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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마르코와 함께 떠나는 복음 여행: 얘야,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마르 2,5)

6908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4-02-27

[마르코와 함께 떠나는 복음 여행] 얘야,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마르 2,5)

 

 

‘도대체 이 고통에서 난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 질병에 짓눌려 살아가야 하는 이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되뇝니다. 여기 중풍이라는 병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가 느끼는 고통은 단지 육신의 아픔만이 아니었습니다.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그래서 쓸모없는 인간이 되었다는 자괴감. 나아가 당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자신이 지은 죄로 인해 하느님에게 질병이라는 벌을 받았다는 통념. 병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이미 받고 있는데, 중풍 병자는 사회적으로 죄인이라 낙인이 찍힌 고통 속에 살아가야 했습니다. 그 고통을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요? 매일 아침 눈을 뜨는 삶 자체가 고통이요, 숨 쉬는 순간 모두가 아픔이었을 것입니다. 해결할 수 없는 육체적인 고통은 점점 그를 지치게 만들고, 나아가 사랑하는 가족, 친구, 그리고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버림을 받는 현실은 그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갔을지도 모릅니다.

 

오랜만에 찾아온 친구들이 그에게 소리칩니다. 너무나도 밝게 웃는 친구들의 미소가 그를 더욱 어리둥절하게 만듭니다. 친구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어떤 병이든 치유하는 놀라운 기적을 일으키는 예수라는 사람이 마을에 왔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집안 구석에 처박아 놓았던 들것에 그를 눕히고 발걸음을 재촉하여 예수님에게 달려갑니다. 친구들의 간절함에 중풍 병자는 그동안 잊고 지냈던 희망이라는 단어를 떠올립니다. ‘아, 정말 다시 걸을 수 있단 말인가? 다시 사람답게 살 수 있을까?’ 하지만, 너무나 많은 사람이 몰려들어 그분 곁으로 갈 수가 없었습니다. 고함을 치는 사람, 조용히 하라고 핀잔을 주는 사람, 눈물을 흘리는 사람. ‘나도, 나도 만나고 싶다. 단 한 번만이라도 그분을 만나고 싶다. 다시 일어설 수만 있다면….’ 그 순간 친구들이 병자를 들것에 단단히 묶고 사다리를 타고 지붕 위로 올라갑니다. 그리고 지붕을 벗겨내고 끈으로 들것에 묶었던 친구를 천천히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시끄러운 소리 속에서 지금껏 만나보지 못한 따뜻한 시선이 그를 사로잡았습니다. 예수님이었습니다. 기적을 행한다는 그분, 바로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그분께서 들것에 실린 채 눈물을 흘리는 중풍 병자와 그의 친구들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시며 말씀하십니다. “얘야,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조금은 투박한 문체로 전하는 마르코의 기적 사화이지만, 장면을 마음속에 그려보면 중풍 병자와 예수님의 만남은 너무나도 드라마틱합니다. 쓸모없고, 버림받았으며, 심지어 죄인이라는 주홍 글씨까지 새겨진 채 살아야 했던 저주받은 사람. 하지만 그를 사랑해 준 친구들. 그리고 그를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예수님의 시선. “얘야,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는 말씀에 가슴이 요동을 치며 하느님이 자신을 버리지 않으셨고, 오히려 자신도 그분께 사랑을 받는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온몸으로 느끼지 않았을까요? 이처럼 예수님의 용서는 단순히 병의 치유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에게 삶 전체를 되돌려주는 전인적인 치유요 구원이었습니다.

 

[2024년 2월 25일(나해) 사순 제2주일 서울주보 4면, 이영제 요셉 신부(가톨릭대학교 문화영성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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