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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마르코와 함께 떠나는 복음 여행: 예수님과 만남을 방해하는 장애물(마트 6,1-6)

7047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4-05-16

[마르코와 함께 떠나는 복음 여행] 예수님과 만남을 방해하는 장애물(마트 6,1-6)

 

 

마을 어귀에 큰 나무가 보입니다. 고향 나자렛입니다. 산악 마을 특유의 따사로운 햇볕과 살포시 뺨을 스치며 떠나가는 바람이 예수님과 제자들에게 ‘잘 왔다.’라며 인사를 건넵니다. 일전에 예수님의 어머니와 형제들이 찾아오기도 했었지만,(마르 3,31-35 참조) 예수님께서 복음 선포의 사명을 수행하는 중에 고향에 오신 것은 아마도 처음일 것입니다. 예수님이 오셨음을 알아차린 마을 사람들은 반가운 인사를 건넵니다. 그렇게 예수님과 제자들은 나자렛에 머물며 오랜만에 평화로운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던 중, 안식일이 되었습니다. 예수님 일행은 예배를 드리기 위해 회당으로 향합니다. 하나도 변하지 않은 회당의 모습을 보며 예수님께서는 어린 시절을 떠올리십니다. 친구들과 율법 교육을 받고 유다인으로 살아가면서 지녀야 할 정체성과 삶의 지혜를 배우던 회당. 제자들과 함께 회당에 들어서시자, 회당장이 예수님께 다가와 오랜만에 들르셨으니 좋은 가르침을 달라고 청합니다. 율법서 낭독이 끝나고 예수님께서 말씀하기 시작하셨습니다. 수많은 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마을 사람들은 다른 이스라엘의 스승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놀라운 권위로 가르치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랍니다. 그런데 그들의 반응은 조금 달랐습니다. 가르침 안에 담긴 내용에 집중하기보다, 어떻게 예수님이 저런 놀라운 가르침을 줄 수 있는지 의아해합니다. “아니, 예수는 우리가 잘 아는 목수 요셉과 마리아의 아들 아닌가? 그의 형제와 누이들도 우리가 잘 아는데, 도대체 쟤는 어디서 저런 놀라운 지혜를 얻게 된 거지? 듣자니 놀라운 기적도 일으킨다는데, 이런 능력을 어떻게 받게 된 걸까?” 사람들은 의아한 표정을 보이거나 못마땅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고, 또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기에, 예수님과 그분의 말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들 안에 뿌리뽑기 힘든 선입견과 고정관념이 예수님을 만나는 데 걸림돌이 되고 맙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시고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예언자는 어디에서나 존경받지만 고향과 친척과 집안에서만은 존경받지 못한다.” 예수님의 이 말씀을 듣고도 그들의 완고한 마음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몇몇 병자의 병을 고치는 것 말고는 예수님께서 고향에서 아무런 기적을 일으키지 못하셨다고 마르코는 증언합니다.

 

때론 우리를 바라보는 예수님의 마음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마치 예수님을 잘 안다고, 아니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잘 아는 척하며 예수님께서 전해주시는 말씀을 올바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 우리의 기준으로, 우리의 선입견만으로 예수님을 만나려 한다면, 그 만남 안에서 우리는 예수님께서만 주실 수 있는 놀라운 기적을 결코 체험할 수 없을 것입니다. 늘 새로운 마음, 열린 마음으로 그분 앞에 나설 때, 진정 예수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2024년 5월 12일(나해) 주님 승천 대축일(홍보 주일) 서울주보 4면, 이영제 요셉 신부(가톨릭대학교 문화영성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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