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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순간포착! 성경에 이런 일이: 요나탄

6979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4-04-24

[순간포착! 성경에 이런 일이] 요나탄

 

 

다윗과 요나탄의 이별(렘브란트 作, 1642)

 

 

“… 그들은 서로 얼싸안고 울었는데 다윗이 더 크게 울었다.”(1사무 20,41)

 

요나탄은 이스라엘의 초대 임금 사울의 아들이었는데 난처한 입장에 처합니다. 요나탄이 목숨처럼 사랑하는 벗이자 백성에게서 나날이 인기가 치솟는 신하였던 다윗을 아버지가 시기하여 죽이려 하기 때문입니다. 억울함에 “차라리 왕자님의 손으로 저를 죽여달라”(1사무 20,8 참조)고 청하는 다윗을 위해 요나탄은 사울의 의중을 파악하여 성 밖으로 나가 다윗에게 신호를 보냅니다. 마침내 아무도 없는 들판에 남은 두 사람은 이별을 직감하며 얼싸안고 웁니다. 저항할 수 없는 운명의 흐름 앞에 너무나도 무력한 두 젊은이가 우정으로 흘린 눈물이, 하느님 구원 업적의 대서사인 성경에 이렇게나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는 사실이 큰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성경 저자는 이스라엘의 성왕 다윗을 부각시키기 위해 다윗이 더 크게 울었다고 기록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어쩌면 왕위 계승의 걸림돌이 될지도 모를 아버지의 정적(政敵)의 목숨을 구해주면서도 눈물을 흘리는 요나탄의 우정에 더 주목하게 됩니다.

 

렘브란트가 그린 ‘다윗과 요나탄의 이별’ 그림에서 심적으로 크게 동요하는 다윗에 비해 요나탄은 그림 중심에 위치하여 절제된 슬픔을 보이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또한 성경에서도 요나탄은 다윗과 주님의 이름으로 맹세한 계약에 희망을 두며 “평안히 가게.”(1사무 20,42)라는 말로 다윗을 격려합니다. 빛의 화가라는 별명답게 렘브란트는 요나탄과 다윗을 밝게 비추고 궁궐을 포함한 배경을 어둡게 채색합니다. 마치 불의한 권력이 지배하는 암울한 세상 속에서 무력해 보이지만 하느님께 희망을 두는 이들이 그분의 특별한 시선을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요나탄은 인간의 도리를 지켜 다윗의 목숨을 구해주었고 그로 인해 하느님께서 섭리하신 역사가 끊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다윗의 후손으로 오신 데에는 분명 요나탄의 역할이 있었던 것입니다. 하느님은 이처럼 선을 이루기 위한 보잘것없는 이의 작은 노력조차도 헛되이 사라져 버리게 하지 않으시고 지고(至高)의 선에 합해주시는 분이십니다.

 

성경에 요나탄과 다윗의 우정 이야기가 짧지만 강렬하게 기록되어 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도록 이끌어 줍니다. 그들이 보여준 뜨거운 우정처럼, 우리도 사랑으로 이웃과 공명(共鳴)하는 가운데 하느님께서 세상에 일으키시는 일에 협력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선하신 하느님의 능력에 희망을 두면서 지치지 않고 사랑하며 살아갈 힘을 청해야 하겠습니다

 

※ 순간포착 성경에 이런 일이 코너는 성경 속 작은 이들, 자칫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사건들과 주목받지 못하고 지나친 인물이나 사건이 주는 의미를 조명해 보고자 합니다.

 

[2024년 4월 14일(나해) 부활 제3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3면, 정현수 도미니코 사비오 신부(운봉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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