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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코르넬리우스와 카이사리아

7029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4-05-07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코르넬리우스와 카이사리아

 

 

사도 10,1-2에 등장하는 코르넬리우스는 이방인이지만 신심이 깊은 인물입니다. 그는 “이탈리아 부대라고 불리는 군대의 백인대장”으로서 “온 집안과 함께 하느님을 경외하며··· 자선을 베풀고 늘 하느님께 기도”한 사람입니다. 주님께서는 이런 코르넬리우스를 눈 여겨 보시고, 그가 살던 카이사리아로 천사를 보내십니다. 그리고 야포에 머물던 사도 베드로도 카이사리아로 가게 하시는데, 이 모두는 코르넬리우스를 기점으로 이방인 선교의 첫 걸음을 떼게 하시려는 계획에서였습니다.

 

카이사리아는 현 이스라엘의 정치 수도인 텔-아비브와 그곳에 자리한 야포항에서 북쪽으로 45km가량 떨어진 곳입니다. 갈릴래아 북부의 카이사리아 필리피(마태 16,13-20)와 구분하려고 ‘카이사리아 마리티마’, 곧 ‘해변의 카이사리아’라고도 일컬어지던 곳입니다. 카이사리아를 세운 이는 유다 임금 헤로데입니다. 당시 로마 황제 아우구스토가 그 땅을 헤로데에게 하사하자, 헤로데는 기원전 25년부터 13년까지, 12년 동안 공사하여 아름다운 항구를 짓고, 로마의 초대 황제인 아우구스토에게 헌정했습니다. 그리고 아우구스토 카이사르에게 바친 도시라는 뜻으로 카이사리아라 명명했습니다.

 

당시 베드로는 야포에 있었는데요, 야포는 구약 시대부터 항구 역할을 하던 곳입니다. 사도 10장에 따르면, 베드로는 야포에 있는 무두장이 시몬의 집에서 환시를 보게 됩니다. 정결한 짐승과 부정한 짐승이 뒤섞인 아마포 그릇이 하늘에서 내려와, 베드로에게 그것을 먹으라고 지시하는 환시였습니다. 베드로가 부정한 것은 먹을 수 없다며 거부하자, “하느님께서 깨끗하게 만드신 것을 속되다고 하지 마라.”(15절) 하는 말씀이 하늘에서 들려왔습니다. 이는 정결과 부정의 경계가 무너졌음을, 곧 선민과 이방인 사이의 구분이 사라졌음을 알리는 것이었습니다. 그 뒤 베드로는 카이사리아로 올라가 신심 깊은 이방인 코르넬리우스를 만납니다. 그에게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그를 교회에 받아들입니다(사도 10,1-11,18). 다시 말해, 할례 없이 이방인을 받아들임으로써 이제부터는 율법이 아닌 성령을 통해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구원받는 세상이 되었음을 알린 것입니다.

 

이후 카이사리아는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중심지 역할을 하게 됩니다. 2세기에 카이사리아 교회는 주교좌가 되고, 3세기에는 신학 연구의 중심지가 됩니다. 교부 오리게네스는 이곳에 교리학교를 세우고, 초대 교회 신학의 중심지로 성장시켰습니다. 그는 많은 작품을 남긴 저술가였는데, 안타깝게도 그의 사후 벌어진 ‘오리게네스주의 논쟁’으로 많은 본문이 소실되고 맙니다. 하지만 1930년경부터 교부학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그는 교부 신학의 아버지로 재평가 받게 되었습니다. 「교회사」의 저자이자 오리게네스의 제자였던 에우세비우스는 카이사리아 태생으로 315년경 그곳의 주교가 되었습니다. 현재 카이사리아에는 헤로데가 만든 도시의 유적만 남았지만, 이방인이었다가 하느님의 백성 안에 ‘접붙여진’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를 전해주는 성지입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박사, 광주가톨릭대학교 구약학 교수, 전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저서 「에제키엘서」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 「구세사 산책: 에덴에서 약속의 땅까지」

 

[2024년 5월 5일(나해) 부활 제6주일(생명 주일)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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