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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판관 기드온

6770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3-10-09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판관 기드온

 

 

오늘 군인 주일에는 전사(戰士)로 활약한 판관 가운데 한 인물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하롯 샘의 전투로 유명한 기드온입니다. 하롯 샘은 길보아산 아래 자리한 장소로, 기드온은 그곳에서 미디안을 꺾었습니다.

 

판관 시대 이스라엘 백성은 매번 비슷한 행동 양식을 되풀이하였습니다. 죄를 지어 곤경에 빠지면 주님께 호소하였고, 그때마다 주님께서는 그들을 위해 판관을 세워주셨습니다. 기드온 시대에 이스라엘은 우상숭배 죄(판관 6,10.25)로 미디안의 손에 넘겨집니다(1절). 백성이 씨를 뿌려 놓으면 미디안의 무리가 올라와 양식을 남겨 놓지 않았다고 합니다(3-4절). 이 시기 기드온은 적에게 빼앗기지 않으려고 오프라에 있는 자기 집에서 밀을 몰래 떨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향엽나무 밑에 나타난 천사를 만나 주님의 메시지를 듣게 됩니다. 처음에는 그가 천사를 알아보지 못하는데, 구약 시대에는 천사들이 평범한 모습으로 나타나곤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뒤늦게 천사의 정체를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삼손의 아버지 마노아도 아들의 탄생을 예고해준 천사가 제단 불길을 타고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서야 그의 정체를 알게 됩니다(13,16.20-21). 기드온의 경우에는, 천사가 돌에서 불이 나오게 하여 기드온이 놓아 둔 고기와 빵을 불살라 버림으로써 자신의 정체를 증명하였습니다(6,20-22).

 

하느님의 구원 계획을 알게 된 기드온은 하롯 샘에 진을 칩니다(7,1). 이때 주님께서는, 병사가 너무 많으면 이스라엘이 제가 강하여 승리했다고 자만할 수 있으므로(2절) 하롯 샘에서 “개가 핥듯이 물을 핥는 자”(5절) 삼백 명만 뽑게 하십니다. 사실 6절에는 “손으로 물을 떠서 입에 대고 혀로 핥는 자들의 수가 삼백이었고, 나머지 군사들은 모두 무릎을 꿇고 물을 마셨다.”라는 구절이 나오지만, 이는 잘못 전승된 본문으로 보입니다. “손으로 물을 떠서”라는 구절은 같은 절 “무릎을 꿇고”의 뒤로 붙여 “나머지 군사들은 모두 무릎을 꿇고 ‘손으로 물을 떠서’ 마셨다.”라고 해야 적당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개는 물을 손으로 떠서 핥지 않기 때문입니다. 개가 핥듯이 물을 핥는 것보다 무릎을 꿇고 물을 떠 마시는 것이 뒤에 매복한 적까지 견제할 수 있어 더 노련한 행동이지만, 하느님은 일부러 노련하지 않은 병사들을 골라 내셨습니다. 전쟁의 승리가 오롯이 당신에게서 비롯됨을 증명하시려는 목적이었던 것입니다.

 

실은 기드온도 겁쟁이였습니다(9-11절). 하느님께서 그가 두려워하는 걸 아시고 시종 푸라와 함께 미디안 진영으로 보내 거기서 적 두 사람이 나누는 꿈 이야기를 듣게 하십니다. 그 꿈은 보리 빵 하나가 굴러와 미디안의 천막을 쓰러뜨리는 내용이었는데요, 보리 빵은 이스라엘 군을 의미하며, 보리 빵으로 상징되는 농경민이 천막으로 상징되는 유목민을 꺾으리라는 예고였습니다. 이에 기드온은 큰 용기를 내게 됩니다. 그리고 한밤중에 삼백 병사로 적들을 포위한 다음 단지를 깨고 나팔을 불어 적을 교란시키니, 미디안은 혼란에 빠져 저희끼리 치면서 쓰러졌고, 이스라엘은 제자리에서 그 모습을 지켜볼 뿐이었습니다(21절). 이렇게 이스라엘 병사들은 하느님의 이끄심으로 무사히 승리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군인 주일인 오늘, 하느님께서 우리나라를 지키는 국군 장병들을 당신 사랑으로 보호해주시기를 빕니다. 신자분들도 이 땅의 군인들이 복무를 마치는 그날까지 맡은 소임을 안전하게 다할 수 있도록 기도해주시기를 청합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 구약학과에서 공부하여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님성서연구소에서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며, 저서로는 <에제키엘서>와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 <구세사 산책; 에덴에서 약속의 땅까지>가 있다.

 

[2023년 10월 8일(가해) 연중 제27주일(군인 주일)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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