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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요나가 타르시스로 가려 한 까닭은

6884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4-01-23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요나가 타르시스로 가려 한 까닭은

 

 

이스라엘의 서쪽에는 지중해가 펼쳐져 있습니다. 성경에서 “큰 바다” “서쪽 바다”로 소개되는 지중해는 이방인 선교와 깊이 관련된 곳입니다. 그래서인지 이스라엘에서 지중해를 바라보면 “바다를 덮는 물처럼, 땅이 주님을 앎으로 가득할 것”이라는 이사 11,9을 떠올리게 됩니다.

 

구약 시대에는 예언자 ‘요나’가 이방인 선교를 맡았습니다. 그 이름의 뜻은 ‘비둘기’인데요, 과거 비둘기가 전령 구실을 하였듯이(창세 8,8-12) 요나도 먼 니네베까지 가서 주님 말씀을 전하였습니다. 비둘기는 이스라엘 백성의 상징이기도 하므로(시편 74,19), 요나는 하느님의 맏아들로서 온 세상에 주님을 알려야 하는 이스라엘(탈출 4,22)의 대표격이었던 셈입니다.

 

하지만 그가 애초부터 이방인들이 자기들처럼 하느님의 은총을 누리게 되길 바랬던 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소명을 피하려고 비둘기처럼 어리석게(호세 7,11) 행동합니다. 하느님이 바다와 뭍을 만든 창조주이심을 고백하면서도(요나 1,9) 그분을 피해 바닷길로 도망가려 한 것입니다. 그렇게 지중해의 야포 항에서 타르시스행 배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왜 타르시스행 배를 탔을까요? 그 이유는 타르시스가 옛 이스라엘에서 세상 끝처럼 여겨진 곳이라는 데 있습니다(시편 72,10-11 등). 이사 66,19에는 타르시스가 ‘주님 영광에 대해 듣지도 보지도 못한 먼 섬들’과 병행어로 소개됩니다. 이후 야고보 사도는 ‘세상 끝까지’ 복음을 전하려고 스페인의 산티아고까지 가지요. 타르시스로 추정되는 ‘타르테수스’ 유적지 역시 오늘날 스페인(남부)입니다. 니네베의 정반대 편입니다. 그렇다고 요나가 하느님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 타르시스행 배를 탔던 건 아닙니다. 타르시스가 니네베 반대편의 세상 끝과 같은 곳이니 니네베로 가지 않겠다는, 최대한 거기서 멀어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요나가 주님의 명령을 거역하려 한 건 요나 1,3에서 잘 드러납니다. “요나는 주님을 피하여 타르시스로 달아나려고 (···) 야포로 내려갔다. 마침 타르시스로 가는 배를 만나 (···) 배에 올랐다. 주님을 피하여 (···) 타르시스로 갈 셈이었다.”한 절에서 “타르시스”가 세 번이나 반복되고 “주님의 피하여”라는 구절이 수미쌍관으로 나옵니다. “내려갔다”는 말은 요나가 항구로 갔다는 의미지만, 주님을 거역하려 했다는 느낌도 전해줍니다. 왜냐하면 지극히 ‘높으신’ 분에게서 멀어지려는 시도를 암시하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성전이 자리했던 예루살렘으로 갈 때는 지금도 ‘올라간다’라는 표현을 씁니다(에즈 1,3; 예레 31,6 등). 요나는 하느님 눈에서 멀어지려고 ‘내려갔던’ 것입니다.

 

하지만 요나라는 이름은 다른 사실도 암시합니다. 집을 잊지 않고 돌아오는 비둘기처럼 그 역시 결국엔 주님께 돌아오리라는 것입니다(호세 11,11). 이런 상징성 때문일까요? 신약 시대에도 비슷한 일이 반복되어, 지중해의 야포 항에서 베드로 사도는 이방인을 향한 선교의 첫 걸음을 내딛게 됩니다(사도 10장).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 구약학과에서 공부하여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님성서연구소에서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며, 저서로는 <에제키엘서>와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 <구세사 산책; 에덴에서 약속의 땅까지>가 있다.

 

[2024년 1월 21일(나해) 연중 제3주일(하느님의 말씀 주일)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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