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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 성경 속 인물19: 믿음과 용기로 위기를 기회로 바꾼, 칼렙

7033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4-05-07

[허영엽 신부의 성경 속 인물] (19) 믿음과 용기로 위기를 기회로 바꾼, 칼렙

 

 

- 니콜라스 푸신 '칼렙과 여호수아'

 

 

1950년, 갑작스러운 북한의 남침으로 일어난 6·25전쟁에서 아군은 순식간에 낙동강 전선까지 밀렸다. 인천상륙작전을 계기로 전세를 뒤집었지만, 엄청난 규모의 중공군 참전으로 유엔군은 패퇴를 거듭했다. 하지만 유엔군은 지평리 전투에서 중공군의 인해전술(人海戰術)에 처음으로 승리하면서 자신감과 사기를 되찾는다. 작은 지역의 전투였지만 전쟁 후반의 흐름을 완전히 바꾸었다.

 

양평면 지평리는 교통과 전략의 요충지였다. 미군 23연대 전투단이 지평리를 사수했다. 사흘 동안 7000명이 안 되는 병사들이 중공군 10만여 명을 상대로 포위된 채 3일 동안 그야말로 사투(死鬪)를 벌였다. 이 전투에는 프랑스대대의 몽클레르 중령 휘하에 한국군 180여 명도 참여했다.

 

특히 환갑에 가까웠던 몽클레르 중령은 아픈 다리를 이끌고 전장을 오가며 지휘했다. 꽹과리, 북을 치며 공격하는 중공군의 인해전술 공격은 칠흑 같은 밤중에 보이지 않고 소리만 들려 상대에게는 공포 그 자체였다. 한 한국군 병사가 온몸을 떨고 있었는데 프랑스 병사가 엷은 미소를 지으며 어깨에 손을 얹어 안심시켰다. 언어는 통하지 않지만 마치 큰 형님이 ‘걱정하지 마. 내가 있으니까’라는 신호 같았다. 전투 중에도 자신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사기를 북돋웠다 한다. (이정환 저 「지평리를 사수하라」에서 발췌)

 

어느 날 하느님은 모세에게 이스라엘 각 지파에서 가나안 땅을 정탐할 사람들을 보내라고 명령했다. 모세는 공정하게 각 지파의 대표 12명을 뽑아 가나안땅을 수색하게 했다.(민수기 13장 참조) 수색은 적진 깊숙이 들어가 사실 목숨을 걸고 해야 하는 위험한 작전이다. 12명의 수색대는 가나안 땅을 정탐하고 40일 만에 돌아왔다. 이스라엘 백성에게 정탐한 사실을 알리는데 대원들의 의견이 서로 갈렸다. 일부는 강한 부족이 자리 잡고 있어 전쟁을 치르면 크게 패배할 것이라 미리 패배를 예상했다. 전쟁을 치르기도 전에 사람들을 패배감에 젖게 만든 것이다.

 

그때 유다 지파를 대표해 뽑혔던 칼렙이 나서며 이스라엘이 꼭 승리할 것이라 장담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여론이 갈라지면서 갈팡질팡했다. 심지어 이집트로 돌아가자는 여론이 팽배해졌다. 그때 옷을 찢으며 죽음을 무릅쓰고 가나안 정복을 호소했던 이들이 여호수아와 칼렙이었다. 가나안 땅은 하느님이 선조에게 약속하신 축복의 땅이라 승리할 수 있다고 두 사람은 확신했다.

 

지도자는 늘 고독하게 결단해야 하고 결과와 책임도 감당해야 한다. 칼렙과 여호수아의 가나안 진격은 이스라엘 역사의 흐름을 바꾸었다. 평화 때보다 위기가 닥쳤을 때 지도자의 역량이 잘 나타난다. 칼렙의 승리를 확신했던 근거는 하느님의 약속에 대한 믿음이었다. 칼렙은 노령에도 계속 전의를 불태우는 역전의 용사였다. 여호수아에겐 칼렙과 같은 충직하고 용기 있는 전사가 큰 도움이 되었다. 위기의 순간에 능력 있는 지도자는 솔선수범하고 올바른 판단으로 부하들의 사기와 용기를 북돋워 주어야 한다.

 

[가톨릭신문, 2024년 5월 5일,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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