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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사도행전 읽기39: 로마 압송과 복음 선포(사도 27,1-28,31)

6846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3-12-25

[사도들의 기쁨과 삶을 담은 사도행전 읽기 39] 로마 압송과 복음 선포(27,1-28,31)

 

 

사도행전은 바오로의 로마를 향한 여정과 바오로가 그곳에서 복음 선포하는 것으로 끝을 맺습니다. 도대체 로마가 왜 중요할까요? 사실 로마는 단순한 도시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세상의 끝이며, 중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오로가 로마로 향한다는 것은 세상 땅 끝에 복음이 선포되고 세상의 중심에 복음의 메시지가 울려 퍼진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바오로의 마지막 로마 여정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폭풍을 만나 배가 표류하고 난파되어 몰타섬에서 뱀에게 물리는 등 여러 가지로 힘든 여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구원은 바오로를 통해 이루어졌고, 로마를 향한 항해는 계속됩니다. 또한 배가 난파되어 위태로운 상황이지만, 바오로는 두려움보다 우리는 모두 죽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다른 이들에게 전해줍니다. 확신에 찬 바오로의 태도는 로마에서 증거해야 한다는 주님의 말씀을 굳게 믿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우리가 주님을 굳게 믿을 때 어둠 속에서 빛을 밝힐 수 있고, 절망 속에서 희망의 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이런 바오로의 모습은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에 보여주어야 하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난파된 바오로 일행은 몰타라는 섬에서 지내게 됩니다. 이때 사도행전은 바오로의 기적 이야기를 언급합니다. 그는 뱀에게 물렸지만 죽지도 않았고, 여러 섬의 병든 사람들을 고쳐주기까지 합니다. 이 모습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파견할 때, 마귀를 쫓아내고 질병을 고쳐주는 권한을 주셨다.”(루카 9,1)는 말씀을 연상케 합니다. 이제 바오로는 다른 사도들과 마찬가지로 부활하신 주님의 도구로 쓰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바오로의 역할은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로마에서 그리스도의 증언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그는 다시 로마를 향해 길을 나섰고, 그곳에 도착해 유다인 지도자들을 향해 그리스도를 선포합니다. 그런데 사도행전의 마지막이 조금 이상합니다. 그저 바오로가 만 이 년 동안 아무런 방해 없이 자유롭게 지내며,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고 예수 그리스도에 관해서 가르쳤다는 글로 끝을 맺습니다. 황제 앞에 서고, 스페인 여정을 거쳐, 순교까지 하게 되는 로마 도착 이후 여정을 전해주지 않습니다. 마치 미완의 글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사도행전의 목적은 바오로의 생애에 있지 않습니다. 사도행전은 예수님의 복음 말씀이 세상 끝까지 어떻게 전파되는지 전하고자 합니다. 미완의 글은 선포의 사명이 이 글을 읽고 있는 우리 각자에 있음을 일깨워줍니다. 바오로가 세상 끝까지 복음을 전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듯이, 우리도 세상을 향해 주님께서 남겨 주신 복음의 메시지를 선포해야 합니다. 그래서 사도행전의 마지막은 미완이 아니라 이 글을 읽은 우리를 통해 현재진행형이 되며, 우리가 채워가야 할 몫이 됩니다.

 

사도행전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복음 선포의 여정, 그 나머지 부분을 채워주시겠어요?”라고 말입니다. 이제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 전합시다.”라는 선포를 흘려듣기보다는 복음 선포의 사명이 우리에게 있음을 자각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바오로 이후 사도행전의 주인공은 우리들이기 때문입니다.

 

[2023년 12월 24일(나해) 대림 제4주일 서울주보 5면, 김덕재 안드레아 신부(사목국 성서못자리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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