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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마르코와 함께 떠나는 복음 여행: 손을 뻗어라(마르 3,1-6)

6920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4-03-14

[마르코와 함께 떠나는 복음 여행] 손을 뻗어라(마르 3,1-6)

 

 

예수님께서는 안식일이 되자 다른 유다인처럼 회당으로 가시어 예배에 참석하십니다. 회당에 들어서자, 그곳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소문이 무성하던 예수님을 바라보며 수군거립니다. 그들 사이로 보이는 손이 오그라든 병을 겪고 있던 사람의 모습이 예수님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어느 누구도 눈길조차 주지 않던 그 사람을 보시며 그가 겪고 있을 아픔을 예수님께서는 알아차리십니다. 그를 유심히 바라보는 예수님을 향해 사람들은 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합니다. ‘저 사람이 또 무슨 기적을 일으키려나 봅니다. 어디 한 번 지켜봅시다.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또 하는지.’ 율법에 따르면 안식일은 어떠한 일도 해서는 안 되는 날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을 따르던 제자들은 이미 안식일에 금지된 ‘밀 이삭을 뜯는 행동’(마르 2,23 참조)을 했던 사실을 그들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도 안식일 규정을 어기는지 눈을 부릅뜨고 쳐다봅니다. 그들의 따가운 시선을 보시며 예수님께서는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불러 사람들 앞에 세우고 말씀하십니다.

 

“안식일에 좋은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남을 해치는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목숨을 구하는 것이 합당하냐? 죽이는 것이 합당하냐?” 당신과 제자들을 비난하던 그들에게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은 아니다.”라고 말씀하시며 율법의 참된 정신을 알려주셨지만, 그들은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분명하게 안식일의 참된 의미를 그들에게 설명해 주신 것입니다.

 

안식일은 사람을 위해서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것입니다. 그 옛날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시고 이렛날 쉬신 것 같이 인간이 일에 짓눌려 살지 않도록, 그리고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의 마음을 헤아리며 살아갈 수 있도록 마련해 주신 날입니다. 그런데 거꾸로 안식일이 인간을 옥죄는 멍에가 되어버렸습니다.

 

마르코는 이 장면에서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노기어린 모습으로 바라보셨지만, 오히려 그들의 마음이 완고한 것을 몹시 슬퍼하셨다고 묘사합니다. 율법을 지키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던 그들은 안식일에 담긴 하느님의 마음, 곧 인간을 사랑하시는 그분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었습니다. “손을 뻗어라.” 예수님의 말씀대로 손을 뻗자 오그라들어 있던 손이 제 모습을 찾았습니다. 한 사람이 삶을 되찾았다는 기쁨보다 그들 권력의 기반이 되는 율법을 어긴 모습에 분개하며 바리사이와 헤로데 당원들은 예수님을 없애버릴 모의를 합니다. 손이 오그라들어 고통을 안고 살아가던 사람이 그 고통에서 해방되었습니다. 하느님의 놀라운 권능이 예수님을 통해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자기 욕심에 마음이 오그라든 그들은 하느님의 권능을 보지 못했습니다. 손이 오그라든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보다 그들이 더 아파 보입니다.

 

안식일은 하느님께서 당신과 닮은 모습으로 창조하셨던 인간이 그 은총의 모습을 회복할 수 있도록 마련하신 것입니다. 하지만 수많은 율법의 규정 속에 담긴 그분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다면, 율법은 언제나 하느님과 인간 사이를 갈라놓는 걸림돌이 될 것입니다.

 

[2024년 3월 10일(나해) 사순 제4주일 서울주보 4면, 이영제 요셉 신부(가톨릭대학교 문화영성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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