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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성경에 빠지다74: 요한 복음서

7082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4-05-29

[리길재 기자의 성경에 빠지다] (74) 요한 복음서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삶은 생명이요 부활

 

 

- 요한 복음서는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면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될 것이라고 선포합니다. 도메니코 테오토코풀로스 작 ‘요한 복음서 저자’, 유화, 1594~1604년께,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

 

 

요한 복음서의 핵심 내용은 “예수는 그리스도이시다”입니다. 저자가 복음서를 쓴 목적을 그렇게 밝히고 있습니다. “이것들을 기록한 목적은 예수님께서 메시아이시며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여러분이 믿고, 또 그렇게 믿어서 그분의 이름으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20,31) 한마디로 요한 복음서 전체 내용은 ‘나자렛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심을 믿고 구원받아라’라는 것입니다.

 

요한 복음서는 예수님을 “사람이 되신 말씀”(λογοs-로고스, 1,14)이라고 선포합니다. 이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시고 하느님이십니다.(1,1) 말씀과 하느님은 아들과 아버지의 관계입니다. 아버지는 당신이 파견한 아들 안에 현존하시며 둘은 하나이며 유일합니다. 따라서 사람이 되신 말씀인 예수 그리스도를 보는 사람은 그를 보내신 아버지 하느님을 보는 것입니다. 이를 믿는 이는 영원한 생명을 얻습니다. 그러나 믿지 않는 자는 심판을 받습니다.(3,15-19; 4,14; 11,25-26; 12,31)

 

이처럼 요한 복음서는 ‘예수님은 누구이신가’에 집중한 공관 복음서와 다른 차원의 그리스도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스(150~215년) 교부는 “공관 복음서가 사건 보도 형식을 취한 ‘육적인 복음서’라면 요한 복음서는 사건을 음미해 신학적으로 해석하는 형식을 취한 ‘영적인 복음서’”라고 평가했습니다. 헬라어 신약 성경은 ‘Κατα Ιωαννην Αγιον Ευαγγελιον(까타 요아넨 하기온 에우안겔리온-요한에 의한 거룩한 복음)’, 라틴어 대중 성경 「불가타」는 ‘Ioannes’,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펴낸 우리말 「성경」은 ‘요한 복음서’라고 표기합니다.

 

요한 복음서 저자는 자신을 “예수님께서 사랑하시는 제자”(13,23; 19,26; 20,2; 21,7.20.24)라고 밝힙니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요한 복음서 저자를 제베대오의 아들이며 야고보 사도의 동생인 요한 사도라고 제시합니다. 그는 갈릴래아 호수에서 고기잡이하다가 시몬과 안드레아 형제와 함께 예수님의 부름을 받고 그분의 첫 번째 제자들 가운데 한 명이 됩니다.(마르 1,16-20 참조) 그는 과격할 만큼 활동적이었습니다.(루카 9,54) 시샘(마르 9,38; 루카 9,49)도 명예욕(마르 10,35-37)도 대단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요한과 그의 형 야고보에게 ‘천둥의 아들들’(보아네르게스)이라는 별명을 지어주셨습니다.(마르 3,17) 유다 지도자들도 예수님을 선포하는 요한의 담대함에 놀라워했습니다.(사도 4,13) 이에 초대 교회는 요한을 케파(베드로)와 함께 교회의 기둥으로 인정했습니다.(갈라 2,9)

 

요한 복음서는 90~100년께 저술됐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여러 교부가 요한 사도는 로마 제국 트라야누스 황제(98~117년) 집권 초기까지 살았다고 증언합니다. 아울러 80년대 후반 얌니아에서 유다교 재건을 위한 바리사이들의 결정 사안, 곧 “누구든지 예수님을 메시아라고 고백하면 회당에서 내쫓기로 유다인들이 이미 합의하였기 때문이다”(9,22; 12,42; 16,2)라는 내용이 요한 복음서에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요한 복음서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전반부(1-12장)는 하느님으로부터 파견된 하느님의 아들로서 예수님의 공적 계시 활동을 보여줍니다. 후반부(13-21장)는 하느님께 돌아가는 하느님의 아들로서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 부활에 관한 내용입니다.

 

요한 복음서는 “한처음에 말씀이 계셨다”라는 ‘로고스(말씀) 찬미가’(요한 1,1-18)로 시작합니다. 말씀으로 표현되는 그리스도는 하느님이시고, 빛이시며 그분 안에 영원한 생명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지만 사실 그분은 이 세상이 시작되기 이전부터, 곧 창조 이전부터 계셨습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그분을 믿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지만 일부만 받아들였고, 이제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 주님의 영광을 보게 될 것입니다.

 

요한 복음서는 또 유일하게 ‘파라클레토스(παρακλητοs-보호자)’에 관해 고백합니다. 파라클레토스는 아버지 하느님께서 파견하신 “아버지에게서 나오는 진리의 영” 곧 ‘성령’입니다.(15,26) 요한 복음서는 파라클레토스 성령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이후에 믿는 이들에게 선물로 주어진다고 합니다.(7,39; 20,22) 성령은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사건과 근원적으로 결속돼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는 파라클레토스 성령과 함께 지상에 현존하며 아버지 하느님과 함께 계속 활동하십니다.(16,14-15; 20,22-23) 성령은 아버지 하느님과 아들 예수 그리스도처럼 한 위격으로 하느님이시고, 성부·성자·성령은 한 분이신 하느님입니다.

 

요한 복음서는 참된 믿음이란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에 대한 전인적인 응답이라고 강조합니다.(4,50; 14,11; 17,20) 구원에 이르는 결정적 믿음의 단계는 눈으로 보지 않고도 믿는 것입니다.(20,29) 이 믿음은 인간을 ‘영원한 생명’에로 이끕니다. 영원한 생명은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얻게 되는 은총의 선물입니다.(10,28) 이 영원한 생명은 예수 그리스도와 친교를 이루고 그분과 일치하는 인격적인 공동체 삶(6,56; 14,20; 17,20-21)을 통해 ‘지금 여기’에서도 얻을 수 있습니다.(11,25) 아울러 지금 여기에서 누리는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하는 삶은 그분을 통해 완성으로 나아가는 종말론적 삶입니다.(11,25-26; 12,25-26; 17,22-23) 예수 그리스도는 부활이요 생명이기에(11,25) 그분을 믿고 그와 함께하는 삶 자체가 바로 부활이요 생명이라고 요한 복음서는 고백합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4년 5월 26일, 리길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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