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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마르코와 함께 떠나는 복음 여행: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마르 6,37)

7065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4-05-21

[마르코와 함께 떠나는 복음 여행]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마르 6,37)

 

 

예수님의 명에 따라 둘씩 짝을 지어 복음을 전하러 떠났던 제자들이 하나둘씩 다시 모입니다.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한 사람씩 예수님께 보고합니다. 열정적으로 복음을 선포하느라 조금은 지쳐 보이는 그들을 바라보며 측은한 마음이 드신 예수님께서는 외딴곳에 가서 쉬자고 말씀하십니다. 그래서 제자들과 배를 타고 사람들이 없는 곳, 조용히 쉴 수 있는 곳으로 옮겨가십니다.

 

그동안 쉼 없이 복음을 선포하던 제자들은 ‘드디어 좀 쉴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예수님을 따르던 사람들이 육로를 통해 그들보다 먼저 그곳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조금도 쉴 수 없는 현실에 허탈해하는 제자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분명 그런 모습에 예수님의 마음도 편치 않으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먼 길을 애타게 달려온 군중을 보니 예수님께서는 가엾은 마음이 드셨습니다. 마치 목자를 잃은 후, 어디에 가서 풀을 뜯어야 할지, 어디로 가야 늑대에게서 안전하게 쉴 수 있을지 몰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양 떼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피곤함이 몰려들었지만, 예수님께서는 지치는 기색 하나 없이 열정적으로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가르쳐주십니다.

 

어느덧 해가 지고 어둠이 몰려옵니다. 제자들은 다급한 마음이 들었는지 사람들을 주변 마을로 보내 각자 알아서 저녁을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고 예수님께 말씀을 드립니다. 매우 현실적인 제안이었지요. 하지만, 전혀 생각지도 못한 답변이 돌아옵니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제자들은 어안이 벙벙합니다. ‘아니, 이들을 먹이려면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한데, 그리고 그 많은 빵을 지금 어디서 구하란 말이지?’ 조금씩 짜증이 나기 시작합니다. 안 그래도 선교 여행으로 지쳐있는데, 이제 말도 안 되는 일까지 시키니 불평과 불만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납니다. 예수님께서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밖에 없다는 제자들의 말에 그것을 가지고 오라 명령하십니다. 그리고 사람들을 한 무리씩 어울려 자리 잡게 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제자들은 아직도 예수님이 하시려는 일을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습니다. 답답하지만 스승님께서 시키신 일이니, 일단은 사람들을 무리 지어 앉게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빵과 물고기를 손에 들고 찬미의 기도를 드리십니다. 그리고 그것을 떼어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라고 제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 이상합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만큼 빵과 물고기를 나눠 주는데, 광주리에 빵과 물고기가 줄어들지 않습니다.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장정 만 오천 명이 넘는 것으로 보이는 이 많은 사람을 배불리 먹이시다니. 제자들은 그만 엄청난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그 옛날 광야에서 배고프다고 외치던 당신 백성에게 만나를 보내주신 하느님의 모습을 예수님 안에서 발견합니다. 그제야 이분이야말로 진정 하느님께서 보내신 분임을 깨닫게 됩니다. 이처럼 마르코는 예수님께서 당신 백성의 아픔을 위로해 주시고, 끝까지 그들의 배고픔을 나 몰라라 하지 않고 놀라운 권능으로 채워주시는 분임을 우리에게 증언하고 있습니다.

 

[2024년 5월 19일(나해) 성령 강림 대축일 서울주보 4면, 이영제 요셉 신부(가톨릭대학교 문화영성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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