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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 성경에 빠지다60: 요엘서

6905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4-02-21

[리길재 기자의 성경에 빠지다] (60) 요엘서


‘주님의 날’이 오면 하느님의 영이 내려 구원하리라

 

 

- 요엘서는 주님의 날이 다가온다는 경고와 하느님께서 모든 이에게 당신 영을 부어 주시어 구원하실 것이라고 한다. 미켈란젤로, ‘요엘 예언자’, 1508년께, 시스티나 소성당, 바티칸.

 

 

요엘서는 메뚜기 떼의 재앙과 가뭄으로 시작합니다.(1,4-12) 이 재앙은 아모스서 내용(아모 7,1-3)과 비슷해 구약 성경 제1경전인 「타낙」은 요엘서를 아모스서 앞에 배치하고 있습니다. 요엘은 우리말로 ‘야훼는 참하느님이시다’라는 뜻입니다. 헬라어 구약 성경 「칠십인역」과 라틴어 대중 성경 「불가타」, 그리고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발행한 우리말 「성경」은 히브리어 요엘을 음차해 ‘Ιωηλ’, ‘Joel’, ‘요엘서’로 표기합니다.

 

요엘 예언자는 ‘프투엘의 아들’(1,1)이라는 것 외에 알려진 정보가 없습니다. 하지만 예언 대상이 예루살렘의 원로들과 사제들에게 집중돼 있고, 성전에서 거행하는 단식 의식을 말하고 있어 그가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활동했을 것이라 미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요엘서 또한 언제 저술돼 최종 편집됐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요엘이 활동하던 당대 임금이나 이스라엘 민족을 위협하던 강대국의 이름이 전혀 언급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원로와 사제들이 유다인의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고(1,2.13; 2,16-17), 바빌론 포로 생활 귀환 후 조직화된 성전 의식이 소개되고(1,9.13), 유다인 공동체가 이미 지어진 예루살렘 성벽 안에 살고 있는 것(2,7-9)으로 미뤄 보아 대략 기원전 400년 전후에 쓰였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유다 왕국의 멸망과 예루살렘 함락이 오래전 일로 묘사되고 있는 것(4,2ㄴ-3) 또한 이러한 견해를 뒷받침해 줍니다.

 

요엘서는 전반부(1-장)와 후반부(3-4장)로 구분됩니다. 전반부는 이스라엘 현실을 묘사하고 다가올 ‘주님의 날’을 예언합니다. 후반부는 하느님께서 영을 내려 구원과 심판을 하시리라 선언합니다. 내용에서 보듯 ‘주님의 날’이 다가온다는 경고와 ‘하느님께서 당신 영을 부어 주실 것이라는 약속’이 요엘서의 중심 주제입니다. 이처럼 전반부와 후반부의 내용이 너무 달라 일부 성경학자들은 ‘요엘서의 이중 저자설’을 주장합니다. 그러나 성경학계에서는 ‘단일 저자설’이 주류입니다. 중심 주제인 ‘주님의 날’이 책 전체에 일관되게 펼쳐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메뚜기 떼가 몰려와 농작물을 모두 갉아 먹었던 어느 해, 요엘은 이 재앙이 앞으로 다가올 더 무서운 심판의 전조라고 선포하기 시작합니다. 요엘은 심판에 대비해 무엇보다 먼저 ‘회개’하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요엘 예언자는 유다인들에게 탄원 기도를 올리고 참회 예절을 거행할 것을 촉구합니다. 구약 시대 유다인들은 슬픔이나 재난을 당했을 때 옷을 찢고 머리에 재를 얹고 단식했습니다. 요엘 예언자는 이러한 참회 예식을 형식에 그치지 말고 하느님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 만큼 진심으로 참회하라고 합니다.(2,1-17) 그래야만 하느님께서 재앙을 멈추시고 죽음과 불행의 땅에 생명과 기쁨을 내려 주실 것이라고 합니다.(2,18-27) 이에 요엘은 유다인들에게 “옷이 아니라 너희 마음을 찢어라”하고 책망합니다.(2,13)

 

요엘은 메뚜기 떼 재앙과 기근을 몰고 올 가뭄은 다가올 ‘주님의 날’의 전조라고 합니다. 이날이 종말을 뜻함을 모든 유다인은 압니다. 이날은 아모스와 이사야, 스바니야, 에제키엘, 오드비야, 말라키 등 여러 예언자가 예고한 날입니다. 이날을 아모스 예언자는 ‘이스라엘 멸망의 날’이라고(아모 5,18-20; 8,9-14), 이사야와 에제키엘 예언자는 모든 민족에게 구원을 선포하는 ‘메시아의 날’(이사 49,8-10; 에제 34,12)이라고 했습니다. 이처럼 주님의 날은 이스라엘이 자기 죄에 대해 심판을 받고 구원되는 날입니다. 따라서 주님의 날은 단순한 끝 날이 아니라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새 하늘 새 땅의 시작입니다.

 

하지만 요엘은 주님의 날이 ‘단순히 미래의 어느 날에 일어날 사건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시작됐다’는 새로운 주장을 펼칩니다. 또 이 종말이 하느님의 백성에게 멸망과 함께 궁극적인 ‘구원을 가져올 것’이라는 새로운 예언을 합니다.

 

요엘은 주님의 날에 하느님의 영이 모든 민족에게 내린다고 합니다. 그리고 여호사팟 골짜기에서 하느님의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여호사팟은 ‘야훼께서 심판하신다’라는 뜻입니다. 하느님의 심판은 악인들에 대한 단죄와 형벌입니다. 동시에 모든 민족 가운데 하느님께 성실했던 이들이 구원의 축복을 받는 날입니다.

 

구약 성경을 보면 주님의 영은 판관, 임금, 예언자 등 특정한 사람들에게 내립니다. 그런데 요엘서는 하느님께서 주님의 날에 ‘모든 사람’에게 차별 없이 당신 영을 풍성히 내려 주신다고 합니다. 하느님의 영을 받은 자들은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으며, 그분을 전할 능력을 받습니다.(3,1-5) 요엘의 이 예언은 오순절 ‘성령 강림’ 사건을 통해 이뤄집니다.

 

요엘서의 묵시 문학적 내용은 신약 성경의 여러 경전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구약의 ‘주님의 날’은 신약 성경에 와서 ‘그리스도의 날’로 이어집니다.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신 날로, 곧 ‘주일’입니다. 이날은 ‘안식일 다음 날’로, 그리스도교에서 주님의 날은 ‘주간 첫째 날’입니다. 마르코 복음서 13장과 요한 묵시록은 요엘서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성령 강림 사건을 전해주는 사도행전 2장도 요엘서 내용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4년 2월 18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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