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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사도행전 읽기34: 예루살렘을 향한 여행과 야고보 만남(사도 21,1-26)

6781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3-10-22

[사도들의 기쁨과 삶을 담은 사도행전 읽기 34] 예루살렘을 향한 여행과 야고보 만남(21,1-26)

 

 

바오로는 밀레도스에서 에페소 원로들에게 고별 설교를 하고 그들과 마지막 기도를 드린 뒤, 예루살렘 여정을 시작합니다. 이 여행은 로마로 가는 여정의 첫 단계입니다. 바오로는 예루살렘에서 자기가 겪어야 할 불행한 일들을 예감하지만, 이 여정을 멈추지 않습니다. 마치 예수님께서 당신의 죽음을 알고 있지만, 예루살렘으로 가시려고 마음을 굳히셨다는 루카복음 말씀을 연상케 합니다.(루카 9,51)

 

바오로는 에페소 원로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이제 나는 성령께 사로잡혀 예루살렘으로 가고 있습니다.”(20,22) 예루살렘의 여정은 바오로만의 의지가 아닙니다. 성령의 인도로 이루어지는 여정입니다. 그런데 제자들과 하가보스라는 예언자는 성령의 지시를 받아,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지 말라고 바오로에게 이야기합니다. 분명 바오로는 성령께 사로잡혀 예루살렘으로 향하고 있지만, 정반대로 올라가지 말라는 성령의 지시도 함께 들립니다. 루카는 이렇게 상반된 이야기를 왜 써놓았을까? 아마도 주님의 소명과 사명은 일방적이지 않다는 루카의 의도가 반영된 것은 아닌가 생각됩니다. 주님은 소명자의 의지가 무시된 채 일방적으로 명령하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우리의 자유 의지를 존중해 주십니다. 바오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성령께 사로잡혀 예루살렘으로 가고 있고, 그 길의 끝에는 고난이 있겠지만, 이 여정은 바오로의 의지가 빠진 여정이 아닙니다. 그래서 바오로는 예루살렘에 올라가지 말라는 주변의 간곡한 부탁에도, “나는 주 예수님의 이름을 위하여 예루살렘에서 결박될 뿐만 아니라 죽을 각오까지 되어 있습니다.”(21,13)라며 강력한 자신의 의지를 보여줍니다. 결국 성령의 인도와 바오로의 의지가 하나 되어 로마로 향하는 주님의 뜻은 이루어집니다.

 

드디어 바오로는 예루살렘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형제들의 따뜻한 환영과 예루살렘 지도자인 야고보와 만남이 이어집니다. 바오로는 야고보와 원로들에게 자신의 성과, 이방인들에게 이루어진 하느님의 결실을 보고합니다. 야고보는 바오로의 성과를 인정하고 하느님을 찬양하면서, 예루살렘 그리스도인들이 바오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려 줍니다. 여기서 예루살렘 그리스도인들이 생각하는 구원의 방식이 드러납니다. 바오로는 분명 구원은 율법의 충실성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써 이루어진다고 가르쳤습니다. 그러나 예루살렘 그리스도인들은 아직도 믿음을 통한 구원이 아니라 율법을 통한 구원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바오로는 그들과 충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가르침을 접어두고 그들이 원하는 요구를 들어줍니다. 소신보다는 평화와 일치의 길을 선택합니다. 자신의 소신을 접는다고 해서 부활하신 그리스도에 대한 자신의 충실성이 약화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바오로의 3차 선교 여행은 예루살렘에 도착하면서 끝을 맺습니다. 이제부터는 바오로의 수난이 시작됩니다. 그러나 바오로는 걱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죽을 각오로 이 길을 끝까지 걸어가고자 합니다. 바오로는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입니다.

 

[2023년 10월 22일(가해) 연중 제29주일(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 전교 주일) 서울주보 5면, 김덕재 안드레아 신부(사목국 성서못자리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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