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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광야, 새 출발을 위한 장소

6831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3-12-13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광야, 새 출발을 위한 장소

 

 

성경에서 광야는 이중성을 지닌 장소입니다. 이스라엘이 하느님의 백성으로 새로 태어나 그분을 믿고 따르던 곳이며(예레 2,2; 호세 2,16-17), 동시에 그들의 반역 기질이 단적으로 드러난 장소입니다(탈출 16,2-3; 신명 9,7 등). 이런 이중성은 광야의 특성과도 직결되어 있습니다. 광야에선 삶의 여건이 너무 열악하기에 양 떼가 목자를 따르듯이 하느님께 의지할 수밖에 없고, 또한 그런 여건 속에 오래 머물다 보면 불평불만이라는 구렁에 빠질 수도 있었던 것입니다.

 

이집트에서 탈출한 이스라엘이 광야에서 겪게 된 첫 번째 위기는 ‘물과 식량의 부족’(탈출 15,22-24; 16,1-3 등) 그리고 ‘유목민 아말렉의 공격’(17,8-13)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은 갈증과 굶주림으로 지친 가운데 아말렉의 급습(신명 25,18)을 막아내야 했습니다. 아말렉이 자기네 터전에 갑자기 등장한 이스라엘을 위협적인 존재로 여겼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러한 모든 정황은 광야가 어떤 곳인지를 말해줍니다. 온갖 위험이 도사린 곳(신명 8,15), 창조 이전의 혼돈을 떠올려주는 곳 말입니다. 창세 1,2을 보면, 창조 이전의 상황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땅은 아직 꼴을 갖추지 못하고 비어 있었는데, 어둠이 심연을 덮고 하느님의 영이 그 물 위를 감돌고 있었다.” 여기서 ‘꼴을 갖추지 못하고 비어 있었다.’라는 구절은 히브리어로 [토후 바보후]인데, [토후]는 ‘불모지’ 곧 ‘광야’를 뜻합니다. 이런 불모지에 주님께서 질서를 부여하시어 세상을 만드셨듯이, 이스라엘도 온갖 위험이 도사린 혼돈의 땅 광야에서 단련 받으며 하느님의 백성으로 거듭나게 됩니다(신명 8,2-5). 이런 의미에서 광야는 구원의 땅이자 창조의 땅이기도 합니다.

 

“광야에 주님의 길을 닦아라.” 하신 이사 40,3의 선포에도 혼돈과 구원, 창조라는 상징성이 숨어 있습니다. 왜냐하면, 광야는 과거 이집트 탈출의 현장이자 이스라엘이 하느님의 백성으로 거듭난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구절은, 이스라엘이 이집트에서 탈출하여 약속의 땅에 정착하게 되었듯이, 제2의 종살이 장소인 바빌론에서도 해방되어 귀향하게 되리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기원전 6세기, 건국 이래 처음으로 완전히 패망하였을 때, 이스라엘은 바빌론으로 끌려가 유배살이하는 절망감을 이렇게 표현하였습니다: “우리 뼈들은 마르고 우리 희망은 사라졌으니, 우리는 끝났다”(에제 37,11). 그들은 나라를 잃고 패배자가 된 자신들을 ‘죽은 자’로 여겼습니다. 하지만 바빌론 유배자로 함께 살았던 예언자 에제키엘은 이스라엘의 부활 환시를 보고 시온으로의 귀환을 예고합니다(1-14절). 바빌론의 한 계곡에 뼈가 잔뜩 쌓여 있는 가운데, 에제키엘이 주님의 명령에 따라 예언하자 모두 되살아났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뒤를 이어 이사 40장에서는 이 환시의 실현을 알리며 주님의 길을 준비하라고 선언한 것입니다. 이는 우리가 잠시 유혹에 빠져 죄의 종이 되더라도, 혼돈과 창조의 힘이 공존하는 광야와 같은 삶 속에서 주님께 의지하며 회복의 희망을 품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 구약학과에서 공부하여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님성서연구소에서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며, 저서로는 <에제키엘서>와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 <구세사 산책; 에덴에서 약속의 땅까지>가 있다.

 

[2023년 12월 10일(나해) 대림 제2주일(인권 주일, 사회 교리 주간)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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