있게 되기를, 아멘.
“주 하느님, 당신께서 말씀하셨으니, 저희가 당신 앞에서 영원히 있게 해 주십시오.”
[월간빛, 2023년 8월호, 송미경 베로니카 수녀(성바오로딸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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