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약] 성경에 빠지다73: 루카 복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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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68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4-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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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길재 기자의 성경에 빠지다] (73) 루카 복음서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 전하는 예수님 그려
- 루카 복음서는 ‘가난한 이들의 복음서’, ‘사회 복음서’로 불릴 만큼 가난하고 소외당하고 차별받는 모든 이에게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신 예수님께서 만민의 구원자이신 그리스도임을 고백한다. 루카 복음서 저자 이콘.
루카 복음서는 ‘가난한 이들의 복음서’, ‘억압받는 이들의 복음서’, ‘사회 복음서’라 불립니다. 예수님께서 나자렛 회당에서 가난한 이들, 눈먼 이들, 억압받는 이들의 해방을 알리는 희년을 선포하시면서 공생활을 시작하셨다고 루카 복음서가 서술하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루카 4,18-19)
헬라어 신약 성경은 ‘Κατα Λουκαν Αγιον Ευαγγελιον’(까타 루칸 하기온 에우안겔리온-루카에 의한 거룩한 복음), 라틴어 대중 성경 「불카타」는 ‘Lucas’,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펴낸 우리말 「성경」은 ‘루카 복음서’라고 표기합니다.
180년께 로마에서 작성된 「무라토리 경전 목록」과 2세기 프랑스 리옹의 주교 성 이레네오(130/40~200/202)는 「이단 논박」(Adversus haereses)에서 바오로 사도의 협력자 가운데 의사 출신인 루카가 「루카 복음서」와 「사도행전」을 집필했다고 밝혔습니다.(콜로 4,14; 필레 1,24; 2티모 4,11 참조) 하지만 오늘날 성경학자들은 루카 복음서와 사도행전의 저자는 바오로 사도의 협력자 루카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그 이유로 △ 사도행전은 바오로의 회심을 세 차례에 걸쳐 극적인 사건으로 서술하지만(사도 9,1-19; 22,3-21; 26,9-18), 정작 바오로 사도는 자신의 내적 체험으로 간결하게 언급합니다.(갈라 1,15-16; 1코린 9,1; 필리 3,12) △ 루카 복음서와 사도행전은 예수님께서 공생활 시작부터 승천하신 때까지 따라다닌 제자들만을 사도로 인정하지만(사도 1,21-22; 루카 1,2), 바오로는 자신을 사도로 자처했다는 점 등을 제시합니다. 오늘날 성경학자들은 이런 이유와 함께 루카 복음서와 사도행전의 저자는 이스라엘의 지리를 잘 알지 못할 뿐 아니라 정결법과 속량법 등 유다인의 풍습도 잘 모르고 있어(루카 1,59; 2,22-24; 5,19; 6,48; 14,5) 교육을 많이 받은 이방계 그리스도인일 것으로 추정합니다.
루카 복음서가 쓰인 장소로 카이사리아, 데카폴리스, 안티오키아, 아카이아, 로마 등을 거론하지만 모두 추측에 불과합니다. 분명한 것은 이스라엘 밖 이방인 지역에서 집필됐다는 것입니다. 루카 복음서는 50~60년께 집필된 「예수님 어록」(Q)과 70년께 쓰인 마르코 복음서를 참고했고, 70년에 로마군이 예루살렘을 점령한 후 유다인들을 학살하고 포로로 끌고 간 것 사실을 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100년께 쓰인 사도행전보다 앞서 저술된 것으로 보아 대략 80~90년께 집필됐으리라 추정합니다.
루카 복음서는 예수님의 행적과 가르침을 ‘테오필로스’(우리말-‘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사람’,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쓰였습니다. 테오필로스는 실재 인물일 수도 있고 가상 인물일 수도 있습니다만, 교회 가르침을 배운 예비신자이거나 새로 입교한 교우로 소개됩니다. 머리말 마지막 부분인 1장 4절에 “이는 귀하께서 배우신 것들이 진실임을 알게 해드리려는 것입니다”라는 문장을 근거로 루카 복음서 저자는 그리스도교에 막 입교한 사람이거나 그리스도교에 귀의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신앙의 확신을 심어주려고 복음서를 집필한 것입니다.
루카 복음서는 머리말(1,1-4), 도입부(1,5-4,13), 갈릴래아 활동(4,14-9,50), 예루살렘 상경(9,51-19,28), 예루살렘 활동(19,29-24,53)으 구성돼 있습니다. 신약 성경 가운데 루카 복음서와 사도행전만이 머리말이 있습니다. 도입부에 요한 세례자와 예수님의 잉태, 탄생, 성장 과정을 나란히 서술해 예수님께서 구약의 마지막 예언자인 요한 세례자보다 훨씬 위대하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족보(3,23-38)를 통해 예수님께서 온 인류의 구원자이심을 드러냅니다. 이어 악마의 유혹(4,1-13)을 통해 예수님을 통한 구원의 시대가 열렸음을 서술합니다.
루카 복음서는 예수님께서 맨 처음 고향 나자렛에서 공생활을 시작하심을 드러냅니다.(4,16-30) 이어 갈릴래아로 떠나 예루살렘으로 상경하기까지 예수님의 활동을 서술하면서 주님의 십자가 수난과 부활 승천을 예고합니다. 마지막으로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서 수난하고 죽으시고 부활하셨다는 것을 증언하며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갈릴래아가 아닌 오직 예루살렘(24,36-49)과 인근 엠마오(24,13-35)에 나타나시고 베타니아 근처에서 승천하셨다고 알립니다.(24,50-51)
루카 복음서는 네 복음서 가운데 가장 많이 예수님께서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신 분이심을 강조합니다. 루카는 실재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행복하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가난한 이들을 위한 네 가지 행복 선언과 부자들을 위한 네 가지 불행 선언을 나란히 소개합니다. 루카 복음서는 가난하고 소외당하고 차별받는 모든 이에게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신 예수님께서 만민의 구원자이신 그리스도이심을 고백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루카 복음서는 예수님께 가장 많이 “주님” “스승님”이라고 부르며 또 부활하신 예수님을 “구원자”라고 합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4년 5월 19일, 리길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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