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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 성경에 빠지다57: 에제키엘서

6886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4-01-23

[리길재 기자의 성경에 빠지다] (57) 에제키엘서


완전한 멸망에서 일어설 용기 · 희망 주시는 주님

 

 

- 에제키엘서는 예루살렘이 완전히 멸망한 상태에서 유다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하느님의 영광이 새 예루살렘을 건설할 것이라고 격려한다. 미켈란젤로, ‘에제키엘 예언자’, 프레스코화, 1512년께, 시스티나 소성당, 바티칸.

 

 

히브리어 구약 성경 「타낙」은 에제키엘서를 ‘예헤즈케엘’이라 표기합니다. 예헤즈케엘은 우리말로 ‘하느님은 강하시다’ ‘하느님께서 강하게 힘을 주신다’라는 뜻입니다. 헬라어 성경 「칠십인역」은 ‘Ιεξεκιηλ’, 라틴어 대중 성경 「불가타」는 ‘Ezechiel’로,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펴낸 우리말 「성경」은 ‘에제키엘서’로 음역해 표기합니다.

 

에제키엘은 이스라엘 역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시대를 살았던 예언자입니다. 에제키엘은 차독 계열 사제인 부즈의 아들로 기원전 597년 제1차 유다인 유배가 있을 당시 예루살렘에서 사제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제1차 바빌론 유배 때 유다의 여호야킨 임금과 함께 바빌론으로 끌려갔습니다. 에제키엘이 임금과 함께 바빌론으로 끌려갔다는 것은 그가 그만큼 유다 사회의 유력한 지위에 있었음을 암시합니다. 에제키엘은 유배 중 기원전 593년께 바빌론의 크바르 강가에서 하느님으로부터 예언자로 부르심을 받습니다. 이후 그는 기원전 571년까지 22년간 예언자로서 활동했습니다.

 

에제키엘은 이사야와 예레미야의 맥을 잇고, 제2이사야보다는 조금 앞선 시대의 인물입니다. 에제키엘의 활동은 크게 두 시기로 구분됩니다. 전반부(에제 1-32장)는 예루살렘의 멸망 이전(기원전 597~587년)으로 아직은 유다가 완전히 패망하기 이전에 해당하는 시기입니다. 에제키엘은 예루살렘 사제 시절 이미 치드키야 통치하의 유다를 위해 예언을 합니다. 그는 예루살렘 성전에서 자행되고 있던 우상 숭배를 신랄히 비난하면서(에제 8장) 하느님의 심판으로 예루살렘 멸망을 경고합니다. 후반부(에제 33─48장)는 예루살렘이 완전히 붕괴되고 제2차 유배가 단행된 이후(기원전 587~571년) 입니다. 모든 것이 완전히 무너지자 에제키엘은 하느님 구원에 대한 새롭고 희망적인 약속을 선포합니다. 아내의 죽음(에제 24장)이 그의 예언직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아내의 죽음은 ‘예루살렘 멸망’을 예고하는 상징이었습니다. 에제키엘은 예루살렘이 파괴된 후 하느님께 변함없이 충실하도록 백성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구원을 선포합니다.

 

에제키엘서는 에제키엘 당대에 대부분 기록되고 그의 제자와 추종자들에 의해 편집돼 유배 시기가 끝날 무렵 최종 완성됐을 것으로 성경학자들은 짐작합니다. 에제키엘서는 당대까지의 신학, 곧 호세아, 아모스, 제1이사야, 예레미야 등 이전에 활동했던 예언자들의 신학을 종합적으로 집대성해 놓았습니다. 이는 북 왕국 이스라엘과 남 왕국 유다의 신학이 균형 있게 종합돼 있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전기 예언서와 관련된 전통들도 발견됩니다. ‘주님의 손에 사로잡힘’, ‘영에 사로잡힘’ 등이 그것입니다.

 

에제키엘서는 ‘소명 사화와 주님의 현현’(1-3장), ‘유다와 예루살렘에 내린 심판 선포’(4-24장), ‘주변 민족들에 내린 심판 선포’(25-32장), ‘이스라엘에 내린 재건과 위로, 새로운 성전과 새 땅에 관한 환시’(33-48장) 네 부분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에제키엘서는 두 개의 지리적 장소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바빌론 니푸르 부근 크바르 강가의 텔 아비브(에제 1,1.3; 3,15.23)와 예루살렘(에제 8,3; 11,23; 40,1-2) 입니다.

 

‘소명 사화와 주님의 현현’ 부분에선 에제키엘이 하느님으로부터 예언자로서의 소명을 받는 환시가 소개됩니다. 에제키엘은 하느님의 말씀이 적힌 두루마리를 받아먹는데 그 두루마리가 꿀처럼 달았습니다. 이후 에제키엘은 주님의 영과 손에 의해 유배지로 옮겨집니다.

 

‘유다와 예루살렘에 내린 심판 선포’ 부분은 예루살렘 멸망 이전에 행해졌던 신탁이 수록돼 있습니다. 에제키엘은 예루살렘에 대한 환시를 보게 되는데 성전이 더럽혀지고 우상이 세워지며 그 앞에서 예배를 드리는 모습을 봅니다. 결국 크바르 강가에서 보았던 하느님의 영광은 예루살렘 성전을 떠나가게 됩니다. ‘주변 민족들에 내린 심판 선포’ 부분은 암몬, 모압, 에돔, 필리스티아, 티로, 이집트의 이민족들에게 내리는 신탁을 전합니다.

 

‘이스라엘에 내린 재건과 위로, 새로운 성전과 새 땅에 관한 환시’(33-48장) 부분은 예루살렘이 완전히 멸망한 상황에서 에제키엘이 유다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자 미래의 회복을 전합니다. 이러한 미래에 있을 회복은 이스라엘의 내적 변화를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백성에게 돌같이 굳은 마음을 도려내고 새 마음, 살처럼 부드러운 심장을 넣어 주실 것이라 선포합니다. 그리고 흩어져 있던 마른 뼈들이 서로 붙고 힘줄이 생기고 살아 올라오며 살갗이 덮인 후 하느님께서 숨을 불어넣으시자 모든 사람이 되살아납니다. 에제키엘은 마지막으로 재건된 새 성전을 중심으로 이제 이스라엘은 남북의 분단 없이 하나로 통일된 국가를 형성할 것이며, 떠나가셨던 하느님의 영광이 성전으로 다시 돌아오신다고 예언합니다. 그리고 성전 문턱에서 솟아나오는 은총의 물로 비옥해진 새 이스라엘에서 하느님께 새로운 경신례가 바쳐지게 될 것이라고 선포합니다.

 

에제키엘서 18장에는 매우 독특한 내용 하나가 제시됩니다. 바로 ‘하느님과 개인’에 대한 문제입니다. 유다인 개인이 하느님 앞에서 자기 행동과 삶에 책임을 진다는 내용입니다. 이러한 개인주의는 구약 성경에서 처음 등장하는 주제로 유다이즘 신학의 배경이 됩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4년 1월 21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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